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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갖고 싶은 직업. 내가 갖고 싶은 직업 살아가기 힘들 때마다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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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내가 갖고 싶은 직업

3 살아가기 힘들 때마다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4 그는 강원도 탄광 마을인 고한에 사는 한 평범한 광원으로,

5 내가 잡지사 기자 시절에 단 한 번 취재를 위해 만났던
김장순이라는 사람이다.

6 그는 검은 탄가루나 버럭들이 무더기로 쌓인 산중턱
어느 허름한 블록집에 살고 있었는데,

7 그는 나에게 직업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해 주었다.

8 농협 빚을 갚지 못해 빚잔치를 하고 탄광촌으로 뛰어든 사람이다.
김장순 씨는 경북 안동에서 농사를 짓다가 농협 빚을 갚지 못해 빚잔치를 하고 탄광촌으로 뛰어든 사람이다.  

9 그는 우리 나라 농부들의 전형적인 얼굴, 순박하고 순연한, 마치 봄날의 따스한 밭흙 같은 인상을 풍기는 사람으로,

10 나는 그가 일하고 있는 광업소 소장의 허락을 받아
지하 막장까지 그를 따라가 본 적이 있다.

11 헤드램프가 달린 헬멧을 쓴 뒤 작업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먼저 탈의실에 들어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헤드램프가 달린 헬멧을 쓴 뒤 작업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700미터 아래로 내려갔다.  

12 그 곳에서 다시 갱차를 타고 수평으로 1,200미터까지 가서
다시 갱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 갔다.

13 지하 사무실에서 막장으로 가는 지도를 보았으나
미로와 같은 갱 속은 춥고 어두웠으며, 지하 사무실에서 막장으로 가는 지도를 보았으나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14 갱 바닥은 탄가루와 뒤범벅이 돼 장화 신은 발이 푹푹 빠졌다.
갱 양편으로는 검은 지하수가 급히 흘러갔는데, 갱 바닥은 탄가루와 뒤범벅이 돼 장화 신은 발이 푹푹 빠졌다.

15 오직 헬멧에 부착된 희미한 불빛만 의지하고 그의 뒤를 따라 한 30여 분쯤 걸어갔을까 싶다.

16 더 이상  갱도가 없는 곳이 나타나고,   비스듬히 위로 뚫은 새로운 갱도가 하나 나왔다.

17 두세 사람이 겨우 드나들 수 있을 만큼 좁은 갱 속을 제대로 고개도 들지 못하고 거의 기어가다시피 하면서 들어가자
그곳이 바로 지하 막장이었다.

18 광원들은 좌우로 버팀목을 세우며 안으로 안으로 파 들어 가고 있었다.

19 경사진 배출구를 통해 갱도 밖으로 쏟아져 내려갔다.
김장순 씨가 한 번씩 곡괭이로 내리찍을 때마다 탄덩이가 떨어져 나왔고, 떨어져 쌓인 탄덩이는 경사진 배출구를 통해 갱도 밖으로 쏟아져 내려갔다.

20 막장에 널브러져 있는 버팀목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는 곡괭이질을 하는 김장순 씨를 지켜보면서 막장에 널브러져 있는 버팀목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21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고 가슴이 답답했다.
막장 안은 지열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고 가슴이 답답했다.

22 어딘지 모르는 한 지점에 작은 한 마리 벌레처럼 앉아
아무도 없는 땅 속 저 깊은 곳, 어딘지 모르는 한 지점에 작은 한 마리 벌레처럼 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는 기분이었다.

23 김장순 씨가 막장을 나온 것은 점심시간이었다.

24 그는 다시 갱 속 지하 사무실로 가 그 곳에 보관해둔 도시락을 꺼냈다.

25 반찬도 김치와 콩자반뿐인데도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는 듯 맛있게 먹었다.

26 어느 것 하나 내 마음을 아리게 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점심을 같이 먹으며 들은 대답들은 어느 것 하나 내 마음을 아리게 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27 그때 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이야기는
그의 소원에 관한 것이었다.

28 나는 이런 저런 질문 끝에 ‘소원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29 그러자 그가 이렇게 말했다.

30 "물론 그건 땅 위의 직업을 갖는 거지예.

31 땅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직업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잘 모릅니더."

32 나는 몇 점 꽁보리밥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그만 이 말을 듣고는 목이 꽉 메었다.
일본 탄광에 끌려간 한국 징용인이 벽에 쓴 글

33 온 몸에 전기가 통하듯 화들짝 놀랐다.

34 그때 까지만 해도 나는 '땅 위의 직업' 갖기를 소원하고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35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나에게 그 말은 하나의 커다란 깨우침이었다.
땅 위의 직업을 갖고 일을 한다는 것이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나에게 그 말은  하나의 커다란 깨우침이었다.

36 그 이후로 나는 '땅 위의 직업을 갖고 싶다'는 그의 말을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37 세상살이가 고달프고 힘들 때마다 그를 생각하고,
땅 위의 직업을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38 나 자신이 그 얼마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인가 하고
스스로 위안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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