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진화 생물학의 주요개념 (Key Concepts of Modern Evolutionary 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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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진화 생물학의 주요개념 (Key Concepts of Modern Evolutionary Biology) 다윈 진화론과 자연선택

진화란 무엇인가 진화란 한마디로 변화를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세대간에 일어나는 생물체의 형태와 행동의 변화를 뜻한다. DNA의 구조로부터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생물의 형질은 세대를 거치면서 조상의 형질로부터 변화한다.

진화가 일어나기 위한 4가지 조건 - 변이, 유전, 경쟁, 자연선택 진화가 일어나기 위한 4가지 조건 - 변이, 유전, 경쟁, 자연선택 1) 한 종에 속하는 개체들은 각자 다른 형태, 생리, 행동 등을 보인다. 즉 자연계의 생물 개체들간에 변이(variation)가 존재한다. 2) 일반적으로 자손은 부모를 닮는다. 즉 어떤 변이는 유전(heredity)한다. 3) 환경이 뒷받침할 수 있는 이상으로 많은 개체들이 태어나기 때문에 먹이 등 한정된 자원 을 놓고 경쟁(competition)할 수밖에 없다. 4)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형질을 지닌 개체들이 보다 많이 살아남아 더 많은 자손을 남긴다(자연선택 natural selection).

1) 변이가 있어야 선택이 의미가 있다 첫째 조건인 변이에 관하여 잠시 살펴보자. 자연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형질들에는 대체로 변이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만일 변이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선택의 여지도 없다. 형질(character)이 동일한 개체들간에는 아무리 빈번한 선택이 벌어진다 해도 변화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자연선택은 변이를 가진 형질에만 적용된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 시간에 “주머니 속에 검은 공 X개와 흰 공 Y개가 있는데 무작위로 Z개의 공을 꺼낼 때 검은 공과 흰 공의 비율이 W:V일 확률은 얼마인가?” 따위의 문제를 풀던 기억이 나는가? 그런데 만일 이 문제를 “주머니 속에 검은 공 만 X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무작위로 Z개를 꺼낼 때 그 공들이 모두 검은 공일 확률 또는 흰 공일 확률은 얼마인가?”로 바꾼다면 어찌 되겠는가? 다윈은 변이가 바로 변화를 일으키는 실체라고 설명한다.

2)유전하는 것만이 자연선택의 대상이다 이러한 변이들 중 유전하는 것만이 자연선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둘째 조건이다. 다세포생물은 기능적으로 서로 다른 두 가지 종류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몸의 구조를 이루는 체세포(somatic cell)이고 다른 하나는 번식을 위해 만들어지는 생식세포(reproductive cell)이다. 한 생명체가 생애를 통해 아무리 많은 변화를 겪는다 해도 그것이 생식세포내의 변화가 아니면 다음 세대로 전해질 수 없다. 체세포의 변화는 당대에만 나타날 뿐 자손에는 전달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라마르크의 ‘획득형질의 유전’ 개념의 맹점이다. 당신이 만일 금발의 딸을 원한다면 ‘금발 유전자’를 지닌 북구의 여인과 결혼해야지 미용실에서 금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한국 여성과 결혼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3) 한정된 자원 때문에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셋째 조건은 다윈이 경제학자 맬서스(Thomas Malthus)의 ‘인구론(1798)’을 읽고 깨달은 개념이다. 다윈이 태어나기 이미 10여 년 전에 발표된 이 논문에서 맬서스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에서 만일 환경적인 제한요인이 없다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함을 관찰했다. 만일 20분마다 세포분열을 하는 박테리아가 있다고 가정하자. [태어난 박테리아는 아무도 죽지 않으며 자원도 무한정 공급된다고 가정하면] 36시간 후면 박테리아의 살이 지구의 표면을 한 자 가량 뒤덮을 것이다. 그 후 한 시간이면 우리 모두의 키를 넘길 것이고, 몇 천년 후면 어느 생물이라도 그 무게가 우주의 무게와 맞먹을 것이며 그 부피는 저 우주를 향해 빛의 속도로 팽창할 것이다 (MacArthur 1972).

4) 모든 개체가 똑같은 수의 자손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자연선택의 넷째 조건은 셋째 조건의 자연스런 귀결로 나타난다. 어느 개체군이건 태어나는 모든 개체들이 다 번식의 기회를 갖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개체들은 번식기에 이르기 전에 죽어 사라지고 주어진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형질들을 지닌 개체들만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게 된다. 아무리 변이가 존재하고 또 유전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개체가 다 번식기에 이르러 똑같은 수의 자손을 남긴다면 그 개체군의 유전자 빈도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진화란 유전자들이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개체들의 번식을 도와 자신들의 복사체를 보다 많이 퍼뜨리려는 경쟁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진화의 단위는 유전자 “닭은 달걀이 더 많은 달걀을 얻기 위해 잠시 만들어낸 매개체에 불과하다” 진화의 단위는 유전자 “닭은 달걀이 더 많은 달걀을 얻기 위해 잠시 만들어낸 매개체에 불과하다” 도킨스(Richard Dawkins 1976)에 의하면 긴 진화의 역사를 통해 볼 때 개체는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덧없는 존재이고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손 대대로 물려주는 유전자라는 것이다.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의 경우, 사실상 개체들이 직접 자신들의 복사체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후손에 전달되는 실체는 다름 아닌 유전자이기 때문에 적응형질들은 집단을 위해서도 아니고 개체를 위해서도 아니라 유전자를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에 도킨스는 개체를 생존기계(survival machine)'라 부르고, 끊임없이 복제되어 후세에 전달되는 유전자 즉 DNA를 불멸의 나선(immortal coil)'이라고 일컫는다.

이타주의적 행동이 어떻게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개체들로 구성된 사회에서 진화할 수 있는가? 망을 보는 부엉이와 일벌 및 일개미의 번식 희생, 거미나 사마귀의 동족 포식 포괄적응도 이론(inclusive fitness theory) 또는 혈연선택론(kin selection theory)으로 설명 개체 수준에서는 엄연한 이타주의적 행동이 유전자 수준에서 분석해보면 사실상 이기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해밀튼의 이론에 의하면 번식이란 결국 유전자들이 자신들이 자신들의 복사체들을 퍼뜨리기 위한 수단

자연선택은 눈먼 시계공 도킨스의 표현을 빌면 진화란 자연선택이라는 눈이 먼 시계공에게 맡겨진 시계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Dawkins 1986). 늘 차고 다니던 시계가 고장이 나서 시계방에 가지고 갔는데 시계를 고쳐 주겠다는 시계공이 눈먼 장님이라고 상상해 보라. 그 시계가 제대로 고쳐지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 지구상에 현존하는 엄청난 생물다양성도 그 동안 이 지구에 살았다 멸종한 모든 종들에 비하면 소수에 지나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 때문이다.

진화적 군비경쟁(evolutionary arms race) 생물은 누구나 다른 생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기 때문에 생물적 환경도 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생물적 환경은 물리적 환경과 달라서 그 자체 또한 끝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어느 종의 진화든 같은 생태계에 공존하는 다른 종들의 진화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육상동물 중 가장 빠른 동물로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치타를 꼽지만 그들이 주로 잡아먹고 사는 영양들의 속력도 사실 만만치 않다. 오랜 세월 동안 치타는 영양을 더 잘 잡을 수 있도록 진화해왔고 영양은 나름대로 치타로부터 더 잘 피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란 철저하게 상대적인 개념 생물은 결코 절대적인 수준에서 미래지향적인 진보를 거듭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제한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다른 개체들보다 조금이라도 낫기만 하면 선택받는다는 다분히 상대적인 개념이 진화의 기본원리다. 친구와 함께 곰을 피해 달아나던 한 철학자의 이야기가 좋은 비유가 될 것이다. “다 쓸데없는 일일세. 우린 결코 저 곰보다 빨리 달릴 수 없네”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그는 “나는 저 곰보다 빨리 달리 필요는 없네. 그저 자네보다 빨리 달리기만 하면 되니깐”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변이(Variation)는 어떻게 생성되는 것인가? 돌연변이(mutation) - 돌연변이란 유전물질에 나타나는 무작위적이고 유전 가능한 변화를 말한다. 유전자 재조합(Genetic recombvination) - 세포가 분열을 하려면 먼저 핵(nucleus)이 둘로 갈라져야 한다. 곧 이어 세포질(cytoplasm)의 분열이 일어나면 두 개의 세포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 중 서로 짝을 이룬 염색체들간에 종종 유전물질의 교환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핵분열 중기에 염색체들이 두 줄로 늘어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분히 무작위적인 배열(random alignment)로 인해 발생하는 염색체 재구성 역시 많은 유전적 변이를 일으킨다.

진화생물학과 인간의 정체성 화석 증거에 의하면 지구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거나 이미 사라져간 모든 생물들 중 인간은 매우 어린 편이다. 분자유전학적 분석결과에 따르면 인류와 침팬지가 하나의 공동조상으로부터 분화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600만 년 전의 일이다. 600만 년이란 시간은 진화사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46억 년 지구의 역사를 12시간에 비유한다면 1분도 채 되지 않는 지극히 짧은 시간이다. 현생 인류가 탄생한 것은 그보다도 훨씬 최근인 15만 내지 23만 년 전의 일이고 보면 인간은 그야말로 순간에 󰡐창조된󰡑동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인류가 저지르고 있는 환경파괴 및 온갖 행동들을 보면 어쩌면 우리는 또 순간에 사라지고 말 동물처럼 보인다. 셰익스피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은 역사의 무대에 잠깐 등장하여 충분히 이해하지도 못하는 역할을 하다가 사라진다.󰡓 먼 훗날 이 지구상에 인간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생명체가 탄생하여 지구의 역사를 재정리 한다면 과연 우리 인간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우선 그들의 역사책에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을 확률도 매우 높다고 본다. 워낙 짧게 살다가 절멸한 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 보면 워낙 저질러놓은 일들이 엄청나 비록 그리 긴 세월을 생존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퍽 중요했던 종으로 기록될 가능성 역시 높다. 아마도 우리는 짧고 굵게 살다 간 동물로 기록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멋진 신세계를 위하여 인류는 지금 스스로 저질러 놓은 온갖 문제들과 힘겨운 몸싸움을 하고 있다. 환경의 위기를 논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자신의 존속을 심각하게 염려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다윈이 제안한 자연선택론의 의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간을 모든 다른 생물체들로부터 분리시키는 이원론적 사고에 바탕을 둔 인본주의(humanism)의 허구와 오만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주었다는 점이다. 인간과 원숭이가 그 옛날 공통 조상을 지녔다는 사실만큼 우리를 철저히 겸허하게 만드는 일은 또 없을 것이다. 인간이 참으로 특별한 종임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인간도 엄연히 이 자연계의 한 구성원이며 진화의 역사를 가진 한 종의 동물에 불과하다. 다윈의 진화론은 생명 현상에 대한 모든 이론들 중 가장 포괄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이론이다.(Mayr 1997) 그 동안 다양하게 분화되어 발전해온 여러 생물학 분야들을 일관된 하나의 개념체계로 통합하고 있는 진화생물학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에서 지식의 캐러반들에게 만남의 장소를 제공할 것”이라는 윌슨(Wilson 1998)의 말은 이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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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전제 인간의 마음은 생존기계로서가 아니라 구애기계로서 진화했다. – 다윈은 진화는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뿐 아니라, 그와 대등한 중요성을 가진 “짝 고르기를 통한 성선택” 과정을 거치면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마음과 공작새 꼬리는 비슷한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 공작의 꼬리는 암컷이 크고 화려한 꼬리를 가진 수컷을 좋아했기 때문에 진화했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짧고 가볍고 우중충한 꼬리가 더 유리하다. 하지만 암컷의 짝 고르기는 수컷들이 성장시키는 데 에너지가 들고, 가꾸는 데 시간이 들며, 호랑이 같은 포식자의 눈에 잘 띄는, 크고 화려한 꽁지깃을 진화시키도록 이끌었다. 공작 수컷의 꼬리는 암컷의 짝 고르기를 거치며 진화했고, 그 생물학적 기능은 암컷을 유혹하는 데 있다. 우리 마음의 가장 인상적인 능력들도 공작의 꼬리와 마찬가지로 짝을 유혹하고 즐겁게 해 주기 위해 진화한 구애도구들이다. 음악이나 미술, 문학, 예술, 도덕성, 언어, 창의성 등등

자연선택과 성선택 자연선택은 생존경쟁을 통해 이루어지는 진화의 과정 성선택은 번식경쟁을 통해 이루어지는 진화의 과정 성선택은 유전자 감별의 프로라면 자연선택은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는다. 짝 고르기에서 비롯되는 진화 압력은 자연선택에 의한 압력보다 훨씬 일관성 있고, 정확하고, 효율적이며, 창의적이다. 성선택의 이런 인센티브 때문에 대부분의 동물들은 섹스에서 차별주의자가 된다. 동물들은 어떤 구혼자는 받아들이고, 어떤 구혼자는 거부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각, 인식, 기억, 판단 능력을 총동원하여 최상의 짝을 고른다. 특히 짝 후보의 적응도와 번식력을 나타내는 징표들은 결코 간과하는 법이 없다. 인간의 마음은 명백히 사회를 향하고 있으며, 또 모종의 사회적 선택을 통해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종류의 사회적 선택일까? 성선택이야말로 가장 잘 파악되고, 가장 강력하고, 가장 창의적이고,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근본적인 형태의 사회적 선택이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적 경쟁의 중심에는 번식이 있다. 동물들은 먹이, 영역, 동맹,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경쟁하는데 이것은 결국 번식으로 귀결된다.

다윈의 성선택론(theory of sexual selection)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들은 무성생식을 하는 생물들에 비해 이중으로 손해를 본다. 자손에게 자기 유전자의 절반밖에 물려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식 둘 중의 하나는 평균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수컷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전적 손해와 더불어 서로 번식 상대를 찾는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의 손해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들은 그저 아무나 부딪히면 짝짓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비무작위적인 짝짓기(nonrandom mating)를 한다.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면서라도 서로 마음에 맞는 배우자를 선택하여 유전자를 섞는다. 바로 이 선택 과정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것이 다윈의 성선택론(theory of sexual selection)이다(Darwin 1871).

인간의 본성은 어떻게 진화해왔는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알려면 인간의 성性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인간 본성의 중심 주제는 성에 관한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유전자들이 자연선택에 의해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번식의 성공이라는 시험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성적 습성(sexuality)은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형성되었는가 인간의 성적 특성이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인간의 다른 독특한 특징, 즉 우리의 문화, 언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 복잡한 연장을 사용하는 기술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작업이다. 인간의 성적 습성에 대한 탐구를 통해서 성행위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줄 새로운 체위를 배울 수도 없고 월경이나 폐경의 고통을 감소시키는 정보를 얻을 수도 없을 것이다. 또한 여러분의 배우자가 외도를 한다거나, 아이 돌보기를 태만히 한다거나, 아이 때문에 당신 존재를 무시하는 데서 느끼는 고통을 줄여 주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왜 여러분의 몸이 그러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인지, 그리고 왜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여러분이 자기 파괴적인 성적 행동에 이끌리는지를 이해하게 된다면 여러분의 본능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 문제를 좀 더 지성적인 방법으로 다루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특이한 성생활을 즐기는 동물 만약 여러분이 키우는 개가 여러분과 같은 두뇌를 가지고 있으며 말을 할 줄 안다면, 인간의 성생활에 대해 어떤 말을 할까? 저 구역질 나는 인간들은 한 달 중 아무 때고 섹스를 하더군, 영희는 말이지 자기가 빤히 임신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을 알고도, 그러니까 말이야, 생리 직후 같은 때에도 남편을 슬그머니 꼬이더라고. 철수는 어떻고. 허구한 날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들어요. 자기가 용을 쓰는 게 애를 만들려고 그러는 건지 헛짓거리를 하는 건지는 전혀 관심 밖이야. 그런데 진짜 황당한 얘기 해줄까? 저 부부는 말이지. 심지어 마누라가 임신을 하고 있을 때에도 줄곧 그 짓을 하더군. 아 더 끔찍한 얘기도 있어. 철수의 부모 이야기인데, 세상에, 철수의 어머니는 그 폐경인가 뭔가 하는 걸 겪은지도 벌써 몇 년이 되었다고 하는데도 섹스를 하지 뭔가? 이제 아이를 가질 수가 없는 게 명백한데 계속 섹스를 하려고 든다니까! 대체 뭐하는 짓들인지 모르겠어. 그런데 진짜로 이상한 건 바로 이거야. 철수와 영희도 그렇고 그의 부모도 그렇고 다들 문을 닫아걸고 아무도 모르게 섹스를 하지 뭔가. 마치 무슨 죄라도 짓는 것처럼 말이야. 우리 같으면, 자존감을 지닌 개라면 누구든 떳떳하게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관계를 가질 텐데 말이야.

포유류의 기준에서 보는 정상적인 성생활 1) 대부분의 포유류의 경우 다 자란 수컷과 암컷이 짝을 지어 핵가족을 이루고 둘 사이에 태어난 새끼를 함께 기르면서 사는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포유동물들은 다 자란 수컷과 암컷이 각기 혼자서 생활한다. 이렇게 따로 지내다가 번식기, 즉 교미할 때에만 만난다. 그러므로 수컷이 새끼를 돌보는 일은 거의 없다. 2)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는 포유류 동물의 경우 대부분 집단 내의 다른 동물들이 보는 앞에서 교미를 한다. 3) 대부분의 포유류 암컷들은 생식 주기 중 배란이 되어 임신할 수 있는 짧은 기간이 돌아오면 눈에 띄는 광고 수단을 이용해서 그 사실을 다른 동물들에게 알린다. 그 신호는 시각적 또는 청각적 혹은 후각적일 수도 있으며 이처럼 포유류 암컷은 오직 가임기에만 수컷을 유혹한다. 4) 대부분의 야생 포유류의 경우 폐경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없다. 야생 포유동물들의 경우 죽을 때까지 생식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나이를 먹음에 따라 생식 능력이 점차로 감소해 가는 것이 보통이다.

인간의 성적 습성 1) 대부분의 인간 사회에서 대부분의 남성과 여성은 오랫동안 짝을 이루어 생활하며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은 이것을 서로에 대한 의무로 결합된 두 사람의 계약으로 간주한다. 짝을 이룬 두 사람은 반복적으로 성관계를 가지며, 각 배우자는 오직 혹은 주로 자신의 짝과 성관계를 갖는다. 2) 결혼은 단순히 두 사람이 성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넘어서서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함께 기르는 관계이다. 특히 인간의 남성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제 아이를 돌보고 보살핀다. 3) 남성과 여성이 짝을 이루지만(혹은 한 남성과 다수의 여성이 같이 살지만) 그렇다고 해서 긴팔원숭이의 경우처럼 자신들만의 배타적인 공간에서 따로 떨어져서 살아가지는 않는다. 그 대신 인간의 짝은 무리 속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살아가고 경제적으로 협동하며 공동의 영역을 함께 이용한다. 4) 결혼한 부부는 대개 남이 보든 말든 괘념치 않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남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랑을 나눈다. 5) 인간의 배란은 공공연히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채로 일어난다. 다시 말해서 임신이 가능한 짧은 기간을 여성의 잠재적 섹스 파트너는 물론이고 여성 자신도 알아채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성은 가임기뿐만 아니라 생식 주기 전체에 걸쳐서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경우 대부분의 교접이 수태가 될 수 없는 시기에 일어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6) 40세나 50세가 넘은 여성의 대부분은 폐경을 겪게 된다. 폐경이란 생식 능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남성은 대개의 경우 폐경을 겪지 않는다.

왜 우리는 다른 동물들과 이토록 다르게 진화되었을까?

결혼의 관점 – 번식과 양육을 위한 전략적 동맹관계 남자에게 여자는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해줄 수 있는 운반 도구이다. 여자에게 남자는 자신의 난자를 태아로 바꿀 수 있는 생명 물질(정자)의 제공자이다. 남성이나 여성에서 다른 쪽 성은 서로 이용하기 위해 찾아다니는 자원과 같다. 다른 성을 이용하는 방법은 다른 성을 되도록 많이 끌어모아 자신과 짝을 짓고 짝짓기 후에는 상대방을 차버리는 것이다. – 바다표범 정반대의 경우는 하나의 상대방을 찾아 부모의 모든 의무를 동등하게 나누어가지는 것이다. – 신천옹 모든 생물은 각기 고유한 ‘짝짓기 체계’를 통해 이와 같은 양 극단 사이의 어디엔가 놓이게 된다. 사람은 어디쯤에 놓이는가?

일부다처제와 남자의 본성 일부일처제 사회가 가장 보편적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부족 문화의 4분의 3 정도는 일부다처제이다. 또한 표면상 일부일처제 사회에도 단지 그 이름만 일부일처제일 뿐인 경우도 있다. 인간은 여건(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서식지의 환경)에 따라 일부다처주의자가 되기도 하며 일부일처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권력을 가진 남성이 합법적으로는 단 한 명의 아내를 두었다 할지라도 한 명 이상의 배우자를 맞이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그것은 권력자의 경우에 한한다. 일부다처제가 공인된 사회일지라도, 나머지 대부분의 남자는 단지 한 명의 아내를 소유하며, 실질적으로 모든 여자들은 단지 한 명의 남편을 소유한다.

남자는 덮치고 여자는 꼬리친다 만약 권력을 가진 남성들이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한다면, 여성들은 아마도 바다표범들처럼 하렘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만약 모든 여성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면, 남자들은 신천옹 처럼 아내에게 충실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유혹하고 여자들은 유혹을 받는다.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유인원을 포함한 전체 동물 99퍼센트 정도와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도 정력적이고 일부다처적인 수컷과 수줍어하고 절개를 지키는 암컷의 측면을 가진다. 청혼의 사례 : 지구의 어떤 사회에서도 여자 쪽에서 먼저 청혼하지는 않는다. 가장 개방적이라는 서구 사회에서조차 남자는 청혼을 하고 여자는 그에 응답할 것으로 기대한다.

왜 이래야 하는가? – 번식과 양육에 있어서의 생물학적 차이 수컷은 짝짓기의 양(횟수)에 열중하고 암컷은 짝짓기의 질(우수성)에 열중한다. 남자는 다른 여성과 성교할 때마다 또 다른 아이의 아버지가 될 수 있지만, 여자는 한 번에 단 한 남자의 아이밖에 가질 수 없을 뿐이다. 카사노바가 바빌론의 매춘부보다 더 많은 자손을 남겼을 것이라는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포유류 암컷은 큰 새끼를 몸속에서 오랜 기간 키운 후에야 낳을 수 있지만, 수컷은 단 몇 초 만에 아버지가 될 수 있다. 암컷의 경우 짝짓기 상대를 많이 갖는다 해도 그것이 곧 다산성을 증가시키지는 않지만, 수컷의 경우는 곧바로 다산성과 연결된다. 현대의 일부일처제 사회에서조차도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많은 아이를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두 번 결혼해서 두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여자보다 두 번 결혼한 남자가 두 명의 아내에게 더 많은 자식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남자와 여자의 이러한 기본적인 불균형은 정자와 난자의 크기 차이로 직결된다.

남자의 성과 여자의 성의 차이 인간의 경우 아홉 달의 임신 기간과 5분간의 쾌락은 확실히 비교가 된다. 이를 감안하면 여자가 남자를 유혹하기보다는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사실에 따르면, 일부다처제가 고도로 발달된 사회는 남성의 승리를 상징하고, 반대로 일부일처제 사회는 여성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다처제 사회도 본래는 모든 남성 중의 한 명 혹은 소수 남자의 승리를 의미한다. 나머지 남자는 대부분 독신 생활을 선고 받는 셈이 된다. 성비는 일정하기 때문이다.

동성애적 난교의 의미 남성 동성애의 현상은 남자의 성욕을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일반적으로 남성 동성애자들끼리의 연애는 이성애를 하는 남성에 비해 엄청나게 더 난잡하다.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의 남성 동성애자에 관한 킨제이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그들 중 75%가 100명 이상의 상대와 성관계를 가졌으며, 나머지 25%는 1,000명 이상의 상대와 성관계를 가졌다. 여성 동성애자는 낯선 사람과 성관계에 빠지는 경우가 드물어, 한번 관계가 형성되면, 몇 년 동안을 한눈도 팔지 않고 관계를 지속한다. 대부분의 여성 동성애자는 일생을 통틀어 10명 이내의 성 상대를 갖는다. 남성 동성애자들은 좀 더 남성처럼 행동할 따름이고, 여성 동성애자들은 단지 좀 더 여성처럼 행동할 따름이다.

하렘과 재산 성性이라는 게임에서, 한쪽 성은 다른 쪽 성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 결과는 일부일처제이건 일부다처제이건 간에, 승리와 패배가 아니라 수가 막혀 비기는 것이다. 코쟁이 바다표범이나 뇌조에게서 이 게임은 수컷은 짝짓기 상대의 수에 관심을 가지고 암컷은 짝짓기 상대의 질에 관심을 갖는 상태에 다다르게 된다. 암수 모두 많은 대가를 치른다. 수컷은 상위 계급이 되거나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싸우느라 지칠 대로 지치고 때때로 실패해서 죽기까지 하며, 암컷은 새끼를 기르는 데 새끼의 아버지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다. 산천옹의 경우, 이 게임은 아주 다른 막다른 수에 도달하게 된다. 모든 암컷은 모범적인 남편 새를 얻으며, 새끼를 기르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똑같이 분담하고, 심지어는 구애행동도 어느 정도는 상호적이다. 암수 어느 쪽도 짝짓기 상대의 수를 따지지 않고 상대의 질을 따진다. 새끼 한 마리가 부화하면 그 새끼는 몇 달 동안 먹이를 받아 먹고 응석받이로 자라게 된다.

왜 동물들마다 그처럼 서로 다른 짝짓기 방법을 갖고 있는가 - 거래의 결과가 다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전제한 게임이론의 방법을 통해서. 캐나다산 흰어깨멧새 수컷은 들판에 자기 구역을 확보하고 함께 살아갈 여러 마리의 엄컷을 유인한다. 암컷이 이미 임자가 있는 수컷의 무리에 합류한다는 것은 그 수컷에게 새끼들의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만약 그 영토가 다른 수컷의 영토보다 먹이가 풍부한 곳이라면, 그것은 여전히 암컷에게 그 수컷을 선택하도록 하는 조건이 된다. 수컷의 영토나 유전형질을 위해 일부다처제를 선택했을 때의 장점이 수컷의 부모 역할을 노린 일부일처제를 선택하는 것보다 클 경우, 일부다처제는 확립된다. - 일부다처 임계 모델 인간의 경우에 적용 - 가족을 부양하는 평범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대장의 많은 여자 가운데 하나가 되어 얻는 이득보다 크기 때문에, 인간은 일부일처성이 되었다. 혹은 반대로 남자들 간의 부의 불일치 때문에 일부다처성이 되었다. 어떤 여자이든 간에 촌뜨기 같은 녀석의 첫째 아내가 되기보다는 케네디의 셋째 아내가 되기를 원할 것이다.

일부다처제가 우리 사회에서 비합법적이 된 것은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 만약 많은 여성들이 가난한 남성의 첫째 아내가 되는 것보다 부유한 남성의 둘째 아내가 되기를 선택한다면, 상대적으로 미혼 여성은 감소하고 많은 남성들은 불행하게도 독신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일부다처제 금지법은 여성을 보호하는 법이라기보다 실제로는 남성을 보호하는 법이다. 짝짓기 방법의 이론에 대한 네 가지 계율을 세워보자. 첫째, 암컷이 일부일처적이고 성실한 수컷을 선택하는 것이 암컷에게 더 낫다면, 일부일처제가 나타날 것이다. 둘째로, 그렇지 않다면 수컷들은 그것을 강요할 수 있다. 셋째, 암컷이 이미 짝짓기 한 수컷을 선택해서 더 나빠질 것이 없다면 일부다처제가 될 것이다. 넷째, 그렇지 않다면 이미 짝짓기 한 암컷이 함께 짝짓기 한 수컷이 다른 암컷과 짝짓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이럴 경우 일부일처제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게임이론의 놀라운 결론은 수컷은 능동적으로 유혹하는 역할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결혼이라는 운명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수동적인 방관자라는 것이다.

수렵인인가, 채집인인가 - 인간의 짝짓기 체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연적인 서식지와 과거에 대해 알아야 한다. 수렵인인가, 채집인인가 - 인간의 짝짓기 체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연적인 서식지와 과거에 대해 알아야 한다. 사냥하고 채집하는 사회는 현대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렵과 채집 생활이 일부다처제를 그리 크게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는 기술보다는 행운이 사냥의 성공에 큰 몫을 한다는 데 있다. 농경의 시작과 함께 일부 남자가 일부다처를 누릴 기회가 극단적으로 도래하게 되었다. 농사는 어떤 한 남자가 곡식이건 가축이건 다른 남자의 노동을 살 수 있는 식량의 잉여분을 축적함으로써 동료에 비해 훨씬 강한 힘을 기를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목축사회는 거의 예외 없이 전통적으로 일부다처제이다. 한 떼의 양을 돌보는 것은 25마리일 때나 50마리일 때나 거의 비슷하다. 이 같은 경제 구조에서는 한 남자가 끊임없이 부를 축적할 수 있다. 더 부자가 된다는 것은 더 빨리, 그리고 더 자주 결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부는 아내를 직접 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권력’ 역시 살 수 있었다. 권력은 아랫사람에게 명령을 이행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능력이며, 명백하게 부에(약간의 폭력의 도움과 함께) 의존한다. 권력의 추구는 모든 사회적 동물의 특징이다.

부와 권력과 성의 상관 관계 지능이 높은 종일수록, 동맹관계가 유연할수록, 야심 있는 수컷은 자신의 힘에 대해 제한을 덜 받는다. 들소와 사자는 자신들의 힘을 겨루어 권력을 얻는다. 돌고래와 침팬지도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힘이 세어야 하지만, 그보다는 수컷들이 동맹을 이루는 능력에 훨씬 의존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힘과 권력은 관련이 없다. 한니발부터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남자들은 지지자의 연대를 규합하는 것으로 권력을 얻는다. 인간들에게는 부가 지지자의 연대를 규합하는 방법이 되었다. 다른 동물들에게 그 보상은 대부분 성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경우는 어떨까?

권력이 집중되었던 고대 문명의 사례 바빌론의 함무라비 왕 – 수천명의 노예 아내를 둠 이집트의 파라오인 아케나텐 – 317명의 첩과 여러 무리의 왕비를 거느림 아스텍의 지배자인 몬테주마 – 4,000명의 첩을 둠 인도의 황제 우디야마 – 불로 에워싸인, 내시들이 지키고 있는 궁성에 16,000명의 왕비를 거느림 중국의 황제 폐제 – 1만 명의 여자를 그의 하렘에 둠 잉카제국 – 왕국 전체에 언제나 처녀를 준비해두고 있었음 황제는 극단적인 예일 뿐이지만 정치적으로 자치권이 있는 104개의 사회를 조사한 결과 거의 대부분이 권력은 그 남자 하렘의 크기를 말해준다는 사실을 발견

폭력의 대가 – 생식이 권력과 부의 목표이며 보상이었던 동시에 인류사의 잦은 폭력의 원인과 대가 유인원 조상에게 물려받은 유산 가운데 하나가 집단 간의 폭력 전쟁이 암컷을 두고 수컷 유인원 집단끼리 벌이는 싸움에서 비롯한 유산이라면, 그래서 단지 섹스라는 목적을 위해 영토를 정복하는 것이라면, 부족의 사람들이 영토보다는 여자를 두고 전쟁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전쟁은 자원의 다툼인가 성의 다툼인가 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법으로 묶이기 전과 같은 문맹 사회에서 행해진 모든 연구 결과를 보면 하나같이 높은 수위의 폭력이 존재했음을 발견할 수 있고, 그 같은 사회에서는 전체의 4분의 1 가량이 다른 남자에게 살해되었고 살해 동기로는 성에 관한 것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일부일처적 민주주의자 남성의 본성은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일부다처의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고, 성의 목적을 위해 다른 남자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수단으로 부와 권력과 폭력을 사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대개의 경우 안정적인 일부일처의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거의 4,000년 전에 바빌론에서 시작된 일부다처제의 오랜 간주곡이 현대 사회에 와서 거의 끝나버렸다. 공식적인 첩은 비공식적인 정부가 되었고, 정부는 본부인에게 비밀로 붙여졌다. 옛날 중국의 황제 폐제는 하렘에 1만 명의 첩을 두었지만, 지구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출마한 게리 하트는 2명의 여자 때문에 퇴진해야만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수컷의 소망 문명과 함께 나타난 전제 권력은 사라졌다. 전제 권력은 인간의 역사에서 점점 더 탈선처럼 여겨지고 있다. ‘문명화’ 이전과 민주주의 이후, 인간들은 전제 군주가 될 수 있는 권력을 축적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 시대에 바랄 수 있는 최선(?)은 미모의 어린 정부와 오랜 세월에 걸쳐 가치를 발휘해온 충실한 아내를 갖는 것이다. 농경이 시작된 이후 수세기 동안 유지되었던 일부다처제의 짝짓기 제도가 민주주의 제도의 발전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매우 흥미로운 점이다. 또한 인간 역사의 가장 난잡하고 일부다처적인 순간에도, 인류는 다른 일부다처적인 동물과 달리 일부일처적 결혼이라는 제도를 지켜온 점 역시 매우 흥미롭다. 일부일처적 결혼에 대한 인간의 집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남자에 대한 이해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전략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류의 짝짓기 방법은 다른 동물들처럼 남자와 여자 사이의 절충안이었기 때문이다.

일부일처제와 여자의 본성 최근 서유럽에서 행해진 한 놀라운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기혼녀들은 지배적이고 연상이며 신체적으로 더 매력적이고 균형잡힌 외모를 지닌 유부남을 혼외관계의 상대로 택한다. 여성들은 남편이 자기의 말을 잘 듣고 더 젊으며 육체적으로 매력적이지 않거나 비대칭적 외모를 가진 경우에, 혼외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더 높다. 매력적인 남자일수록 아버지로서의 자상함은 떨어진다. 서유럽에서 태어나는 아이 3명 가운데 약 1명은 혼외정사로 태어난다. 믿기 어려운가? 사실 이 연구는 여름날에 헛간과 들판을 멋지게 맴돌며 천진난만하게 짹짹거리는, 꼬리가 둘로 갈라진 제비에 관한 것이다. 인간은 제비와는 다르다. 아니 정말 다른가?

-다음 기회에- 섹스는 어떻게 인간본성을 만들었는가 -다음 기회에- 섹스는 어떻게 인간본성을 만들었는가? (How sexual choice shaped the evolution of human nature)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