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론 제9강. 투표행태 3: 합리적 선택과 투표행태 신라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이 동 윤
1. 합리적 선택(rational choice)이란 무엇인가? ○ 바로 경제다, 바보야! (It's economy, stupid) -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클린턴(William J. Clinton) vs. 부시(George H. W. Bush) 대결에서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 클린턴 후보 승리 - 경제라는 쉬운 이슈를 통해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 유도 ○ 합리적 선택의 전제조건: 유권자의 투표행위가 합리적인가? 유권자 투표행위가 합리적이라면, 합리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① 유권자는 합리적(rational)이다. - 합리성이란 주어진 정보 내에서 단위당 투입자원을 최소화하여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획득하고자 추구하는 행위 - 유권자가 합리적이란 의미는 유권자가 자신의 이익을 인식하고, 이러한 이익을 수행하는데 가장 적합한 후보자를 판별 후, 가장 잘 봉사할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
② 도구적 합리성(instrumental rationality) - 유권자는 자신의 정치적 선호도를 결정하고, 이 선호도가 실현될 수 있도록 행동 - 유권자의 투표행위는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 - 유권자가 정책적 대안에 대한 완전한 정보가 없다면, 유권자는 단지 국가 활용 가능한 정보 내에서 투표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에 근거하여 투표 - 이것은 결국 사회심리학적 접근에 따른 정당일체감에 의한 투표가 아니라 경제적 합리성에 따른 투표를 의미 ③ 유권자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political self-interest)에 기반을 두고 투표 - 유권자는 다른 누구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어 투표 - 이 때 자신의 이익이란 정치적 목적과 관련된 이익에 한정 ④ 정보의 불완전성(imperfect information) - 유권자는 후보를 선택할 때 후보에 대한 완벽한 정보(perfect information)를 지니지 못하며, 또한 원하지도 않는다. - 합리적 무지(rationally ignorance): 유권자는 정당을 선택함에 있어 최소한의 필요한 정보만을 원하며, 주어진 정보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의 관점에서 객관적 으로 해석
2. 합리적 선택의 기본이론 ○ 이상의 전제조건을 종합하여 합리적 선택의 수리적 기본이론 도출 - 유권자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인지한 후, 투표행위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투표행위를 통해 현실화 - 유권자들은 후보자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 하에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가장 부합 하는 후보를 판단하여 투표 EU(A) = PrA(x)u(x) + PrA(y)u(y) + PrA(z)u(z) - EU: 기대효용(expected utility), A: 유권자의 투표행위, x·y·z: 정책적 결과, u: 각 정책적 결과에 대한 효용(utility) - EU(A)는 유권자가 A라는 투표행위를 할 경우 유권자에게 보상될 기대효용 의미 2. 합리적 선택의 기본이론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 ○ 회고적 투표란 현직 대통령 또는 현직 국회의원이 재직 시절에 수행했던 업적 또는 재직 시절에 발생했던 사건들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투표 해석
-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은 현직자(incumbent)의 과거 정책수행에 따른 업적과 사건에 기반을 둔 평가에 근거 - 여기서 투표행위는 현직자의 과거의 업적에 대한 유권자의 보상 혹은 처벌로 해석 2)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ing) ○ 전망적 투표란 과거 정책이행 결과에 기반을 두고 선거 시 제시되는 정책적 공약을 평가하고, 유권자의 정책적 입장과 유사한 정책적 입장을 제시하는 정당에게 투표 하는 것 ○ 전망적 투표에 대한 다운즈(Anthony Downs 1957, ch. 3)의 정의 ① 유권자는 현 정부 하에서 받고 있는 효용(utility)과 다른 정당이 집권했을 때 받을 것으로 믿는 기대효용을 비교하여 현재 정당과의 효용 차이(party differential)를 계산 ② 양당정치 하에서 유권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에 투표하되, 3개 정당 이상이 존재하는 다당제에서는 다른 유권자들의 선호도를 함께 고려 ㉠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당이 이길 가능성이 클 경우, 해당 정당에 투표 ㉡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당이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경우, 유권자가 가장 선호하지 않는 정당이 이기는 경우를 막기 위해 이길 가능성이 큰 다른 정당에 투표 ㉢ 그러나 유권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이 [가까운] 미래에 승리할 가능성이 있거나 해당 정당에 대한 지지 표명을 원할 경우, 선호정당에 투표
○ 진성 투표자(sincere voter)와 전략적 투표자(strategic voter) - 진성 투표자란 해당 후보자 또는 정당의 승리 여부에 상관없이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투표하는 유권자 - 전략적 투표자란 투표결정 여부가 해당 후보 또는 정당의 승리가능성에 따라 변동 하는 유권자 3) 회고적-전망적 투표(retrospective-prospective voter) ○ 회고적-전망적 유권자는 회고적 투표와 전망적 투표를 동시에 수행한다. - 합리적 유권자는 회고적 투표자가 하는 바와 같이 과거에 대한 평가도 중요시 하며, 전망적 투표자가 하는 바와 같이 정당이 제시하는 정당정책 공약에 대한 평가도 중요시 - 이러한 두 가지 시각을 잇는 연결고리로서 과거 정당의 업적 평가에 대한 요약치 라고 할 수 있는 정당일체감 사용 - 여기서 정당일체감은 정당의 정책을 평가할 때 주요한 기제로 적용되지만, 성장 과정에서 생성되어 변화하지 않는 연대감이기 보다는 정책 평가에 대한 득점표 (running tally)로서 변동 가능한 연대감
3. 합리적 선택이론의 적실성 ○ 합리적 투표자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또는 평가하는 정책쟁점은 무엇인가? ① 경제 문제와 외교 문제와 관련된 결과물은 친숙하고 명확하기에 일반 유권자들 이 이해하기에 용이(예] 물가와 실업률,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지 악화되고 있는지, 국가가 다른 국가와 전쟁 중인지 아닌지, 세계가 안정적인지 아닌지 등) ② 경제 문제와 외교 문제 관련 이슈들은 규범적으로 바람직한 목적에 대한 합의를 도출(예] 경제적 번영과 평화는 모두가 원하는 가치이자 기대치 존재) ③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획득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의 제시 가능, 방법에 대한 내용 또한 일반 유권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구성 (따라서 합리적으로 무지한 유권자는 선택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즉 공감하기 쉬운 결과와 목적에만 관심, 평가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내용은 합리적으로 외면) 예]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후보의 선거전략: 쉬운 설명만 강조 ○ 유권자의 합리적 투표행태가 성립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① 유권자들은 현직자가 수행한 업적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② 합리적 유권자는 여당의 업적 평가와 야당의 추정된 업적 평가를 비교한다. ③ 합리적 유권자가 경험적으로 적실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정당일체감에 따라 평가의 차별성 제시(여기서 정당일체감은 과거 업적 평가에 대한 요약치)
4. 선거쟁점(electoral issue)과 투표행태 쟁점투표(issue voting)란 무엇인가? ○ 유권자는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정책적 선호를 밝힐 수 있는가? - 가장 중요한 방법은 선거에서 후보들이 제시한 정책공약을 면밀히 살펴보고, 자신의 선호도를 가장 잘 반영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에게 투표 -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의 공약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국민이 원한 것으로서 민주적 정당성을 입증 - 또한 그 공약의 실질적으로 집행된다면, 유권자의 정책적 선호도에 따라 정부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간주 ※ 쟁점투표: 후보자들이 제시한 정책공약에 입각하여 투표하는 행위 ○ 쟁점투표의 당위성에도 불구, 실제 선거에서 쟁점투표가 일어나기 어려운 이유 - 유권자의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 유권자는 선거과정에서 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책 공약에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 유권자는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윤보다 크다. - 만약 선거에서 자신이 던진 한 표가 선거의 결과를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유권자는 후보들의 정책공약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유인을 갖지 만, 실제로 그렇게 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 따라서 유권자가 합리적이라면 후보들의 정책공약에 대한 정보를 수집·분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일부러 합리적 무지 상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가 합리적 무지 상태를 벗어나 후보들의 정책공약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쟁점투표를 하는 기본조건 ① 후보자들의 정책공약이 서로 확연한 차이를 보일 때 쟁점투표 가능 - 메아리방 효과(echo chamber effect): 후보자들이 정책상 명확한 차이를 보일 때, 유권자들은 쟁점투표에 임할 가능성이 크다. - 정당들이 명확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면, 유권자들은 반드시 그에 대해 메아리 처럼 화답하게 된다. ② 쉬운 쟁점(easy issue)과 어려운 쟁점(hard issue): 어떤 성격의 정책 쟁점이 선거의 주된 쟁점이 되는가? - 선거의 쉬운 쟁점은 정책의 목적에 따른 상징적 내용, 어려운 쟁점은 정책의 수단 으로서 기술적 내용으로 구성된다.
- 선거 쟁점은 쉬운 쟁점과 어려운 쟁점으로 구분되며, 선거의 쟁점이 쉬운 쟁점이 되는 경우 유권자들이 쟁점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어려운 쟁점은 기술적이고, 정책적 수단에 초점을 맞추며,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정치적 쟁점으로서 유권자들이 이해하는데 비용이 소요되어 반응하기 어렵다. 2) 쟁점투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 공간투표이론(Spatial Theory of Voting) - 각각의 유권자는 특정한 정책적 쟁점 차원에서 자신의 선호 지점을 인지 - 선거에 출마한 후보 각각의 정책적 입장도 똑같은 쟁점 차원의 한 지점에 위치 - 유권자는 쟁점 차원에서 자신의 선호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놓인 후보자에게 투표 - 결국 유권자의 투표결정은 후보의 정책적 입장이 자신의 입장과 얼마나 가까운지 에 따라 결정되므로 이른바 근접이론(proximity theory)으로도 불린다. 사례] 결국 유권자 V1은 정책 쟁점의 거리가 가까운 C1 후보에게 투표
○ 방향성 투표 이론(Directional Theory of Voting) - 특정한 정책 쟁점이 주어졌을 때 유권자가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은 두 개의 상반 된 관점으로 구성된 쟁점에서 자신이 어느 편에 속하는지 결정 - 특정 쟁점에서 자신의 입장이 정리된 유권자는 같은 방법으로 각 후보가 이 쟁점 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고려 - 공간투표이론과 달리 방향성 투표이론은 유권자는 어떤 후보가 자신의 입장과 같은 편에 있는가에 따라 투표 - 용인 지역(region of acceptability): 유권자는 선명한 입장을 표명하는 후보 자를 선호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면 자신의 지지를 철회한다. 사례] 결국 유권자 V1은 정책 쟁점의 거리가 가까운 C1 후보가 아니라 정책적 방향성이 가장 가까운 C2 후보에게 투표
3) 대표적 쟁점투표로서의 경제투표 ○ 경제투표: 유권자가 경제문제를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간주하고 경제에 대한 평가에 입각해 투표를 결정하는 투표행태 ○ 전망적 투표와 회고적 투표 - 전망적 투표는 유권자는 과거나 현재의 경제 상태가 아니라 미래의 경제 상태를 고려하여 투표를 결정한다는 것 - 회고적 투표는 전망적 투표와 달리 현재의 정부가 집권하고 있었던 기간 동안 경제 상황이 어떠하였는지를 평가하고 만약 좋았다면 집권당에게 투표, 나빴다면 다른 정당에게 투표함으로써 집권정당을 처벌한다는 것 - 현재로서는 두 요소 모두 유권자들의 투표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 경향이다. ○ 돈지갑 투표(Pocketbook Voting)와 사회경제적 투표(Sociotropic Voting) - 돈지갑 투표: 유권자의 개인적 경제 상황에 따라 투표대상이 결정되는 것, 집권당 집권기간 동안 유권자의 돈지갑이 두둑해졌다면 집권당에게 투표한다는 논리 - 사회경제적 투표: 유권자가 국가 전체의 경제적 상황을 투표결정의 판단 근거로 사용하는 것로서 유권자가 국가 경제적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냐에 따라 투표
5. 한국에서의 합리적 선택이론 적용 ○ 한국 유권자의 투표행태를 설명하는데 있어 합리적 선택이론은 적실성이 있는가? -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론 대두로 한국의 유권자 또한 회고적 투표 경향을 표출 -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 선호정당에 따른 국가경제 평가의 차이가 투표결과 로 연결됨으로써 정당일체감을 통해 정책을 평가하는 경향 확인 - 한국의 지역주의 투표행태: 1987년 대통령 선거 이후 급속히 강화된 지역주의 성향의 투표는 과거 역대 대통령의 출신지역에 따른 지역차별 정책의 결과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으로서 합리적 선택의 한 범주인 회고적 투표행태로 간주 ○ 한국에서 쟁점투표는 현실성이 있으며 적용 가능한가? - 민주화 이후 한국의 선거결과는 거의 대부분 지역주의에 의해 투표가 결정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론적 적용 가능성 취약 - 그러나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의 경우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회 고적 평가가 선거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 - 현실적으로 한국 유권자들의 투표행태는 강력한 지역주의 영향력 안에서도 한국 유권자들이 경제적 평가를 투표결정에 반용하고 있다.
[토론주제] 주제 1. 여러분들은 회고적 투표 경향과 전망적 투표 경향 중 어떤 투표 경향을 지니고 있는가? 주제 2. 최근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은 유권자들이 쟁점투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주제 3. 만약 당신이 한국의 선거과정에서 실제로 쟁점이 되었던 선거쟁점(예를 들어 행정수도 이전, 대운하 건설)을 대상으로 선호도를 결정한다면, 공간 투표 방식과 방향성 투표 방식 중 어떤 방식으로 투표를 결정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