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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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신문 주요 글모음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취재일기] 한국 원전이 가야 할 새 길 4가지 중앙 2011 4 2 ① 노후 원전은 과감히 포기하자 ② 과거 기준 넘는 안전 대책을 ③ 감독기구 독립, 투명성 높여야 ④ 새 원전 부담 국민도 나눠야 “방사선은 사람을 안 가린다. 다른 사람이 위험하면 나도 위험하다. 왜 진실을 숨기겠나. 안전하니까 안전하다고 하는 거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이은철 교수의 얘기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언론 인터뷰에서 “방사성 물질이 날아와도 미량이라 위험하지 않다” “한국 원전은 일본 원전에 비해 안전하다”고 했다가 “거짓말 한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기자에게 “제발 (전문가의 말을) 믿으라고 써달라”고 부탁했다. 원전과 방사선 피폭에 대한 일반인들의 공포와 우려가 현재 어느 수준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전문가들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다. 확실히 한국은 일본에 비해 대형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낮다. 한국 원전이 일본 원전에 비해 다양한 안전 대책을 갖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분명히 인정하는 점이 하나 있다. 후쿠시마 사태가 ‘원전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점이다. 아무리 대비를 해도 예상을 뛰어넘는 천재지변 앞에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모두가 확인했다. 일반인들의 원전 공포를 ‘비이성적’이라고 흘려버릴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참에 원전을 포기하자”는 일부의 주장은 무책임하다. 한국은 이미 전력생산의 36.7%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 마땅한 대안도 없이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원전을 포기하자는 건 비현실적이다. 본지 특별취재팀은 그래서 ‘한국 원전 새 길을 묻는다’ 시리즈를 통해 ‘제3의 대안’을 제안했다. 첫째, 정부엔 국민의 불안감을 걷어내기 위해 노후 원전을 과감히 포기하자고 했다.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후쿠시마의 교훈’을 받아들여 과거와 획기적으로 다른 안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셋째, 원전 감독 기구를 독립시켜 안전 투명성을 높이자고 했다. 넷째, 국민에겐 원전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안전한 새 원전을 짓기 위한 부담(전기료 인상 등)을 나눠 지자고 했다. 이제 정부와 국민의 지혜로운 선택을 기대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긴급 진단 - 한국 원전 새 길을 묻다 (下) 원전 ‘업그레이드’의 길 중앙 2011 4 1 긴급 진단 - 한국 원전 새 길을 묻다 (下) 원전 ‘업그레이드’의 길 중앙 2011 4 1 월성1호기는 내년이면 설계수명이 종료된다. 이처럼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을 종료와 동시에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논란이 있다.최교서 한국수력원자력㈜ 언론홍보팀장은 “원자로 하나를 지으려면 3조원 정도 필요한데, 6000억원 들여 주요 부품을 교환한 뒤 계속 가동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라며 “미국도 104기 중 절반이 수명을 연장한 것”이라고 말했다.최 팀장은 또 “경제성뿐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참여해 수백 개 항목을 검사하기 때문에 안전성도 확보된다”며 “연장 운전 중인 고리 1호기도 지난 3년간 고장 한 번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합의되지 않은 수명 연장으로 불안감이 쌓인 상태에서 이번처럼 사고를 당할 경우 더 큰 불신과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돈이 아깝다고 무턱대고 수명을 연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한 사실은 오래된 원전보다는 새 원전이 사고 확률이 낮다는 점이다. 부품이 새것일 뿐만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안전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문제는 수명이 다한 원전을 폐쇄할 경우 즉각 다른 대안이 필요해진다는 점이다. 원전이 멈춘다면 그만큼 전력 수급에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돈 문제로 연결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어차피 발전소 건설 비용은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해 충당하는데 현재 신용등급이 나쁘지 않아 조달이 어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투자비용을 회수하려면 여기서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한다. 현재 한전은 건설비용만큼 늘어난 원가를 보상해줄 여력이 없다.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방침 때문에 3년째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전기 구입비만 올려주면 한전이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방법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현재 90% 안팎인 원가보상률을 최소한 100%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결국 안전 때문에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을 폐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의 ‘통 큰 결단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AIST 원자력공학과 장순흥 교수는 “신규 대체 원전 건설에 대한 비용 분담을 국민이 수용한다면 정부로서는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은 ‘중고 원전’에 대한 심리적 불안을 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국제적 공동 관리를 위해 1957년 유엔이 설립한 기구다. 145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본부는 오스트리아 빈에 있다. 원전의 안전기준을 제정하고 핵물질이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각국에서 원전의 수명을 연장할 때 전문가를 파견해 안전성을 평가하기도 한다.현재 정부의 원전 관련 업무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가 나눠 맡고 있다. 교과부가 안전(심의·검사 등)과 진흥(연구개발 등) 분야, 지경부가 발전(원전 건설·운영 등)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 규제·감독 기관이 진흥 분야를 함께 맡는 것은 운동경기 심판이 직접 선수로 뛰며 경기를 진행하는 격이다. 안전 규제 관련 독립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정부와 한나라당이 지난달 25일 당정회의를 열고 원전 안전업무를 전담하는 독립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안전위)’를 7월까지 설립하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교과부의 안전 관련 기능을 따로 떼어내 독립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때늦은 감이 있다”는 반응이다. 미국(1974년)·프랑스(2007년) 등 원전 선진국은 진작부터 각각 대통령과 총리 직속의 독립 기관이 원전 규제를 담당해 왔다. 반면 이번에 사고를 낸 일본은 한국과 같이 원전 진흥업무를 담당하는 경제산업성 산하에 관련 규제 기구를 두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두언(2009년)·권영길(2010년) 의원 등이 각각 안전위 설치 법안을 발의했지만 지금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가 불거지고 나서야 당정이 허겁지겁 나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안전 경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운영사인 도쿄전력(TEPCO)은 “지진·쓰나미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뉴욕 타임스(NYT) 등 외신은 이번 사고에 앞서 다양한 형태의 ‘위험 경보’가 있었지만 TEPCO가 이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1970년대 초반 가동에 들어간 후쿠시마 원전은 해발 4m 부지에 지어졌다. 1960년 칠레에서 발생한 역사상 최악의 지진(규모 9.5) 때 발생한 쓰나미가 3.2m 높이였다는 점 등을 반영한 설계였다. 하지만 이후 지진·쓰나미 예측 기술이 발달하면서 TEPCO는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쓰나미 예상치를 최대 5.4~5.7m(2002년), 6m 이상(2007년) 등으로 올렸다. TEPCO는 그러나 냉각수 공급용 비상 전기펌프 위치를 20㎝ 올렸을 뿐 쓰나미 방벽 등은 설치하지 않았다.지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7년 니가타(新潟) 지방을 강타한 지진으로 TEPCO가 운영하는 가시와자키(柏崎)시 가리와(刈羽) 원전에서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지진 규모는 설계 예상치의 2.5배에 달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지진이 원전을 덮칠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선례였다. 하지만 TEPCO는 이번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지진이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도 지진·쓰나미 관련 과거 원전 기준만 따지지 말고 획기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오만한 과학, 돈에 눈먼 민영화…썩은 정치세력 퇴출이 급선무 한겨레 2011 3 31 오만한 과학, 돈에 눈먼 민영화…썩은 정치세력 퇴출이 급선무 한겨레 2011 3 31 초보적인 자연재해인 태풍이나 홍수에도 연례행사처럼 당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화산과 지진까지도 확실하게 대비하여 과학문명의 극치를 자랑해 왔다. 진도 7.9의 간토대지진(1923)은 9만9000여명, 한국인만도 2000~6000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한국인 희생자는 정확한 통계도 피해 보상도 없었다. “조선인(또한 중국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며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는 언론의 거짓 선동에 흥분한 일인들이 자경단을 조직해 죽창이나 몽둥이로 죽였다. 그 8년 뒤 ‘만주사변’을 일으킬 정도로 ‘대일본제국’은 건재했고, 이 비극은 일본에서 ‘방재(防災)의 날’로 남아있다. 72년 뒤 진도 7.3의 한신·아와지 대지진(1995)의 괴력은 6400여명의 희생자를 냈지만 불과 1년여 만에 복구했고, 이때 보여준 일본인들의 질서의식은 세계의 경탄을 자아냈다. 한신대지진 이후 16년 만의 동일본대지진은 충격이었지만 워낙 경이의 나라인지라 그 폐허를 금세 성형수술 해버릴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쓰나미가 닥쳤다. 그 참상을 담아낸 화면을 보노라면 누구라도 측은지심에 사로잡히게 되고 만다. 피해 지역이 어느 나라, 어떤 사상, 어떤 신앙이든, 아니 모든 생명체는 물론이고 도로나 집 같은 무생물체에까지도 처절한 연민이 솟구친다. 이런 정황에서 ‘하나님의 경고’니 ‘천벌’ 운운은 지진에 뒤지지 않는 충격이었다. 신앙이나 사상이 다른 대상의 불행도 ‘기회’로 받아들이는 이 견고한 배타주의가 하늘의 뜻인지는 모르지만,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이 통곡할 일이다. 정작 자연재해보다 더 끔찍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지진과 쓰나미만이었다면 이미 일본은 지금쯤 빈틈없는 복구의 발길로 세계인의 존경과 부러움을 사고 있을 것이다. 전전긍긍하며 세계인의 두통거리가 되고 있는 건 과학의 오만이 낳은 재해, 원자력 발전 시설 때문이다. 비극의 배경에는 돈만 된다면 뭐든 민영화하는 자본주의의 부패한 보수주의 정권, 문제의 원자력발전소조차도 민영화한 자민당의 과오가 깔려 있다. 생명과 자연의 안전보다 손익계산을 앞세우는 개발위주의 유일 신앙이 그 원죄다.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거기에다 댐 붕괴 걱정까지 덧붙겠지만, 하나 다행한 것은 아직 원자력 발전소는 민영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 국민의 위기 속 질서의식, 그 조용함은 이제 찬양의 대상이 아니라 부패한 자본주의적 기업윤리와 천황제 이데올로기의 핵융합의 산물, 일종의 체제 순응주의임을 깨달을 때가 되었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숙명처럼 끈질기게 기다리는 그 조용함의 미덕은 진정한 민주주의 혁명을 한 번도 이룩해 본 적이 없는 국민적 체질이다. 세계 유일의 화석화된 천황제 자본주의의 토양에서 자라난 수동적 인간상의 상징이다. 그 의연함은 천황의 뜻이라면 남의 나라를 잔인무도하게 짓밟을 수 있었던 사람들의 변형에 다름 아니다. 여전히 ‘조선 점령’은 정당했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우겨대는 의연함이기도 하다. 국민 다수는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보수주의 정당 지지자들로 여전히 인간의 존엄성보다 사기업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사회체제에 동의하고 있다. 엄청난 인재를 당하고도 언론이나 지식인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크지 않은 건 내일의 일본은 물론이고 지구촌 전체를 위태롭게 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자연은 지구촌 모두의 삶의 터전으로 어느 모서리가 상처 나도 당장 우리의 삶이 상처를 입기 때문에 우리는 일본의 비극을 치유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두 나라의 시민연대로 자연을 파괴하는 썩은 정치세력을 영원히 몰아내는 게 급선무이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진짜 ‘유언비어’는 원전 안전신화 미디어오늘 2011 3 30 진짜 ‘유언비어’는 원전 안전신화 미디어오늘 2011 3 30 언론, 정부 발표 앵무새처럼 따라하기… 국민 불신 후폭풍 자초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2011.03.30 14:20:13 한반도는 더 이상 일본 방사능 위험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일본 방사성 물질이 전국에서 측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는 정부와 언론이 일본 원전사고와 방사능 위험을 둘러싼 국내 우려를 ‘유언비어’로 치부했다는 점이다. 정부 발표를 앵무새처럼 따라가며 ‘안전하다’ 돌림노래를 부르던 언론은 ‘국민 불신’이라는 후폭풍에 휘말렸다. “방사능 한반도로 오지 않는다.” 중앙일보가 3월 18일자 33면에 내보낸 칼럼 제목이다.전영신 기상청 황사연구과장은 칼럼에서 “한때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몰려온다는 유언비어까지 있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과학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된다”고 단언했다. ▷‘원전 전문가’의 성급한 단언=일본 대지진으로 촉발된 원전 사고와 방사능 위험은 한국사회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의 현주소를 보여준 중요한 계기였다. 언론은 여러 전문가 얘기를 전하면서 그들 주장과는 다른 의문을 품은 일반인들을 향해 ‘유언비어’ 족쇄를 채워갔다. 일반인이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뒤엎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영향으로 전국 12개 지방측정소에서 요오드.세슘 등 극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확인 된 가운데 29일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기상청 관계자 답변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땀을 닦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전문가가 전혀 전문가답지 않게 ‘합리적 의문’을 스스로 차단한 모습을 보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명박 대통령도 3월 21일 라디오연설에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면서 자신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는 “일본의 방사성 물질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바람의 방향과 상관없이 우리나라까지 날아올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기상청 황사연구과장 주장은 모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발표가 그렇다. 한반도에 일본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와 세슘 등이 검출됐다는 점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이 3월 29일 정부중앙청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합리적 의문’ 차단한 언론=정부와 언론,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국민 앞에서 단언한 주장들은 불과 며칠 사이에 뒤집히고 있다. 특히 언론이 보여준 모습은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원전은 효용성 있는 에너지 원천이지만, 국내에서는 그 위험성이 간과된 측면도 있다. 언론은 지난 2009년 연말 이명박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원전 안전신화’ ‘원전 경제신화’를 부풀렸다. 이번에 일본 원전 사고로 방사능 유출 위험이 증폭되는 상황에서도 한반도 유입 가능성을 일축하는 등 정부 발표를 ‘앵무새’처럼 전하는 모습이었다.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 중 하나는 ‘유언비어’와 ‘합리적 의문’을 구분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방사능 위험에 대한 합리적 의문마저 ‘색깔논리’를 들이대며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3월 22일자 <과학도 사실도 안 믿는 ‘불신사회, 미신국가’>라는 사설에서 ‘방사능 낙진’ 우려 등을 언급하면서 “과학적 근거는 제쳐두고 믿고 싶은 것만 떠드는 세력이 판을 치는 나라는 미신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친북 반미 반정부를 위해서는 과학과 사실마저 부정하니 사이비 종교를 믿는 맹목의 신자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주장했다. ▷언론의 말 바꾸기, 자초한 불신=이 대통령은 전문가 공통된 의견이라면서 방사성 물질은 한반도로 날아올 수 없다고 주장했고, 동아일보는 방사성 낙진 등을 우려하는 이들을 향해 ‘과학과 사실마저 부정하는 맹목의 신자’에 비유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3월 29일자 1면 <서울 등 전국 8곳서 방사성 요오드 검출>이라는 기사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23일 강원도에서 ‘제논(Xe)133’이 측정된 데 이어 28일에는 일본 원전에서 대량 누출되고 있는 방사성 요오드가 서울 등 전국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정부와 언론이 ‘유언비어’로 몰고 갔던 한반도 방사성 물질 검출은 이미 사실로 드러났고, 보수언론이 이 사실을 전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바뀐 풍경이다. ▷한나라당도 ‘원전 괴담’ 논리 반성=‘원전 안전신화’를 써내려갔던 언론의 주장이 타당한 것이었는지, 오히려 국민 불신을 자초한 ‘유언비어’는 아니었는지 생각해볼 부분이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지난 28일 정부의 원전 확대정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를 겪으며,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원전 건설 중단을 선언한 것을 교훈 삼아, 정부는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는 허황된 믿음을 버리고, 위험천만한 원자력발전소 확대정책을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언론이 만들어낸 ‘한반도 방사능 안전지대’ 주장은 야당과 환경단체는 물론 보수언론과 여당 대변인까지 우려를 전할 정도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정부는 그동안 편서풍을 근거로 우리나라는 절대 안전하다며 방사능 유입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조차 괴담으로 치부해왔다”면서 “정부가 아무리 검출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고 강변한다 해도 그동안 쌓인 국민 불안과 불신까지 떨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스리마일섬, 체르노빌, 후쿠시마 한겨레 2011 3 26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온 세계의 눈과 귀가 후쿠시마에 고정되어 있다. 원자력발전소가 잘못되면 몇만의 죄 없는 사람들을 삼킨 도호쿠 대지진보다 더 참혹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500명 이상으로 늘어난 결사대의 방사선 피폭을 무릅쓴 사투가 눈물겹다. 세계 최초의 원폭 피해국인 일본이 또다시 희생당하는 불행은 안 된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한국인 4만명을 포함한 15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피폭자들은 66년이 지난 오늘도 원자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원자폭탄의 개발을 건의한 아인슈타인, 맨해튼계획을 총지휘한 오펜하이머, 수소폭탄의 아버지 사하로프마저 모두 반핵으로 돌아섰다. 50년대 정상급 과학자들이 벌인 반핵운동의 목표는 대기권 핵실험의 중지였다. 방사성 낙진이 인간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폴링은 이 운동을 평가받아 1962년 평화상도 받았다. 1954년 소련이 시험 삼아 만든 원자력발전소는 영국, 미국으로 퍼져나갔고 70년대 석유위기가 오면서 에너지원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방사능 오염의 위험 때문에 곧 거센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섬(TMI)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는 큰 충격이었다. 다행히 사고는 재빨리 수습되었지만 오염된 지역에서 암환자와 기형아가 크게 늘어났다. 1986년, 지금은 우크라이나로 들어간 소련 체르노빌에서 방호벽 없는 원자로가 녹아내린 사고는 최악의 재앙이었다. 즉각적인 인명피해는 몇천명이었지만 방사선에 오염된 인구는 몇백만명을 넘어섰으며 유럽 전역의 농축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이 충격으로 원자력발전은 오랫동안 크게 제동이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면서 기후변화가 갑자기 악화하면서 원자력은 저탄소 청정에너지로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후쿠시마의 비극은 세계 흐름의 반전을 가져왔다. 독일이 원전 재가동을 취소했고, 중국이 원전 건설을 보류했다. 일본의 도카이 1호기보다 12년 늦게 1978년 고리 1호기를 가동한 한국은 21기를 운영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력의 59%를 원전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에 부풀어 있다. 그동안 한국은 원전 건설 기술을 거의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맹렬히 뛰는 원전 강국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발전은 곡절이 많았다. 크고 작은 사고가 적지 않았으며 방사성물질 폐기장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렀다. 공해추방운동연합에서 환경운동연합으로 이어진 반핵운동도 30년 가까이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다. 2004년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현재는 독립기관)는 원자력문화재단까지 참여시켜 ‘원자력 중심의 전력정책’을 주제로 시민합의회의를 열었다. 덴마크에서 시작한 합의회의는 주요 사회문제에 관해 시민들이 전문가들의 집중강의를 듣고 토론한 끝에 결론을 내리는데 합의사항은 정책에 반영된다. 그때 정부의 전력정책을 비판하고 원자력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합의회의의 결론은 주류 언론의 외면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정부가 무시해 성과가 없었다. 4월17일 환경재단과 환경운동연합이 ‘원자력발전 안전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이튿날 각계인사 77인이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결론은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에 기반을 둔 새로운 에너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오랫동안 과학에 대한 맹신과 성장만이 지상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었다. 무섭게 진행하는 기후변화와 빈발하는 자연재앙은 인간의 겸허와 반성을 강요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과학이 만능이 아님을 깨닫고 과학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단순한 지식을 넘어 온갖 지혜를 총동원할 때 인류의 앞날에 희망을 걸 수 있을 것이다. 후쿠시마의 비극이 우리 모두의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송상용 교수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좀비’ 냉각탑 우두커니…스리마일섬 ‘불안한 평화’ 원전사고 뒤 32년, 그 현장을 가다 한겨레 2011 3 27 ‘좀비’ 냉각탑 우두커니…스리마일섬 ‘불안한 평화’ 원전사고 뒤 32년, 그 현장을 가다 한겨레 2011 3 27 22일 워싱턴에서 3시간을 달려 자동차가 펜실베이니아주 미들타운의 서스쿼해나강을 건널 때, 오른쪽에서 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나는 게 보였다. 32년 전 원자력 사고가 일어난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에서 나오는 수증기다. 섬 길이가 3마일(약 4.83㎞)쯤 되는 좁고 길다란 스리마일섬에는 원자력발전소 외에 다른 시설이 없고, 섬으로 통하는 좁다란 다리 입구에는 ‘출입금지’ 경고 팻말이 붙어있다. 냉각탑은 모두 4개다. 수증기는 가동중인 오른쪽 2개의 냉각탑에서만 올라온다. 맞은 편에 덩그러니 서있는 왼쪽 2개의 냉각탑이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난 곳이다. 1979년 3월28일, 스리마일 발전소의 제2원자로에서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 융해 사고가 일어났다. 원자로 온도가 급상승해 노심 절반 이상이 녹았다. 다행히 폭발 직전에 냉각펌프가 작동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상당한 양의 방사능 누출은 피하지 못했다. 당시 인근 주민 20만명이 대탈출 소동을 벌였다. 그러나 지금 스리마일 원전 주변은 오래된 집들이 강 건너편에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고, 강에는 보트놀이, 낚시 안내판도 보이는 등 평화롭기만 하다. 미들타운은 인구 1만명의 소도시로, 대부분 주민들이 이곳에서 나서 살아가는 오래된 마을이다. 찰리 앤더슨(47·병원 직원)은 “15살이었다. 학교에서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고, 집으로 달려왔다. 부모님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마을을 떠나는데 평소에는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2차선 도로가 꽉 막혔다. 1주일 정도 호텔에 머물다 돌아왔다”며 사고 당시를 들려줬다. 그러나 앤더슨은 “지금? 사고가 다시 일어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들 대부분 생각이 비슷했다. 강 건너 냉각탑에서 피어나는 허연 뭉게구름, 쌍둥이처럼 그 옆에 서있는 ‘좀비’ 냉각탑은 어릴 적부터 봐온 익숙한 고향의 풍경일 뿐이다. 원전 인근에서 만난 62살 개리 피터슨과 멜레인 거트는 이곳에서 자란 소꿉친구로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했으나, 지금도 친구다. 사고 당시 멜레인은 시청 공무원이었다. 게리는 “놀고 있었지”라고 멜레인이 대신 말해준다. ‘그날’, 멜레인은 “딸아이를 찾기 위해 유치원으로 달렸다. 사람들 모두 패닉 상태였다. 어디로 가야할지 전혀 모른 채 무작정 도망갔다”고 말했다. 게리는 “위험지역은 ‘원전 인근 10마일’이라고 했지만, 펜실베이니아주 3분의 1이 움직였다”고 회상했다. 펜실베이니아(11.6만㎢)는 남한(10.0만㎢) 보다 넓다. 그러나 이들도 지금은 “괜찮고, 괜찮을 것”이라며 “일본은 지진이 원인이지만, 이곳은 사람의 실수였다.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사고 이후 도시를 떠난 사람은 없느냐’고 물어보니, “있었겠지만, 미미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미들타운의 인구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로버트 라이드 미들타운 시장은 최근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일본 원전 사고가 스리마일의 기억을 되살려주고 있지만, 스리마일 원전은 1979년 그때보다 훨씬 더 안전해졌다”고 말했다. 스리마일 원전 훈련센터에서 실내 작업을 하던 브래드 설리반(31·건축공)은 원전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때 2살이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 역시 ‘안전’을 자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사능 유출보다 실업이 더 무섭다”며 “이 도시에는 저 원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스리마일 원전은 인근 8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한다. 지금도 미들타운은 여러 개의 원전 대피소를 운영하고 있고, 전화번호부에는 원전 사고시 탈출경로를 그린 지도가 붙어있다. 또 주민 1만명인 이곳에 3만명에게 투여할 수 있는 요오드화칼륨(방사선 피폭 치료제)도 비축돼 있다. 원전 운영회사는 지방정부 당국과 협조하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비상대피 훈련을 실시한다. 오는 4월12일에도 훈련이 예정돼 있다. 방사선 노출 영향 조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30군데의 방사선 모니터링 네트워크를 구축해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년 사고가 일어난 시점인 3월28일 새벽 4시를 기해 원전 반대론자들이 발전소 앞에서 사고 이후 발견된 등 굽은 물고기, 돌연변이 채소 등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인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2년 전 펴낸 보고서에서 “원전 인근 5마일 안에 사는 3만2000명의 주민을 조사한 결과, 암 발생 이상증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고서는 “사고 이전에 원자력 전문가들은 방사능 안전을 자신했다. 그러나 그 자신감은 1979년 3월28일, 무너졌다”며 “활동가들은 원전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원전 당국도 위험 가능성을 과소평가한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가 보여주듯, ‘원전의 평화’란 불안한 평화다. 주민들은 어쩌면 그걸 잊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스리마일 사고 뒤, 일본은 미 원전 당국에 1800만달러를 기부했다. 그리고 20명의 핵 기술자들이 10년 동안 스리마일 섬 주변에 살면서 스리마일 원전의 구조, 사고 원인, 대처 방법 등을 철저히 연구했다. 1989년 일본 기술자들은 섬을 떠나면서 발전소에 10여그루의 벚꽃 나무를 심었다. 해마다 스리마일 사고가 일어난 3월28일께, 벚꽃은 핀다. 미들타운(펜실베이니아)/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원자력 전기의 '진짜 가격‘ 조선 2011 3 25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원자력 전기의 '진짜 가격‘ 조선 2011 3 25 2009년판 원자력발전백서를 보면 원자력발전소에서 한전에 파는 전기의 단가는 1㎾h당 39원, 석탄발전소는 51원이다. 이것만 보고 원자력을 '싼 전기'로 단정하는 건 섣부르다. 원자력엔 요금에 반영되지 않은 비용들이 많다. 우선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이 그렇다. 사용후핵연료는 지금 원자력발전소 안에 쌓여 있지만 언젠가는 비용을 들여 처리해야 한다. 원자력 전기의 단가엔 당연히 이 비용이 포함돼 있어야 맞다. 원전 운용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2009년 방사성폐기물관리법 시행 뒤로는 연(年) 2500억원 정도의 사용후핵연료 처리비를 국가에 내고 있다. 하지만 2008년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비용 3조6000억원은 마련해놓지 못했다. 이 돈은 나중에 전기 소비자들 고지서에 추가될 수밖에 없다. 원전 해체철거 비용도 마찬가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의 수명연장은 쉽지 않게 됐다. 당장 금년 상반기 안에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지어야 한다. 원전 해체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스리마일의 경우 14년이 걸렸다. 황일순 서울대 교수는 원전 1기당 철거해체 비용을 6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우리는 1978년 이후 18개월마다 1기씩의 속도로 21기의 원전을 지었다. 앞으로 원전 해체철거가 시작되면 18개월마다 6000억원씩 들여 원전을 철거해야 한다. 한수원이 이를 위해 적립해놓은 돈은 없다. 결국 이 비용도 전기 소비자 고지서에 얹히게 될 것이다. 원전에서 한번 사고가 나면 거대사고가 된다. 그래서 보험회사들은 보상한도액 상한(上限)을 그어놓고 보험 가입을 받았다. 발전소가 입는 재산 피해의 보상 한도액은 사고당 10억달러다. 지역주민 등의 피해에 대해선 한수원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손해배상 상한선이 원전단지당 500억원밖에 안 된다. 500억원 이상 5300억원까지는 정부가 피해보상을 부분 지원하고, 5300억원이 넘는 피해는 정부가 다 떠맡게 돼 있다. 큰 사고가 터지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형태는 아니더라도 국민 부담이다. 원전 건설·운용 과정에서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정부는 1986년부터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를 찾다가 19년 만인 2005년에야 경주로 낙착을 봤다. 그 사이 안면도(1990년)·부안(2003년)에서 준(準)민란 수준의 혼란을 겪었다. 향후 고준위폐기물 처리장 부지도 구해야 한다. 이런 사회비용 역시 전기요금 고지서에 오르지는 않지만 국민이 짊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이런 부담을 가격으로 따진다면 얼마나 되는 것일까. 원자력엔 단점만 아니라 단점을 상쇄할 수도 있는 장점들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극히 적고, 대기오염 물질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공정한 평가를 하려면 이런 플러스 부분까지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계산은 냉정하고 합리적이기가 힘들다. 원자력 사고는 발생 확률은 '0'에 가깝지만 한번 터지면 피해는 측정 불가(不可) 수준이다. 이런 종류의 리스크는 '위험 크기×발생 확률'이라는 단순공식으로 풀기 어렵다. 이른바 '영-무한대 딜레마(zero-infinity dilemma)'의 전형이다. 예를 들어 수술 의사가 '사망 확률이 1000분의 1'이라고 설명했다고 치자. 목숨의 1000분의 1만 떼어내 희생시킬 방법이 없다. 환자는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죽을 수 있다는 공포를 떨쳐내기 힘들다. 원자력은 국민이 갖는 이런 공포를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문제다. 한삼희 논설위원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비리 원전'이 안전할까 한국 2011 3 24 원자력발전소는 비리 위에 세워진 바벨탑이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원전 공사 때마다 수주 및 편의의 대가로 뇌물을 화끈하게 먹고 먹였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몇몇은 삐죽 그 실체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6공 비리 수사에 화력을 집중했다. 검찰의 칼날이 전 정권 실세들과 재벌들에게 겨눠져 사정 공포 지수를 한껏 높이더니 1994년에는 마침내 한국전력 원전 비리 사건이 터졌다. 수사를 통해 안병화(전 상공부 장관) 전 한전 사장이 91년 10월부터 다음 해 10월까지 한전이 발주한 원전 공사와 관련, 사례비 및 시공상 편의비 등 명목으로 4개 유수 기업들로부터 9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기업들이 이렇게 뇌물을 주면서 원전을 제대로 지었을 리는 없어 보인다. 뇌물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규모는 아니지만 2001년에도 원전 공사 비리가 터졌다. 원전 유지ㆍ보수 공사를 시행하는 공기업인 한전기공의 고리2사업소 소장과 팀장 2명이 고리원전3, 4호기의 유지 및 보수 공사를 하면서 하도급 업체 6곳과 짜고 모두 19회에 걸쳐 공사를 허위로 발주하거나 공사비를 과다 계상한 뒤 하도급 업체에게 공사비로 지급하고는 리베이트 명목으로 모두 1억4,237만원을 되돌려 받은 사건이었다. 이들이 허위 발주한 공사 4건는 원전 강호돔 강화 등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것들이었다. 이 공사들은 원래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돼 있으나 이들은 허위 발주로 그렇게 한 것처럼 꾸민 뒤 용역원 등에게 일을 시켰다. 지난해에도 신울진1, 2호기 건설 공사 추진 과정에서 전 한국수력원자력 신울진건설소 소장과 차장 2명, 팀장 1명이 가짜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판공비 2억1,000만원을 횡령한 사건이 있었다. 물론 원전 안전을 해친 사건은 아니지만 원전 공사 과정에서 돈을 횡령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 보여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원전들이 도호쿠(東北)대지진으로 허망하게 허물어지자 한국 원전 담당자들이 가장 먼저 한 얘기는 "우리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한국 원전은 전기 공급이 끊겼을 때 비상디젤발전기(EDG) 대체교류전원(AAC) 등이 이중삼중으로 받치고 있으며, 역대 지진 강도 등을 고려해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지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쓰나미가 이 정도로 높게 밀려와 EDG 등에 물이 찰 거라는 생각은 평상시에 전혀 해 보지 못했다"는 한 공무원의 고백이나 "역대 지진을 감안해 원전을 지었다는데 한국에서의 지진 관측 역사는 수십 년에 불과하고 근대 이전 역사 기록을 보면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일어난 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환경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으면 도대체 믿음이 안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 장담이니 믿을 수밖에. 그러나 이를 다 믿는다 해도 결정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원전이 비리 위에 건설됐다는 점이다. 비리로 제 돈 안 들이고 만들거나 관리하는 원전은 부실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은 원전 당국이 예상하지 못하는 안전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원전 당국은 23일부터 원전 전체에 대한 종합 점검을 시작했다. 일본 원전이 이렇게 문제를 일으킨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점검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까지 주요 계약서를 전부 꺼내 놓고 비리가 없었는지, 있었다면 이 때문에 부실하게 이뤄진 공사는 없는지 면밀하게 보는 것이다. 이은호 문화부장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원자력 발전소 문 닫게 하는 길 경남도민일보 2011 3 23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진도 9.0 큰 지진이 일어난 지 어느새 열흘이 지나갑니다. 지난 열흘 동안 방송과 인터넷으로 보고 듣고 읽은 영상과 글이 제 몸과 마음을 마구 흔들어놓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 일은 지진이라는 자연현상이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었을 뿐, 결코 일본 사람만의 재앙으로 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닷속 깊은 데서 일어난 큰 지진은 높이 10미터나 되는 쓰나미를 일으켜서 바닷가의 모든 것을 휩쓸어버렸습니다. 엄청난 힘으로 밀어닥친 큰 물살에 삶의 터전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쓸려나갔습니다. 이번 큰 지진으로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는 평화롭게 살아가던 사람 수천 명이 쓰나미에 휩쓸려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사람까지 쳐서 벌써 2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아니, 앞으로 자세히 조사해보면 이번 사고로 죽은 사람 수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를 일입니다. 일본서 발생했을뿐 그곳만의 지진아니다 여기에 더하여,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면서 방사능이 퍼져 나가는 사고까지 일어났습니다. 이 원자력 발전소 가까운 곳에 살던 사람들은 20킬로미터 30킬로미터 밖으로 피난을 가야 했습니다.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으니 큰일입니다. 온 세계 사람들은 25년 전에 일어난 러시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떠올리며, 일본에 있는 제 나라 국민을 일본에서 떠나라고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진보다 원자력 발전소에 문제가 생겨서 나오는 방사능을 더 무서워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부서진 건축 재료며 찌그러진 자동차와 온갖 가재도구들이 못쓰게 된 쓰레기로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은 바람 타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까지 퍼져갔다 하고, 도쿄 시내 수돗물에서, 시금치와 우유 같은 먹을거리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지진이 쓰나미를 일으켜 바닷가에 살던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것은 자연 재앙입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로서는 피할 수 없는 재앙이었겠지요. 하지만, 그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도 물과 먹을거리, 자동차 기름을 조금 구하려고 몇 시간이나 줄을 섰고, 나중에는 식료품 창고에서 훔치는 사람까지 생겼습니다. 이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놓은 살아가는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또 다른 재앙입니다. 그리고 전기를 값싸게 만들어 쓰겠다고 지은 원자력 발전소가 터져서 그 고장에 터전을 잡고 살던 사람을 먼 곳으로 쫓아내는 것은 인간이 알고 저지른 재앙입니다. 25년 전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로 죽고 병든 사람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잊고 지내서 그렇지, 원자력 발전소는 늘 위험을 안고 있다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처음 지을 때는 돈이 적게 들어도, 나중에 다 쓰고 난 핵 쓰레기와 수명이 다된 원자력 발전소를 버려둘 때 생기는 문제가 아주 크다는데, 나라 살림 맡은 이들은 안전하다고 주인을 속이려 듭니다. 전기 절약이 원전 짓지않게 하는 지름길 저는 이번 일본 지진이 몰고 온 엄청난 재앙을 보면서, 살고 죽는 것이 무언지 좀 더 제대로 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삶의 방식 때문에 생기는 또 다른 재앙과 인간이 알고 저지르는 재앙에서 벗어날 길을 찾아 실천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여럿 가운데 한두 가지를 들자면, 첫째, 우리 고장에서 나오는 먹을거리를 주로 먹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 집에서 쓰는 전기를 더 아끼기로 한 것입니다. 그전부터도 책 읽을 때는 반드시 스탠드를 켜서 전기를 아꼈는데, 앞으로는 이에 더하여 컴퓨터를 쓰지 않을 때는 반드시 콘센트 스위치를 꺼두기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먹을거리를 가까이서 구하고, 전기를 30퍼센트까지 줄이는 것이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짓지 않게 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도 문을 닫게 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주중식(농사꾼·시간 교사)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한겨레 2011 3 23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원자력발전소를 반기는 사람들 한겨레 2011 3 22 한눈에 마을이 소복이 들어찬다. 해안도로에서 내려다봐도, 마을 아래 방파제에서 올려다봐도 딱 한눈에 들어온다. 산비탈을 타고 나지막한 집들이 층층이 살갑게도 들어앉았다. 번듯한 벽돌집 한 채 없지만, 옹색하지 않다. 제각각인 집들이 잘도 조화를 이뤘다. 골목이라고는 한 사람이 걷기 좋은 비탈길이 전부다. 비탈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골목은 보기에도 예쁘고,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언덕 아래 있는 마을이다 보니, 해안도로를 따라 차를 몰다 보면 모른 채 지나치게 된다. 위치를 알고 일부러 찾아야 눈에 띄는 곳이다. 일단 마을이 눈에 들어오면 누구라도 차에서 내려 한번쯤 골목을 걸어보게 된다. 소박해서 더 곱다. 돌이 많아 ‘석리’라고 불리는 이 마을은 경북 영덕에 있는 바닷가 마을이다. 40여가구가 텃밭을 일구고, 돌미역과 돌김을 따서 먹고산다. 요즘 이 마을이 신문과 방송에 자주 등장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새 원자력발전소 터를 선정하는데 경북 영덕군이 이 마을을 포함시켜 유치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경북 울진군, 강원도 삼척시와 함께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주말, 대지진으로 일본 원자력발전소가 위태로운 가운데 새로 원전 유치신청을 한 지역 상황을 취재하러 석리를 찾았다. 여전히 고운 마을은 평화로웠다. 밭을 매고 있는 할머니에게 원전 얘기를 꺼냈다. “그게 위험하다고는 하는데, 내가 살면 여기서 얼마나 더 살겠어. 보상받아 아들 물려주면 좋잖아” 했다. 대도시에서 이 마을로 이사 왔다는 민박집 주인은 “이 지역 주민들이 다들 적극적으로 찬성하니까, 외지 사람이 무슨 의견을 낼 수 있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일본 때문에 원전 계획이 무산될까봐 오히려 걱정”이라는 주민도 있었다. 원전 유치신청을 한 울진이나 영덕의 바닷가 마을 주민 대부분이 70~80대 어르신들이다. 유치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90% 이상의 압도적인 찬성 의견이 나왔다. 그 결과에는 정부 보상을 받아 자식들에게 물려주려는 마음이 깔려 있다. ‘정부 정책에는 따르는 게 순리’라는 순응논리도 곁들여졌다. 인구는 줄고,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지역의 젊은층은 원전을 ‘희망’으로 여긴다.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와 의회의 각오는 비장하다. 사람들이 원전을 반기는 이유는 분명하다. 금전적 보상과 지역 발전이라는 ‘당근’은 당장 내 호주머니에 들어올 듯 가깝다. 핵발전이 가져올 환경문제는 찜찜하지만, 먼 얘기다. 전기 소비는 줄일 의사가 없는 도시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들먹이며 원전을 반대하는 모순은 차라리 부끄럽다. 그래도 더 이상 원전은 환영받을 수 없다. 에너지 수요를 쫓아 원전을 더 지어 공급을 늘리는 에너지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더구나 원전의 폐해는 상상이 아니라 현실로 눈앞에 와 있다. 스위스, 미국, 중국, 영국이 원전정책을 다시 살피고 있다. 일본이 큰 희생을 치르고, 인류가 더 큰 재앙을 예방하도록 교훈을 주고 있는 셈이다. 현재 원전 21기를 가동중인 한국은 2030년까지 원전 19기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앞다퉈 원자력발전소에 삶터를 내주려는 사람들이 있으니 계획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저마다 셈법에 따라 원전을 끌어안겠다는 개인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의 셈법 속에는 우리의 ‘미래’가 들어 있어야 한다. 좀더 멀리 보면, 원전문제의 해답은 또렷하게 나와 있다. 50년 뒤, 석리를 그려보자. 설계수명을 다해 폐기된 원전과 여전히 고운 바닷가 마을,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박주희 기자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원자력과 민주주의 한겨레 2011 3 21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원자력과 민주주의 한겨레 2011 3 21 센다이는 아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여러 번 가본 곳이다. 비행기가 태평양 쪽으로 나갔다가 다시 육지를 향해 짙푸른 바다 위를 낮게 날아 눈부신 모래밭과 숲을 넘어 활주로에 착륙하는 동안의 주변 경치는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답다. 센다이공항은 언제나 시골 역사 같은, 조용하고 한가로운 분위기에 감싸여 있다. 단정한 모습의 부근 농가들과 그 사이 잘 정돈된 논밭은 여기가 가난하지만 근면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터임을 알려준다. 그 아름다운 곳이 일시에 폐허가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삶터와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비통한 심정을 가눌 수 없다. 인간의 삶이란 이토록 허망한 것인가. 따져보면, 아무리 잘난 척해도 우리는 모두 자연 앞에서 철저히 무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슬픔을 견디고 묵묵히 파괴된 삶터의 복구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 또다시 자연재해로 허물어진다 해도 삶을 재건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의 운명인지 모른다. 그러나 원자력 사고는 우리가 순응해야 할 재해가 결코 아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란 게 근본적으로 허구이며 속임수임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이것은 히로시마 원폭투하 이후 핵개발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원전이란 원폭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국가의 군사적 야망과 핵자본의 이익, 기생적인 정치가, 관료, 학자, 언론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점이다. 원자력발전이 성립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조건은 절대적 안전성이다. 이 안전성이 지켜지지 않을 때, 궁극적인 결과는 인간 생존의 전면적인 붕괴이다. 방사능과 생명은 공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흔히 피폭 허용치 운운하지만, 지구 전역에 미치는 만성적 방사능 장해를 고려하면 허용치란 말장난일 뿐이다. 원전에 확실한 게 있다면, 언제든 사고가 나게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대량방출 사태는 예측 불가능했던 게 결코 아니다. 정부와 원전 관계자는 언제나 은폐하고 거짓말을 하지만, 실제로 원전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인간이 하는 일에서 완벽성이란 있을 수 없다. 지금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예상하지 못한 지진해일(쓰나미) 때문이라고 하지만, 원래 예상치를 벗어나는 게 자연재해의 본질이다. 다중방호 장치를 아무리 잘한다 해도 사고의 완벽한 방지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실수를 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불가피한 인간조건이다. 이 근본적인 인간조건을 무시하고, 절대적 안전성을 요하는 위험시설을 옹호·장려한다는 것은 정신질환이 그만큼 깊다는 뜻일 것이다. 원전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우라늄 채굴, 정련, 운반, 처리 등에 수반하는 석유 소비를 생각하면 근거 없는 낭설이다. 원전의 경제성이라는 것도 최종적인 폐쇄비용까지 고려하면 완전히 허구임이 이미 충분히 논증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전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을 이 지구에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반핵운동에 평생을 바친 시민과학자, 다카기 진자부로는 원전을 ‘화장실 없는 맨션아파트’라고 불렀던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재앙이 주는 교훈은 단 하나뿐이다. 이미 숱한 핵실험과 원전 사고로 심히 오염된 생태계를 현 상태나마 지키려면 당장에 모든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폐쇄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엄청난 재앙을 겪고도, 권력 엘리트들은 원자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 와중에 며칠 전 미국 대통령은 원전 장려 정책을 계속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원전 사업에 진출하려는 에너지기업 ‘엑슬론’과 워싱턴의 막강한 로비단체 ‘핵에너지연구소’가 예전부터 오바마의 유력한 후원자였다는 사실과 이 발언이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를 살리지 못하면 만사가 끝이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원전지역 주민 대피훈련 1곳뿐…“방독면 쓸줄도 모른다” 원전지역 방재대책 허술 한겨레 2011 3 18 원전지역 주민 대피훈련 1곳뿐…“방독면 쓸줄도 모른다” 원전지역 방재대책 허술 한겨레 2011 3 18 자치단체와 정부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정대하 기자 » 가수 션(맨 왼쪽)과 팝페라 가수 이사벨(뒤편 붉은 옷)이 18일 오전 구세군의 일본 지진 이재민 돕기 자선냄비가 설치된 서울 태평로 청계광장에서 모금활동을 하는 동안 시민들이 성금을 넣고 있다. 1928년 구세군이 한국에 들어온 뒤 3월에 자선냄비가 등장한 것은 처음으로, 이 모금은 19일까지 진행된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사이렌 울리면 밖으로 뛰어나가 대피하라는 뜻이겠지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발전소 6기를 가동중인 전남 영광군의 군청 원전지원계 관계자는 18일 ‘영광원전 방사능 비상경보 취명 훈련’이라는 말의 뜻을 묻자 이렇게 답변했다. 영광군은 원전이 있는 자치단체들 가운데 유일하게 2004년부터 한 해 두 차례씩 취명 훈련을 하고 있다. ‘취명’(吹鳴)이란 ‘사이렌 따위를 불어 울림’이라는 뜻이다. 방사선 누출 등의 상황 때 ‘적색 비상’을 발령하면 주민 대피령도 동시에 내린다. 영광원전 반경 10㎞까지인 ‘비상계획구역’ 안 주민 1만6천여명은 4개 경보시설에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듣고 대피소 25곳으로 이동하도록 돼 있다. 이 구역 안 주민들은 방독면도 1개씩 받았다. “엊그제도 무슨 교육인가를 받았어요. 뻔한 이야기라, 아무래도 잠만 오제….” 영광원전에서 1㎞가량 떨어진 홍농읍 계마리 임순택(63) 이장은 지난 15일 ‘취명 훈련’에 참가했다. 비상계획구역 안 3개 읍·면 67개 마을 이장들이 참가했다. 임씨는 “전문용어로 하면 누가 귀담아듣겄소?”라며 “길게 할 것이 아니라 30분을 하더라도 피부에 와닿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임시대피소는 경로당으로, 대피소는 옛 영광실업고로 지정돼 있다는데, 차량 이동 수단 등 구체적인 행동 방안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해병대 출신이어도 방독면 착용법을 잊어버려 모른다”며 “방독면 착용법 교육 한 번 받지 않은 시골 노인들에게 방독면은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 허술한 주민 대피 대책 원전이 들어서 있는 지역에서마저 비상상황 때의 주민 대피 대책은 허술하다. 2004년 제정된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라 4년에 한 차례 이상씩 발전소 쪽과 자치단체 합동으로 주민 대피 훈련을 하도록 돼 있다. 정부도 5년에 한 차례씩 주민들이 참여하는 ‘연합훈련’을 하고 있고, 발전소당 1년에 세 차례씩 자체 방재 훈련도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영광방사능방재센터의 김재관 방재관은 “적색 비상 때는 센터의 지휘로 발전소와 자치단체 등 유관기관이 협조해 비상대책을 가동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 기장군(고리원전 1~4호기), 울산 울주군(신고리 1호기), 경북 경주시(월성 1~4호기), 경북 울진군(울진 1~6호기) 등은 1년에 한 차례도 방사능 누출 사고에 대비한 자체 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 4년에 한 차례 발전소 쪽과 합동훈련을 하는 게 고작이다. 부산 기장군 재난관리과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불시에 주민 대피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용 하나로원자로를 가동중인 대전 대덕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최근 누리집(kins.re.kr)에 ‘방사선 비상시 주민행동요령’을 올렸지만, 대피소 위치 안내는 찾아볼 수 없다. 자치단체 업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전시 누리집(daejeon.go.kr)에서도 대피소 위치는 알 수 없었다. 담당 직원은 매뉴얼을 찾아본 뒤에야 인근 4개 학교가 지정돼 있다고 말했다. ■ 정부-자치단체, 책임 떠넘기기 원전이 가동중인 지역의 허술한 주민 대피 대책을 두고, 정부와 자치단체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정부 차원에서 주민 안전교육 등 방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연수 영광군 원전지원 담당은 “취명 훈련 예산에 국비는 한 푼도 없고, 군비만 300만원가량”이라며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훈련은 없고 이론 중심의 교육이 돼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교과부 쪽은 “자치단체의 방재 불감증이 문제”라고 자치단체 쪽을 탓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전 지역 자치단체에 해마다 수백억원이 지원된다”며 “자치단체가 의지만 있으면 발전소 자체 훈련 때 주민들을 포함시켜 대피 훈련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광지역에서 반핵운동을 해온 김성근(51) 원불교 교무는 “비상시 매뉴얼을 주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대피소의 비상식량이나 급수 문제, 화장실 여건 등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에 근거해 구성된 ‘영광원전 환경안전감시센터’의 박응섭 소장은 “매뉴얼이 있어도 익혀두지 않으면 비상시에 사람들이 움직일 수 없다”며 “전국의 원전 주변 5개 지역 감시센터 및 정부와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가 참여하는 원전 방재체계 합동대책기구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끌 수 없는 불’ 원전 신화는 무너졌다 한겨레 2011 3 18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끌 수 없는 불’ 원전 신화는 무너졌다 한겨레 2011 3 18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빨간불을 끄는 기술은 아직도 없습니다. 그리고 고준위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은 여전히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못합니다.” 일본의 반핵 시민과학자 다카기 진자부로가 1992년 도쿄 특별강연에서 한 예언이 20년 뒤 현실이 됐다. 대지진 뒤에 덮친 후쿠시마 원전 비극의 핵이 바로 끄고 싶어도 마음대로 끌 수 없는 불이다. “결국은 수명이 아주 긴 방사능이 남게 됩니다.…100만년이 지나도 아직 10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게 남아 있다면 얼마나 끔찍합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꺼지지 않는 불, 끌 수 없는 불, 독성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만든 불이라면 끄고 싶을 때 끌 수 있어야죠. 원자력의 불은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지만 끄고 싶을 때 끌 수 없다는 점에서 빵점짜리 기술입니다.” 원자력 이용 문제의 사회적 공론화를 염원하는 7명의 젊은 생태사회연구자들이 오랜 시간 토론을 거쳐 내놓은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은 다카기의 경고가 일본만이 아니라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을 조근조근 차분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보여준다. 중동 급변사태로 더욱 가팔라졌지만, 석유가격의 고공행진과 온난화 가스 저감 압박 속에 등장한 ‘원자력 르네상스’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아니면 상상을 절하는 일본 현실에 압도당한 탓인지 사람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보면서도 원자력 드라이브정책을 한 축으로 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한국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발전전략이 불러들일지도 모를 위험성엔 여전히 둔감한 듯하다. 사람들은 일본과 한국 원전의 발전방식과 세대 차이, 도쿄전력과 일본 당국의 어수룩해뵈는 대응조처 등을 거론하며 한국은 다를 것이라 믿고 싶어할지 모르지만 다카기의 시선으로 보면 별로 다를 게 없다. 스리마일이 그랬고 체르노빌도 그랬지만 예상치 못한 원전사태 때 제때 불을 끌 수 없는 일본의 한계는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은 묻는다. 원자력은 안전한가? 안전하다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들의 어이없는 실상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게 한층 더 명백해졌지만, 그전부터 원전 인근지역의 유아 사망률, 선천성 기형아, 암 발생률 등의 통계수치들은 원자력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걸 이미 보여주었다. 그리고 원전 보유국들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한국도 고리1호기가 가동된 이후 2009년까지 원전 가동을 중지해야 할 정도의 사고가 423건이나 된다. 2007년에만 12회 가동 중지로 인한 손실액이 490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2007년 6월로 정상수명 30년을 넘긴 고리1호기는 ‘수명 연장’ 판정을 받고 계속 가동중이다. 후쿠시마 사고 원전들이 바로 그런 낡은 원전들이다. 책에 따르면, 수명을 다한 원전들이 ‘운전 계속’ 판정을 받고 길게는 수십년을 더 버티는 것은 경제성이 있다는 증표가 아니라 그 반대다. 전력의 원전 의존율이 80%에 가까운 프랑스를 빼고, 1980년대 후반 이후 구미 국가들이 새로운 원전 건설을 중단한 채 낡은 원전들 수명 연장을 거듭하는 이유는 주로 그 지역 원전들이 사기업들이기 때문이고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책의 또다른 질문, 원자력은 경제적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수명 연장 외엔 뾰족한 방법도 없다. 원전은 가동을 멈추는 걸로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 철거하거나 그대로 밀폐 또는 굳혀서 영구보존해야 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냥 내버려두면 치명적인 방사성물질들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계속 돈을 들여 관리해야 한다. 해체할 경우 잠시 곁에 있기만 해도 목숨을 잃게 될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비롯한 수만톤의 방사선 오염물질들을 어디에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 독성이 길게는 수백만년 이상 지속되는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기술을 지닌 나라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사기업이 이런 뒷감당을 하다간 망한다. 그러니 차라리 계속 가동하면서 눈치 보는 게 낫다. 다카기가 얘기한 끌 수 없는 불은 이런 맥락까지 고려해서 이해해야 한다. 그런 원전이 안전할까? 그리고 돈벌이가 되면 수명 연장이 아니라 새 원전을 건설할 것이다. 그게 사기업의 본성이다. 원전의 경제성은 발전단계만이 아니라 우라늄 채굴과 정련, 부지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 단계도 따지고 관리비용, 천문학적인 원료 재처리 비용 등도 감안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도 다량 방출된다. 그럼에도 2022년까지 12기의 원전을 더 건설해서 2030년께 원전 의존율을 59%까지 끌어올리겠다(현재 35.5%)는 한국(20기 가동으로 원전설비 세계 6위)이나 55기를 가동하면서 11기를 건설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일본, 59기 가동에 1기를 추가 건설중인 세계 2위의 원자력대국 프랑스, 향후 20년간 45기 이상의 원전을 더 건설하겠다는 러시아, 11기 가동에 26기를 추가 건설할 중국, 17기 가동에 10기를 추가 건설할 인도, 104기 가동에 11기 추가 건설을 계획중인 세계 최대 원자력대국 미국 등에선 대체로 국가가 직접 개입하거나 거대 독점업체들이 그 사업을 주도한다. 거기엔 경제외적 요소들이 강하게 개입한다. 이산화탄소 감축의무를 손쉽게 달성하려는 정치적 계산, 표준화된 기성체제와 유착하려는 권력과 관료와 기업 등 주류 이익집단들의 경로의존성이 포함된다. 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우라늄 확인매장량은 앞으로 43~79년 정도(2007년 기준) 쓸 수 있는 양밖에 없다. 이런 정도만 들춰봐도 또다른 두 가지 질문, 원자력은 청정 에너지인가, 원자력은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답도 자명해지지 않을까. 그러니까 원자력은 안전하고 깨끗하고 경제적이고 지속가능하다 따위의 언설들은 ‘신화’에 지나지 않으며, 지금 한국 사회를 풍미하고 있는 원자력 르네상스는 실은 아주 위험한 ‘원자력 신화의 르네상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1955년 한-미 원자력협정 체결 이래 지속돼온 공급위주의 원전정책과 이를 뒷받침한 값싼 심야전기, 그와 연계된 비효율적인 양수발전 제도, 그것이 에너지 소비를 늘리고 다시 공급위주 에너지정책을 심화시키는 악순환구조. 그것은 석유나 원자력 의존도를 계속 높이고 에너지 낭비를 심화시키면서, 절약과 효율, 새로운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의 대안 찾기를 외면하게 만들었다. 이런 정체된 구조 속에서 기업과 관료 등 공급자 쪽은 이득을 챙기고 비용은 결국 국민이 댄다. 이런 공급자 담합구조는 이번 도쿄전력 대응에서도 일부 드러났듯 무사안일과 무기력, 안전불감증의 원천이기도 하다. 간 나오토 총리가 말했듯이 사고 한 번으로 동일본 전체를 괴멸시킬 수도 있는 ‘끌 수 없는 불’. 그런 위험한 불을 도처에 켜 놓고 살기엔 인간의 기술은 짧고 한반도는 너무 좁지 않을까. 책은 그렇다고 당장 원자력을 포기하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그게 과연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로 어떤 방식으로 할지, 대안은 없는지 등을 소수 공급자들간 담합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사회적 공론화 작업을 통해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제임스 러블록이 틀렸다” 한겨레 2011 3 18 지구가 온난화(warming) 정도가 아니라 가열(heating) 상태의 급박한 열탕화 위기에 직면한 지금 지구를 구할 길은 원자력뿐이다. 이런 주장을 한 이는 뜻밖에도 지구를 살아 있는 우주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을 제시한 영국 과학자요 환경운동가 제임스 러블록이다. 본래 원자력 이용에 호의적이었던 러블록은 2007년에 낸 <가이아의 복수>(세종, 2008)에서 그런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환경운동 분야에서 지명도가 높은 러블록의 이런 주장은 유럽 쪽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모양이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반향이 일었다.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필자들은 러블록의 주장이 야기할 파장을 의식했음인지, 책 제2장을 러블록 비판에 할애했다. 러블록이 생각하는 완벽한 대안은 핵융합 에너지다. 별의 에너지이기도 한 핵융합 에너지는 방사능과 폐기물 처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의 무한하고 무해한 에너지다. 그런데 이것을 실용화하려면 적어도 10~20년은 걸린다. 많은 사람들은 핵융합 실용화에 이 정도 시간밖에 들지 않을 것이라는 러블록의 생각을 비현실적 낙관주의로 보고 있지만, 그에겐 그 정도의 시간마저 기다릴 여유가 없다. 그만큼 지구 열탕화가 위기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실용화한 핵분열 에너지, 즉 현존 원전에 기대자고 주장한다. 원자력이 가장 안전하고 폐기물 처리도 다른 화석연료들에 비해 손쉽다고 본다. 석탄에 비해 40배나 안전하며 수력보다도 안전하단다. 제3세계 사망자의 대부분은 원자력이 아니라 과로, 영양부족, 전염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만큼 방사능으로 인한 암 발생과 핵전쟁에 대한 서구인의 두려움은 허상이라고 러블록은 주장한다. 미국이 수소폭탄 실험을 한 비키니섬이나 옛 소련시절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피해는 과장돼 있으며, 특히 원자력은 가이아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 에너지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진상형 경북대 교수는 원전을 보유한 31개국 대부분은 잘사는 나라인 데 비해 석탄과 수력을 주로 쓰는 나라들은 빈국들이 많아 안전도나 처리비용, 온난화 작용 등을 평면비교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비교하려면 31개국에 한정해서 양자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에너지원별 효과로 따지면, 예컨대 동일전력 생산을 전제로 100명이 일하면서 5명이 사망하는 석탄발전소와 10명이 일하면서 4명이 사망하는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더 위험한 것은 원자력 쪽이 아니냐고도 했다. 무엇보다 원자력이 안전하지도 깨끗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보는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러블록의 원자력 대안론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술적 낙관론에 토대를 둔 러블록의 지나친 과학주의, 공학주의엔 사회적 관점이 부재하며, 인간(인간을 지구라는 생명체를 파괴하는 암세포로 보기도 한다)보다 가이아를 중심에 놓는 그의 시선은 과학과 종교 사이를 모호하게 오가는 줄타기라는 비판도 있다. 한승동 선임기 자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

“현재 도쿄 방사선량 지금은 괜찮지만 향후 암유발 가능성” 일 반핵운동 ‘원자력정보실’ 반 히데유키 공동대표 한겨레 2011 3 17 “일본 정부는 원자력 발전의 안전이 확보돼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원전 운영이 얼마나 안이하게 이뤄졌는지 드러났다.” 17일 도쿄 신주쿠의 시민단체 ‘원자력자료정보실’의 사무실에서 반 히데유키(59·사진) 공동대표를 만나는 동안 언론사와 시민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소리가 끊임없이 울려댔다. 지금 일본 인터넷엔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의 발표는 못 믿겠다. 원자력자료정보실을 보라’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1975년 일본의 과학자이자 대표적인 반핵 운동가인 다카기 진자부로(1938~2000)가 창설한 이 단체는 매일같이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한 실상과 문제점을 알리는 글을 올리고 있다. 일본이 반핵운동의 전통이 깊다고는 하나, 원전 중심의 전력개발이 대세가 되며 정부와 전력회사로부터 무시와 비난의 대상이던 이 단체에 새삼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고 이후 매일 실시간 중계되는 이 단체의 인터넷 기자회견에는 일본 안팎에서 동시에 5000명 이상이 접속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정보실은 지난 14일부터 도쿄 시민들에게 방사선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1시간 단위로 신주쿠의 사무실 실내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해 누리집(cnic.jp)에 올리고 있다. 지난 15일부터는 사무실 근처 교차로에 설치한 실외 측정기 수치도 발표하고 있다. 원자력자료정보실이 지난 15일 오전 10시30분 기준 실내에서 측정한 결과를 보면 방사선량이 0.17~0.21마이크로시버트까지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17일 오후 2시엔 실내 측정 기준으로 0.07~0.08마이크로시버트로 평상시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고 반 대표는 설명했다. “지금 당장은 괜찮다. 하지만 문제는 미래다. 10~20년 이후에는 암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이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이번에 여지없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원전의 경제성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원전에 여러 보조금을 집행하기 때문에 값이 싸보이는 것일 뿐이다. 실제로는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다”며 “더구나 지금 같은 사태가 일어나면 엄청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지 않느냐”고 말했다. “현재는 후쿠시마 원전에 물을 들이붓는 것 이외엔 방법이 없다. 만약 이마저 실패한다면 정말로 중대한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제2의 체르노빌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라고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들은 일본의 원전 수출 추진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확실히 처리할 방법도 없으면서 수출하는 것은 국외로 위험을 이전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반 대표는 “이번 사태로 이제 일본의 원전 수출은 끝났다고 본다”며 “(원전 운영과 수출에 대해서) 한국도 세부적 사정은 다르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비슷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 대신 친환경적인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절약 시스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환경 발전 연구에 집중하고 대중적으로 여러 사람이 이용하면 비용을 낮출수 있다. 전기료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은 수십년 전 다카기 진자부로가 했던 말을 여지없이 증명해줬다. “원자력은 끌 수 없는 불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ACC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