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 (The Giving Tree) 1964. by Shel Silverstein
옛날에 한 그루의 사과나무가 있었습니다
사과나무에게는 사랑하는 귀여운 아이가 있었습니다
날마다 아이는 나무를 찾아왔습니다.
나뭇잎을 주워 모아
왕관을 만들어 쓰고 숲속의 임금님이 되어 놀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나무에 올라가
가지에 매달려 그네를 타기도 하고
사과를 따 먹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무와 아이는 숨바꼭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피곤해지면 아이는 나무그늘에서 낮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나무를 사랑했습니다
아이는 나무를 너무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아이도 나이를 먹게 되었습니다.
나무는 혼자 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찾아오자 나무는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어서 나에게 올라와, 가지를 잡고 매달려 그네도 타고 사과도 따먹고 그늘에서 쉬기도 하면서 즐겁게 놀자꾸나.” “나는 나무에 올라가 놀기에는 너무 컸어” 아이가 말했습니다. “나는 재미있는 것을 사가지고 놀고 싶어. 나는 돈이 필요해. 너 나에게 돈 좀 줄 수 있니?” “미안하지만 나는 돈이 없어. 내겐 나뭇잎과 사과밖에 없어. 내 사과를 도시에 가져다 팔면 돈이 될 거야. 그러면 너는 행복해질 거구.”
그래서 아이는 나무에 올라가 나무의 사과를 모두 따가지고 가버렸습니다.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나는 나무에 올라가 놀 만큼 한가하지 않아. 나는 바빠.” 아이는 말했습니다. “나는 바람을 막아주고 따뜻하게 보호해 줄 집이 필요해. 너, 나에게 집을 줄 수 있겠니” “나는 집이 없어.” 나무가 말했습니다. “이 숲속이 내 집이야. 그러니 내 가지들을 잘라다가 집을 지으렴. 그러면 넌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그러나 떠나간 아이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슬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나무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가지를 떨며 말했습니다. “이리 와서 나를 타고 올라와 가지를 잡고 매달려. 그네도 타면서 같이 놀자.”
그래서 아이는 집을 짓기 위해 나뭇가지들을 잘라 가지고 떠났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그럼 내 줄기를 베어다가 배를 만들어. 그러면 멀리 항해할 수 있을 거구… 그러면 너는 행복해질 거야.” 나무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떠나간 아이는 또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이는 할아버지가 되어 다시 돌아왔습니다. 나무는 너무나도 기뻐했습니다. “이리 와서 나와 같이 놀자” “나는 너무 늙어서 놀 수가 없어” 아이는 말했습니다. “나를 먼 곳으로 데려다 줄 배 한 척이 있으면 좋겠어. 나에게 배 한 척을 줄 수 있겠니?”
그래서 아이는 나무 줄기를 베어 가지고 배를 만들어 멀리 가버렸습니다.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행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내 이빨은 이제 너무 약해져서 사과를 먹을 수 없단다” 아이가 말했습니다. “가지가 없으니 매달려 그네를 탈 수도 없고…” 나무가 말했습니다. “나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그네를 타기에는 너무 늙었어.” 나무 줄기도 없으니 네가 나를 타고 오를 수도 없고…” “나는 너무 힘이 없어서 나를 타고 올라갈 수 없어.” “미안해, 너에게 무엇이든 주고 싶은데… 그런데 이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 오직 늙어빠진 밑둥뿐이야. 미안해…” 나무가 한숨지으며 말했습니다. 다시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 아이는 이제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미안해, 이제 너에게 줄 게 아무것도 없어. 사과도 없고…” 나무가 말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게 없어.” 아이가 말했습니다. “그냥 앉아서 쉴 수 있는 조용한 곳이나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지금 지쳐서 아주 피곤하거든.” “그래.” 나무가 말했습니다. 나무는 굽은 몸뚱이를 애써 폈습니다. “앉아서 쉬기에는 늙은 나무 밑둥만큼 좋은게 없지. 자, 어서 와서 앉아. 앉아서 편히 쉬렴.” 아이는 나무가 말하는 대로 늙고 지친 몸을 나무 밑둥에 맡겼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