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이해 제14강.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하여 신라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이 동 윤
1. 동아시아 지역협력과 통합 ○ 범세계적 지역주의 현상은 동아시아의 새로운 지역주의 모색 -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APEC) - ‘아세안+3’(ASEAN Plus Three: 이하 APT) → 2005년부터 동아시아 정상 회의(East Asian Summit: 이하 EAS)로 발전 - 동남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 - 동북아 공동체(Northeast Asian Community: NEAC) 구상 논의 ○ 동아시아 지역주의는 연성지역주의(soft regionalism) 혹은 신지역주의 (new regionalism): 동아시아의 지역적 특수성 표출 -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협력과 통합은 전문가들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 의 그것과 비교하여 실무적인 추진과정에 많은 의문점 제기 - 동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특수성과 지경학적 중요성, 그리고 지역협력과 통합 의 실효성에 동의, 그 기능적 역할과 제도화 수준, 지역적 정체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 지적
2.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과 아시아·태평양지역주의 으로 기구체적 발전이 진행 - APEC은 최초 1967년에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은행가, 경제인, 기업인 대표들 이 모여 이들 국가들의 호혜적 경제협력과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순수 민간단체인 태평양연안경제협의회(PBEC: Pacific Basin Economic Council)를 모태로 그 논의 출발 - 1980년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학자, 기업인, 정․관계 실무인사들로 구성된 민관 협력기구인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Pacific Economic Cooperation Council)가 창설됨으로써 보다 구체적인 협의 진행 -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개최된 제1차 APEC 각료회의에는 미국을 비롯 한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아세안 6개국(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 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이 참여하여 APEC의 공식 출범 ○ 아시아·태평양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한 APEC은 이후 각료회의와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기구체적 발전 추진
- 1990년 7월 싱가포르 제2차 APEC 각료회의: - 1991년 서울 제3차 APEC 각료회의: ‘서울 선언’ 채택 - 1992년 태국 방콕 제4차 APEC 각료회의: ‘APEC 기구를 위한 방콕 선언’ (Bangkok Declaration on APEC Organization) 채택 - 1993년 미국 시애틀 제5차 APEC 각료회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과 무역 투자 기본구조에 관한 선언(Declaration on an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Trade and Investment Framework) 채택 - 1994년 인도네시아 제6차 각료회의: 보고르 선언(Bogor Declaration) 채택 ※ 보고르 선언(Bogor Declaration 1994): APEC 참가국들은 역내 경제협력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되, 선진국들의 경우 2010년까지,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2020년까지 역내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추진하기로 합의 - 1996년 일본 오사카 제4차 APEC 정상회의: 보고르 선언의 확인·실현을 위한 APEC 행동계획(Action Plan for APEC)이 채택, APEC의 개별 회원국들 은 매년 자율적으로 개별행동계획(IAPs: Individual Action Plans)을 작성; 자발적인 자유화의 이행 합의
○ APEC의 기능적 특성 ① APEC은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와 비교하여 상대적 으로 점진적이고 느슨한 제도화과정 추구 ② APEC은 다른 지역들과 달리 개방적 지역주의 표방 ③ APEC은 비교적 느슨한 조직구조와 운영방식 표방`
○ APEC의 향후 과제와 문제점 - APEC은 창설 초기부터 지금까지 그 제도적 한계나 효율성과 관련하여 끊임 없는 비판을 받아왔다. - 지역적 경제협력의 차원에서 그 동안 APEC이 추진하여 온 무역 및 투자의 자발적 자유화 원칙과 회원국 간 협력의 경험 부족 등은 APEC이 지니는 한계점 노정 - 현실적으로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촉진하기 위해 1994년 ‘보고르 선언’에 합의하였지만, 이것은 APEC 자체의 구속력이 없는 상황에서 회원국들 사이의 개별행동계획(IAPs)에 입각한 자발적인 협력만을 촉구함으로써 경제협력의 차원에서 그 실효성 미비 - 2005년 한국 제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는 다시 한 번 지난 1994년 보고르 선언의 목적을 재확인하고, 각국 간 투명성을 보장하며, 기업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하였으나, 이것은 이전의 다른 APEC 정상회의에서 결의 된 사항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더 이상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3. 동아시아 지역주의의 도전과 아세안(ASEAN)+3 ○ 동아시아 지역주의 개념의 역사적 배경은 1990년대 초부터 주창된 동아시아 지역연대로부터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 1990년 말레이시아 마하티르(Mahatir bin Muhamad) 총리에 의해 주창된 동아시아경제그룹(EAEG: East Asian Economic Group)과 그것의 연장선 상에서 1991년 논의된 동아시아경제협의회(EAEC: East Asia Economic Caucus) 구상이 그것 - 당시 동아시아경제협의회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과 같은 역외 국가 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진정한 동아시아 국가들만의 지역협력과 경제․무역블록 형성 주장 - 그러나 APEC을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의 연계를 주도해 온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 압력을 행사하여 이러한 제의를 자체를 거부, 동아시아경제협의 회는 그 논의 자체가 무산 ○ 그러나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 확산으로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위한 새로운 인식과 더불어 그 실행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에 대응한 APEC의 기능과 역할 불만족; APEC 중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주의에 대응하는 동아시아 지역주의 대두 - 경제위기와 더불어 APEC은 세계무역기구(WTO)나 국제통화기금(IMF)의 논리만을 대변; APEC의 역할과 실효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 제기 - 아세안(ASEAN)은 1997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제2차 비공식 정상회의 에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 지도자 초청; 동남아와 동북아를 연계한 APT의 기본 구상 협의 - 1998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이후 제2차 APT 정상회의 추진; 동아시아 비전그룹(EAVG: East Asian Vision Group)과 동아시아 연구그룹(EASG: East Asian Study Group) 설치 - 1999년 필리핀 마닐라 제3차 APT 정상회의: ‘동아시아 협력을 위한 공동선언’ 채택; 이후 지속적으로 동아시아 경제협력 논의 - 2005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제9차 APT 정상회의: APT 정상회의에 관한 쿠알라룸푸르 선언과 APT 정상회의 의장성명 발표, 기존의 APT 협력 체제가 동아시아 지역협력과 동아시아 공동체 구성의 중심적 추진체(main vehicle)가 될 것임을 재확인
○ APT는 기본적으로 아세안 회원국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 등 총 13개 국가로 구성 - 최초 아세안이 해마다 추진하여 온 정상회의에 한국, 중국, 일본 3개국 지도자들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진행; 공식적 사무국을 설치하지 않고 매년 아세안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APT 개최; 의사결정 방식이나 기본 구조는 APEC과 거의 유사
○ APT의 기구적 특성 - APT는 아세안이 중심이 되어 주도해 온 국가 간 협의체라고 규정할 수 있으며, 그 형식과 운영방식에 있어서도 ‘아세안 방식’(ASEAN Way)이 중심 - 아세안 방식의 가장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그것의 공식적인 제도화과정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 견지 - 이른바 조직적 최소주의(organizational minimalism)를 고수; 아세안의 협의(musyawarah)와 합의(mufakat)를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과 조용한 외교, 역내 국가 간 내정불간섭과,무력 사용의 배제 등은 아세안 방식을 특징 짓는 기본원칙으로 작동 ○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의 추진과정 - 2005년 1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EAS는 1997년 APT 정상회의가 결성된 이래 보다 구체적인 성과이자 노력의 결실 - EAS의 기본적인 성격은 아세안 정상회의에 부가적인 APT가 아니라 아세안 국가들과 동북아 3개국이 보다 동등한 입장으로 회의에 참여하여 공동으로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협의하는 범아시아 포럼(Pan-Asia forum) 성격
○ EAS는 그 실무적인 추진과 구성과정에서 APT 체제의 13개 국가들뿐만 아니라 인도, 호주, 뉴질랜드가 추가적으로 참여; 회의체의 기본 구상과 성격 변질 -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의 강력한 주창; 일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이 이것을 희석시키기 위한 외교적 카드로서 참가국의 확대 문제 거론 - 현실적으로 중국은 미국이 배제된 APT 국가들만의 EAS 수립을 통해 역내 안보 통합의 기제로 활용할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간주되며, 이에 따라 미국은 일본, 싱가포르 등과 함께 전통적인 동맹국이었던 호주, 뉴질랜드와 전략적 파트 너인 인도 등을 EAS에 참여케 함으로써 중국 견제 ○ EAS는 APT와 APEC 사이에서 그 관계를 설정함에 있어서 아직도 불명확한 기능과 성격을 지니고 됨. ① APEC과 APT의 유사성 - 두 기구 모두 역내 국가 간 경제협력을 목적으로 하여 출발 - 이들 모두 의사결정 방식과 운영원칙에 있어서 아세안이 취하고 있는 ‘합의제 모델’을 통해 비교적 느슨한 제도주의(loose institutionalism) 채택 - 조직구조와 협력사업에 있어서 기능적 유사성 표출
② APEC과 APT의 차별성 - 세부적으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주의와 동아시아 지역주의로 구분 - 역내 회원국의 구성방식에 있어서도 뚜렷한 차이점 형성; APT는 동남아의 아세 안 10개국과 더불어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토대로 하고 있는 반면, APEC은 보다 폭넓은 지리적 범주와 개념 을 토대로 하여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북․남미 태평양 연안 국가들을 아우르는 포괄적 지역블록 견지
- APEC과 APT은 역내 국가들 사이의 리더십 문제에서 차별성 표출; APEC은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표방하는 가운데 새로운 리더십 문제 유발 ※ 결론적으로 1990년대 말부터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된 동아시아 지역 주의는 역내외적으로 다양한 장애요인들에도 불구하고 APT나 EAS와 같은 보다 구체적인 실체로서 등장 - 이것은 그 동안 동아시아가 편재되어 있던 아시아․태평양 지역주의와 APEC의 기능적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로부터 시작된 것이며, 그 역할과 기능이 수정되고 보완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표출될 문제 - 아시아․태평양 지역주의와 APEC에 대응하여 새롭게 등장한 동아시아 지역주의 와 APT 협력체제의 양자 간 기능적 역할과 협력사업의 중복성을 해소하고, 상호 보완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현실주의적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