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지붕 융프라우 등정기- -신 현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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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지붕 융프라우 등정기- -신 현 민-

유럽의 지붕(Top Of Europe) 융프라우(Jungfrau)를 오르는 여정은 장엄한 풍광을 자아내고 있는 영봉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곳,  스위스. 아름다운 스위스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인터라켄과 그린델발트. 그리고 그의 어머니 같은 산자락 융프라우는 여름에는 하이킹, 겨울에는 스키의 명소로 때묻지 않은 자연의 순수함을 내비치고 있다. 낮게 깔린 안개 위로 위용을 드러내는 융프라우봉과 산아래 듬성듬성 자리한 개미같은 집들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신이 허락한 위대한 자연은 언제나 한 데 어우러져 평온한 풍경으로 인간을 위로하고 있었다. -1-

빠리 리용역에서 2002.11.2일 오후에 초고속 열차 떼제베(TGV)를 타고 스위스로 출발하였다. 프랑스의 끝없는 넓은 들판을 지나면 이윽고 산악지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느덧 기차는 스위스의 로잔역에 도착하였고, 다음 목적지인 레만호수로 이동하였다. 망망 대해 같은 레만호수에는 가을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고 길가에 떨어져 있는 젖은 낙옆이 늦가을의 쓸쓸한 정취를 느끼게 하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바로 옆에 보인다. -2-

레만호수를 거쳐 융프라우등정의 시발점인 인터라켄을 지나 그린델발트로 이동하였다. 등산열차는 원래 인터라켄에서 출발하지만 다음 정거장인 전망좋은 그린델발트에 숙소를 정하였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어느덧 해는 지고 한밤중이어서 차창 밖은 어두움만 보일 뿐이다. 만년설이 쌓인 알프스의 거대한 준봉들을 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웠으나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3-

인터라켄은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 산자락에 안겨 있다. 하지만 융프라우는 사람들의 범접을 허락하지 않아 이 곳은 험준한 산세 때문에 오랫동안 중부 유럽의 오지(奧地)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1912년 인터라켄과 융프라우봉 중턱(융프라우요흐, 3,454m)을 잇는 자연과 조화를 이룬 산악철도(융프라우레일웨이)가 등장하여 그 위용을 조금씩 세상에 내비치기 시작하면서 알프스 최고의 관광지로 변모하였다. -4-

융프라우봉 옆에 있는 아이거봉과 뮌히봉을 터널로 관통하는 이 철도는 독일어로 ‘처녀봉’(Jungfrau)이라는 의미를 지닐 만큼 오르기 힘들었던 고봉(高峰) 융프라우를 일반인들의 눈높이로 끌어내렸다 -5-

자연 훼손을 최소화해 인간과 산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해 인간과 산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산자락에 있는 산악 주택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해발 500∼1,000미터가 넘는 고산 지대 곳곳에 건설된 이들 주택의 주요자제는 목재로 건축된 주택이다.  주변 산악지형과 조화를 이루는 이런 주택들은 산의 일부분이라는 느낌이 들고 스위스를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산자락에 흩어져 있는 주택을 보고 아기자기한 매력을 느낀다고 자주 말한다. -6-

아이거브릭(Eiger Brick)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인 2002. 11. 3일 새벽 5시에 기상하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아침산책을 하려고 호텔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비는 개어 있었으나 하늘은 온통 어두운 잿빛이다. 신선한 공기를 심호흡하면서 홀로 산길위로 올라갔다. 푸르름이 넘실거리는 오솔길을 걸으며 산이 허락한 대자연의 포근한 품에 심신을 맡긴다. 자연의 평온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7-

아직 어두워서 세상은 잘보이지 않았으나 저아래 어디선가 물흐르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아직 어두워서 세상은 잘보이지 않았으나 저아래 어디선가 물흐르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아마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이리라. 이윽고 날이 밝아 오면서 저 아래 산기슭에는 파란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집과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였고, 그 사이로 빙하녹은 물이 힘차게 흘러 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만년설과 작은 집들. 마치 동화에서나 나오는 아름다운 정경이었다. 하늘 아래 저렇게 아름다운 그림같은 마을이 과연 또 있을까하는 감탄사를 나도 모르게 연발하고 말았다. -8-

아직 여명이 채가시지 않은 그린델발트역에서 맞는 아침공기는 상쾌하다 아직 여명이 채가시지 않은 그린델발트역에서 맞는 아침공기는 상쾌하다. 등산열차를 기다리면서 먼저 마주한 건 모여든 동료들의 들뜬 표정이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럴까 그 모습이 정겨움과 설렘을 더한다. 그린델발트역을 출발한 열차는 클라이네 샤이덱-융프라우요흐를 종착역으로 하고 하산길은 다시 클라이네 샤이덱을 거쳐 벵겐-라우터브룬넨-인터라켄의 순서로 돌아오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등산열차가 그린델발트역을 미끄러져 나가자 이내 푸르름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사방천지가 조물주가 창조한 그대로의 자연이요, 푸르름이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르지만 가까운 곳만 보여서 멀리 볼 수 없어 너무도 아쉬움이 컷다. -9-

마을에서 가까운 간이역들을 지나치자 드디어 열차는 가파른 경사길을 힘겨운 듯 천천히 올라간다. 산길을 차고 오르는 등산열차를 타면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 그린델발트(Grindelwald)를 거쳐 클라이네 샤이덱 (Kleine Scheidegg)을 지나게 되는데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곳에 오면 산과 계곡, 호수가 만들어내는 자연의 조화에 압도당하고 만다. 스위스의 자연은 그렇게 언제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세상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10-

푸른 산등성이에 펼쳐진 아기자기한 집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떼, 종종 걸음조차 여유로움이 배어나는 마을 사람들 푸른 산등성이에 펼쳐진 아기자기한 집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떼, 종종 걸음조차 여유로움이 배어나는 마을 사람들. 어쩌면 관광객들에게 보이기 위해 일부러 연출한 것 같은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뛰어나올 것만 같다. 기차는 한 번에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그린델발트, 클라이네 샤이덱의 각 역에서 정차하고 다음 열차로 갈아타게 되어 있다. 기차는 시간마다 운행되므로 시간을 내어 다시금 열차에 오르면 어서 오라 손짓하는 융프라우 정상을 향해 굽이치듯 내달린다. -11-

융프라우요흐에 오르기 전 마지막 기착지인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빨간 등산열차를 갈아탄다. 이 곳에서 융프라우요흐까지는 약 30분 소요되고 눈앞으로 융프라우(Jungfrau), 아이거(Eiger), 뮌히(M o (..) nch) 등 융프라우 지역의 장엄한 산들이 압도하듯 다가온다. 마지막 급경사 지역은 동굴로 되어 있다. 한발짝만 잘못 디뎌도 천길 눈속에 떨어지는 이 위험한 곳을 그 옛날 100여년 전에 어떻게 가파른 지형의 암벽을 뚫고 터널을 만들었을까? -12-

등산열차는 캄캄한 동굴속으로 들어간다. 동굴속을 벗어나자 드디어 융프라우요흐역이다.  역에 도착하여 왼쪽으로 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해발 3,571m에 위치한 유럽최고의 스핑크스 전망대(Sphinx Terrassen)와 마주한다. 느닷없이 몰려드는 찬공기 때문에 살갗이 아려오는 것도 잠시. 이내 그 막막한 산정 앞에서 그만 목이 메이고 만다. 정상에 서면 세상은 고요하다. 정상을 오르며 이미 마음을 비워 냈으며 대자연의 외경(畏敬)앞에 숨을 죽이고 있는 탓이다. 웅혼한 대자연이여. 빙하기를 방불케 하는 얼음광산 같은 융프라우. 공포의 자연이여.  헤아릴 수 없는 웅대함이여.... -13-

전망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장엄한 알프스의 멋진 파노라마를 기대하였으나 세상은 온통 잿빛이다. 한치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 거센 바람과 눈싸락이 얼굴을 사정없이 때려서 몸을 가누기 힘들고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맑은 날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너무도 컷다. 융프라우 산정상은 두꺼운 얼음 속에 잠겨 있으리라. 광활하게 펼쳐진 융프라우 정상 플레토 대지는 생물의 자취가 사라져버린 듯한 순수함의 자연 그 자체였다. 산정 휴게소 처마 끝은 눈보라 치던 모습 그대로 S자 모양의 고드름이 얼어 추상파의 조각을 연상케 했다. -14-

장엄한 융프라우 대자연의 경이를 뒤로 하고 얼음궁전안에서 마음을 맑게 비워주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본다. 얼음궁전(Elspalast)은 녹지 않는 빙하를 이용하여 그속을 파내 여러개의 방과 통로를 만들었는데 바닥, 벽, 천장 등 굴속이 모두 얼음으로 되어 있다. 또한 갖가지 동물, 자동차, 주택, 물고기 등 조각품이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져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이 얼음궁전은 융프라우에 덮힌 빙하가 녹지 않는 한 영원히 보존될 것이다. -15-

전망대 매점에서 예쁜 그림엽서 두장과 우표를 사서 지구 저편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편지를 몇 줄 썼다. 지구상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우체통에 엽서 두장을 집어 넣었다. 두달 후에 집으로 배달된다고 하니 아마 올연말에나 도착하게 될 것이고 그때 융프라우의 추억이 되살아 나리라. -16-

등산열차는 다시 세상을 향해 달리고 있다. 캄캄한 동굴터널을 지나 이윽고 터널 밖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아 등산열차는 다시 세상을 향해 달리고 있다. 캄캄한 동굴터널을 지나 이윽고 터널 밖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아 !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저멀리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알프스의 정경 때문이었다. 올라올 때와 달리 맑게 개인 아름다운 정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절벽위에 펼쳐진 목가적(牧歌的)인 작은 통나무집들, 길가의 이름모를 노랑,빨강꽃들의 하늘거림. 목에 달린 커다란 방울을 한가롭게 딸랑이며 풀을 뜯는 소떼.  이 모든 것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게만 보였다. -17-

산 아래에는 계곡사이로 물이 흘러 작은 시냇물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산 아래에는 계곡사이로 물이 흘러 작은 시냇물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맑은 물인줄 알았는데 눈앞에 흐르는 물은 뿌연색이다. 왜 그럴까? 만년설위로 한줄기 햇살이 내리고 있다. 그 빛은 산악지대를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멀리 선명한 무지개가 떠있다. 자꾸 등산열차를 따라오면서 산자락에도 걸렸다가 호수위에도 걸치는 등 신비로운 경관이 모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모두들 카메라 샤터를 누르기 바쁘다. -18-

-감 사 합 니 다 - 어느덧 등산열차는 종착역인 인터라켄동역(Interlaken Ost)에 도착하였다. 언제 또 이곳을 밟을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에 자꾸 뒤를 돌아다 본다. 설렘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던 그 모습들은 내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영원한 추억으로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 END - -감 사 합 니 다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