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문학의 실제 1
비교문학 비교문학의 실제 1 머리에 1 비교문학의 방법이 영향연구와 대비연구로 크게 나누어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전자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 실증적 방법이라 한다면, 후자는 문학간의 유사성을 대비하여 그 보편성의 원리를 추구하는 일반문학적 방법을 이른다. 발신자 ․ 수신자 ․ 전신자의 시점, 곧 영향과 원천연구, 그리고 문학과 문학은 물론, 문학과 다른 지적 영역과의 대비방법을 실제연구에 적용함으로써, 앞서 논의된 방법적 유형에 따른 논문을 제시하고, 그 방법론의 적용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성과 특색을 살펴보기로 한다.
비교문학 비교문학의 실제 1 2 발신자의 시점 1. 베를레느의 <가을의 노래> 베를레느의 <가을의 노래>는 『풍자시집』에 수록된 시편이다. 베를레느는 프랑스 상징파 가운데서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소개된 시인으로, 특히 <가을의 노래>는 그 번역회수에서도 가장 많다. 이것은 그 원시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해조를 의식한 나머지 역자가 여러 차례에 걸쳐서 개역을 시도한 것이 아닐까 한다. 베를레느의 <가을의 노래>가 1920년대 초반의 한국 근대시의 형성기에 미친 영향이 매우 컸던 사실은 그 발상법이나 이미지 및 시어구사에 있어서 이와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김안서의 <악성(樂聲)>은 베를레느의 <가을의 노래>와 비교해서 발상법과 행연법, 이미지 및 시어에 이르기까지 서로 유사한 점이 많다. 거의 ‘모작’이라고 할 만큼, 이 두 작품은 소재나 정조에서 일치하고 있다.
비교문학 비교문학의 실제 1 2 발신자의 시점 울니여나는 樂聲 느리고도 빠른 애닯은 曲調에 나의 슬어진 녯꿈은 그윽하게 살아 내 가슴 압하라 설음 가득한 樂聲의 빠르고도 더딘 애닯은 曲調에 뒤숭숭한 그 생각은 고요하게 와서 내 눈물 흘러라 가슴 울니는 樂聲의 넓달코도 좁은 애닯은 曲調에 슬어저가는 내 靈은 새롭게 눈뜨며 그윽히 웃어라 숨여 흘으는 樂聲의 놉달코도 낮은 애닯은 曲調에 푸른 慰安의 바람이 한가롭게 불며 거리를 돌아라 - <樂聲>의 전문
비교문학 비교문학의 실제 1 발신자의 시점 2 김안서의 전신자적 역할과 관련하여, 특히 역시집 『오뇌의 무도』와 자신의 창작시와의 관계를 보면, 그의 프랑스 상징주의에 대한 이해의 한계성을 넘어선 것은 아니지만, 보들레르나 베를레느 등 프랑스 상징파 시를 번역하면서, 그 역시 편에 나타난 ‘권태’ · ‘우수’ · ‘표박’ · ‘고뇌’의 이미지는 물론, ‘죽음’ · ‘무덤’ · ‘지옥’ · ‘악마’ ·‘추악’ · ‘관능’ 등과도 같은 일상성의 궤도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이나 사상에 매료되어 그것을 수용했을 것으로 본다. <악성(樂聲)>은 그 음수율에서 신체시와도 같이 각 연 대응행의 음수가 정확히 지켜지고 있다. 이것은 프랑스 상징파 시의 음악성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일 수도 있다. <가을의 노래>와 <악성>과의 각 연 결미법의 비교에서도 그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
비교문학 비교문학의 실제 1 발신자의 시점 2 김안서의 전신자적 역할과 관련하여, 특히 역시집 『오뇌의 무도』와 자신의 창작시와의 관계를 보면, 그의 프랑스 상징주의에 대한 이해의 한계성을 넘어선 것은 아니지만, 보들레르나 베를레느 등 프랑스 상징파 시를 번역하면서, 그 역시 편에 나타난 ‘권태’ · ‘우수’ · ‘표박’ · ‘고뇌’의 이미지는 물론, ‘죽음’ · ‘무덤’ · ‘지옥’ · ‘악마’ ·‘추악’ · ‘관능’ 등과도 같은 일상성의 궤도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이나 사상에 매료되어 그것을 수용했을 것으로 본다. <악성(樂聲)>은 그 음수율에서 신체시와도 같이 각 연 대응행의 음수가 정확히 지켜지고 있다. 이것은 프랑스 상징파 시의 음악성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일 수도 있다. <가을의 노래>와 <악성>과의 각 연 결미법의 비교에서도 그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 가을의 노래(베를레느 작) 樂聲(김안서 작) 내 가슴 압하라(1연) 아아, 나는 우노라(2연) 낙엽이러라(3연) 나는 가슴 압하라(1연) 내 눈물 흘러라(2연) 그윽히 웃어라(3연) 거리를 돌아라(4연)
비교문학 비교문학의 실제 1 발신자의 시점 2 일부는 표절이라 할 만큼 일치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두 작품 사이에 이루어진 영향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국면을 시사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을의 노래>는 표제와도 같이 ‘가을’을 ‘비오론’ · ‘종소리’ · ‘낙엽’ · ‘바람’의 이미지와 관련시켜 우수의 정조를 고조시키고 있는데 반하여, <악성>에서는 계절적인 것이 명백히 나타나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1~4연까지 ‘악성’만을 반복하고 있다. 낙엽과 같이 표박하는 영혼이 내면화한 시적 율조를 타고 흐느끼는 것이 베를레느의 시세계라면, 외형의 고정된 악성만을 표방한 나머지, 영혼은 별개로 유리되고, 작자는 가시현상(可視現象)에 머물러 애상하는 것이 김안서의 시세계라 할 수 있다. 한편 <피리> · <표박(漂迫)> · <유랑(流浪)의 노래> 등과 같은 김안서의 시에서도 <가을의 노래>와 유사한 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그 당시 김안서가 베를레느나 보들레르에게 심취되고 있었던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비교문학 비교문학의 실제 1 발신자의 시점 2 이 밖에도 김동명이나 박종화의 시에서도 <가을의 노래>의 영향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김동명의 <나는 보고 섯노라>에서 “이리로 저리로/ 느진 가을에 흣터지는/ 닙과도 갓치/ 갈곳 몰라 헤매는 것을”은 <가을의 노래>의 3연과, 나머지 인용부분은 그 2연과 일치하거나 또는 발상법을 같이하고 있다. 김동명의 초기시는 프랑스 상징주의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박종화의 <눈물은 흘러서>의 방점부분 “가쓰린 비오론의/ 어즈러운 곡도여!”는 <가을의 노래>의 1연과 유사하다. 이것은 박종화의 『흑방비곡(黑房秘曲)』에 수록된 초기시에 일관되는 프랑스 상징파 시에 대한 지향이 그 근거가 된다. 이상 <가을의 노래>를 중심으로 1920년대 초 우리 근대시인들의 베를레느적 지향으로서 그 영향의 한 단면을 살펴보았다. 베를레느가 <가을의 노래>에서 그 주제의식을 한층 심화시켜 사고와 음악과의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반하여, 우리의 경우, 시적 발상법을 같이하고 있으면서도 우수와 비애의 감정이 표층적인 감상과 비애의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결함을 볼 수 있다.
비교문학 비교문학의 실제 1 발신자의 시점 2 정리 우리 근대시에 미친 베를레느의 영향의 한 단면을 발신자의 시점에서 다룬 것이다. 베를레느의 시 <가을의 노래> 한 편만으로 한정한, 그 발신범위를 극히 축소화한 것이다. 발신자적 시점은 딴 말로 한 작가나 작품의 다른 나라에서의 운명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발신기점이 되는 작가나 작품은 그 명성과 직접 관련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명성이나 성공이 반드시 영향과의 함수관계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비록 자국에서 큰 명성을 얻지 못했다손 치더라도 다른 나라의 작가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예가 없지 않다. 이를테면 포오(Edgar Allan Poe)의 경우, 자국에서보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에게 미친 영향이 컸던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렇듯 어느 한 작품이나 작가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전파될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라의 수용환경에 의해서 일으키는 굴절작용에 유념해야 한다. 이런 굴절현상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설정한 영향관계가 자칫 공론에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교문학 비교문학의 실제 1 3 수신자의 시점 <標本室의 靑개구리>의 원천연구 염상섭의 <標本室의 靑개구리>에 대한 자연주의와 관련된 찬반 논의는 그 동안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이 작품에 대한 그 초기비평의 대체적인 경향이 한국 자연주의 소설의 효시라는 문학사적 의의가 부여되어 왔다면, 60년대에 이르러 이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에서 이의가 제기되어, 그것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기진은 「십년간 문예운동 개관」에서 “<표본실의 청개구리>와 <무정>의 차이는 이만큼 크다”고 전제한다. 백철은 「조선신문학사조사」에서 “실험실에서 해부하고 해석해 간 자연주의적인 ‘실험소설’ 위에 창작태도를 표명……”한 것은 자연주의 소설의 한 전형으로 규정하려 한 시도이다. 그러나 후기에 와서는 상당히 변질되고 있다. 즉 “자연주의를 위한 하나의 의식적인 작품과정이 시작되었다는 하나의 증거”라고 한 것, “그 작품 경향이 순수하게 자연주의적인 것보다는 시대색이 많이 착색되어 있다는 것”과 “전형적인 자연주의 소설이 아니며, 작가의 의식은 이 작품을 통하여 당시의 현실을 과학의 태도로 관찰하고 해부하려는 것” 등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교문학 비교문학의 실제 1 3 수신자의 시점 <標本室의 靑개구리>의 원천연구 조영현은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한국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이라고 한데 대한 창반 양론은 훨씬 더 많다. 사실 이 작품은 자연주의 소설의 전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주정적인 면이 강조되어 있고, 다분히 시대색이 채색된 과도기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점은 부인될 수 없는 사실이다. <표본실의 청개구리>에 나타난 외래문학적 영향요소를 밝힘으로써 이 작품의 올바른 해석이 가능해지고, 이제까지 잘못 분석 평가된 통념같은 것도 고쳐질 것이다. 적어도 그 시대 문학의 상당수가 자체의 전통성보다는 서구적 지향의 작가의식이 바탕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서구적 지향성에 대하여 김동인 『조선근대소설고』에서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노문학의 윤곽을 쓴 것”이라 하였고, 조연현은 “졸라류(流)의 실험주의적인 자연주의적 의식과 계획” 밑에서 쓰여진 것이라 하고 있다. 백철은 『국문학전사』에서, 염상섭은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 러시아 문학의 영향을 받은 작가라고 하면서 “이 작품 등은 직접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역설하고 있다.
비교문학 비교문학의 실제 1 3 수신자의 시점 개구리의 해부장면과 과학정신 ◇ “자-- 여러분, 이래도 아즉 살아 잇는 것을 보시오”하고 뾰족한 바늘 끗으로 여긔 저긔를 꾹꾹 찔르는 대로 오장을 빼앗아간 개고리는 잰저리를 치고 사지에 못박힌 채 발딱발딱 고민하는 모양이엇다. <표본실의 청개구리> ◇ 이것 보게, 이렇게 배를 갈라서 내장의 운동을 보란 말일세. 사실 자네나 나도 개구리와 조금도 다름이 없어. 다르다면 우리는 뒷발로 걸어갈 수 있다는 것 뿐이야. 개구리의 해부는 우리 내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하는 것을 아는 수간이 된다네. 『아버지와 아들』 두 작품을 전체적으로 볼 때 염상섭은 『아버지와 아들』에 나타난 개구리의 해부장면에서 암시를 받아 그의 과학적 방법 등을 표방한다는 명목으로 그 제목이나 해부장면을 차용한 것으로 추측
비교문학 비교문학의 실제 1 3 수신자의 시점 단눈찌오와 ‘죽음’의 관념 가브리엘 단눈찌오의 『죽음의 승리』(1894)는 세기말의 ‘죽음’ 및 허무사상을 담은 대표적 작품으로 알려져 왔다. 모두 일어역본을 통한 간접적인 것으로 그 이입의 초기현상을 면치 못하는 영향관계인 것이다. “그것이 소위 流芳百世(유방백세)라는 것이지” H도 일어 나오며, “그러케 내려다보고 섯는 것을 보니……입포리다 (『死의 勝利』의 여주인공)가 없는게 한이로군 ……” “내가 ‘쏠지오’-ㄴ가” 하고 나는 苦笑(고소)하얏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