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 -김승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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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 -김승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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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 -김승옥

학습 주안점 이 작품은 도시의 일상 가운데 피폐해진 삶의 여러 모습을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이전의 소설과 다른 문체의 특징을 살펴보고, 전형적인 세 사람의 이물들을 통해 소설의 배경과 시대상을 생각하며 읽어 보자.

지은이 소설가. 한국 일보 신춘 문예에 단편 ‘생명 연습’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서 울, 1964년 겨울’로 동인 문학상을 수 상하였으며, 대부분의 작품들에서 개인 의 고립성 문제, 자기 기만의 세계로 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를 그렸다. 대표작으로 ‘무진 기행’, ‘환상 수첩’ 등 이 있다.

승옥’s 문체 ‘감수성의 혁명’ -> 감각적이며 유희적인 문체 참신하고 인상적인 어휘의 사용 상징적, 비유적 언어의 사용 호흡이 긴 문장과 짧고 경쾌한 문장의 교차 주로 작품의 전반부에는 서술자의 직접 서술, 중반부에는 인물간의 대화, 후반부에는 행동을 통한 인물의 구체적 제시

Key points <서울, 1964년 겨울> 도시 문명의 대표 산업화시작 차가움

문체의 특징 -참신하고 인상적인 어휘의 사용 -상징적, 비유적 어휘의 사용 -호흡이 긴 문장과 짧고 경쾌한 문장의 교차 -주로 작품의 전반부에는 서술자의 직접 서술, 중반부에는 인물 간의 대화, 후반부에는 행동을 통한 인물의 구체적 제시

인물을 통해 보는 소설의 배경과 시대상 ‘나’ ‘사내’ ‘안’ 자신의 세계에 틀어박혀 타인을 도울 겨를 없음. 자신의 모든 것을 토로하면서 자신의 고뇌를 함께 나눌 것을 간청. ‘사내’의 자살을 짐작하지만 말리지 않음. => ‘나’는 ‘사내’를 동정적으로 바라보고 셋이 한 방에 묵자고 제안하나 ‘안’은 이를 거부한다. 결국 사내는 다음 날 죽은 채로 발견되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 소외와 인간 관계의 단절을 보여 준다.

자신의 모든 것을 토로하면서 자신의 고뇌를 함께 나눌 것을 간청 1964년을 대표하는 이 사람들… 나 (도시 소시민) 자신의 세계에 틀어박혀 타인을 도울 겨를이 없음 사내 (방향을 상실한 하층민) 자신의 모든 것을 토로하면서 자신의 고뇌를 함께 나눌 것을 간청 안 (1960년대 지식인) 사내의 자살을 짐작하지만 말리지 않음 동정적 냉소적 소통지향 소통 지향 1964년 서울, 파편화되고 비인간적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

전체 줄거리 ★‘나’는 ‘안’이라는 냉소적인 성격의 대학원생을 우연히 만나 포장마차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무의미한 대화를 나눈다. 낯선 사내가 말을 걸어 오며 오늘 아내가 죽었다고 하면서 동행을 간청한다. ‘나’와 ‘안’은 승낙 하고 같이 술을 마신다. 택시를 타고 가던 세 사람은 소방차를 따라가서 불구경을 하게 된다. 화재가 난 곳에서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불 속에 던지고는 돌아가려는 ‘나’와 ‘안’에게 혼자 있기가 무섭다며 같 이 있어달라고 애원한다. 세 사람은 여관에 들어가게 되는데 사내를 생 각하여 ‘나’는 같은 방에 들어가기를 제안하고 사내도 같은 방에 들어가 자고 한다. 그러나 ‘안’의 주장으로 각기 다른 방에 투숙하게 된다. 다음 날 아침, 사내의 자살이 밝혀지고 ‘안’은 그 사내를 살리는 길이 그를 혼 자 두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을 한다. ‘나’와 ‘안’은 무덤덤한 표정으 로 그곳에서 헤어진다.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밤 여러 개의 구절이 겹쳐진 긴 문장을 서두에 뒤치시켜 답답하고 암울한 이 되면 거리에 나타나는 선술집-오뎅과 군 참새와 세 가지 종류의 술 등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 을 팔고 있고, 얼어붙은 거리를 휩쓸며 부는 차가운 바람이 펄럭거리게 하는 포장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서면 카바 이드 불의 길쭉한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염색한 군용(軍用) 잠바 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가 술을 따르고 안주를 구워 주고 있는 그러한 선 술집에서, 그 날 밤, 우리 세 사람 우연히 만났다.>

우리 세 사람이란 나와 도수 높은 안경을 쓴 안(安)이라는 대학원 학생 과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요컨대 가난뱅이라는 것만은 분명하여 그의 정체를 꼭 알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도 나지 않는 서른 대여섯 살짜리 사 타인에 대한 무관심 내를 말한다.

먼저 말을 주고받게 된 것은 나와 대학원생이었는데, 뭐 그렇고 그런 자 기 소개가 끝났을 때는 나는 그가 안씨라는 성을 가진 스물다섯 살짜리 대한민국 청년, 대학 구경을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상상이 되지 않는 전 공(專攻)을 가진 대학원생, 부잣집 장남이라는 걸 알았고, 그는 내가 스 물 다섯 살짜리 시골 출신, 고등학교는 나오고 육군 사관학교를 지원 했 다가 실패하고 나서 군대에 갔다가 임질에 한 번 걸려 본 적이 있고, 지금은 구청 병사계(兵事係)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아마 알았을 것이 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서 거리로 나왔다. 적 막한 거리에는 찬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무관심하고 삭막한 인간 관계 암시 “몹시 춥군요.”라고 사내는 우리를 염려한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추운데요. 빨리 여관으로 갑시다.” 안이 말했다.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을까요?” 사내가 어떠한 상황과 심정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안은 방을 따로 잡자고 말한다. 안의 개인주의적인 모습이 단적으로 나타나는 부분. 여관에 들어갔을 때 안이 우리에게 말했다. “그게 좋겠지요?”

거리에서는 세 사람이 함께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모두 한방에 드는 게 좋겠어요.” 라고 나는 아저씨를 생각해서 말했다. 아저씨는 그저 우리 처분만 바란다는 듯한 태도로, 또는 지금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다는 태도로 멍하니 서 있었다. <여관에 들어서자 갈 곳을 잃어버린 우리는 모든 프로가 끝나 버린 극장에서 나오는 때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전하고 막막한 심정 거북스럽기만 했다. 여관에 비한다면 거리가 우리에게 더 좋았던 셈이었다. 거리에서는 세 사람이 함께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그것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이었다.> 단절과 소외의 공간 의사 소통이 단절되고 소외된 현대인의 모습 상징 ♣여관에 들어간 세 사람

여관에 들어서자 우리는 모든 프로가 끝나 버린 극장에서 나오는 때처 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북스럽기만 했다. 여관에 비한다면 거리가 우 리에게는 더 좋았던 셈이다. 벽으로 나뉘어진 방들, 그것이 우리가 들어 가야 할 곳이었다. ☞ 모든 프로가 끝난 극장을 나오는 것처럼 삶의 기대도 목표도 상실한 이 들의 주인공들은 세 개의 방에 각각 들어가야 할 정도로 서로를 향한 연대감을 상실하고 개별화된 인간 관계를 보여 줌으로써 이 들의 주제 의식을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다.

“모두 같은 방에 들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내가 다시 말했다. “난 아주 피곤합니다..” 안이 말했다. “방은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로 하지요.”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 라고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한 복선 두려움과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내의 심리 상태 “혼자 주무시는 게 편하실 거예요.” 안이 말했다. 1960년대 개인주의 우리는 복도에서 헤어져 사환이 지적해 준, 나란히 붙은 방 세 개에 각각 현대인의 파편화된 인간 관계 한 사람씩 들어갔다. (연대의식의 상실)

“화투라도 사다가 놉시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말했지만, “난 아주 피곤합니다.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 하고 안은 말하고 나서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피곤해 죽겠 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나는 아저씨에게 말하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숙박계엔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쓰고 개인의 노출을 꺼리는 ‘나’의 행위 나서 사환이 가져다 놓은 자리끼를 마시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는 꿈도 안 꾸고 잘 잤다. ♣각각 방을 잡고 잠을 자는 세 사람

“방금 그 방에 들어가 보았는데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역시….” 나는 말했다.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까?” 다음날 아침 일찍 안이 나를 깨웠다. “그 양반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죽은 아내에 대한 죄책감과 고독으로 죽음 / ‘안’은 사내의 죽음을 예감 하고 있었다. 안이 내 귀에 입을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예?” 나는 잠이 깨끗이 깨어 버렸다. “방금 그 방에 들어가 보았는데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역시….” 나는 말했다. ‘나’도 어느 정도는 예측하고 있었음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까?” “아직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선 빨리 도망해 버리는 게 시끄 인간의 생명보다 개인의 안위를 더 중시하는 현대 도시인의 개인주의 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살이지요?” “물론 그렇겠죠.” 나는 급하게 옷을 주워 입었다. 개미 한 마리가 방바닥을 내 발이 있는 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그 개미가 내 발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 -자살한 사내의 분신이자 ‘나’의 양심을 의미. -인간적 연대감과 소통을 지향하고 있지만, 개미가 다가오자 얼른 자리를 옮기는 ‘나’는 끝내 사내의 죽음은 물론이고 주변의 어떤 일에도 연관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낌이 들어서 나는 얼른 자리를 옮겨 디디었다. ♣사내의 죽음을 확인하고 급히 여관에서 나오는 ‘나’와 안

밖의 이른 아침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빠른 자연물을 통해 암울한 분위기 암시 걸음으로 여관에서 떨어져 갔다. →사내의 자살에 휘말리고 싶지 않음 멀어져 “난 그가 죽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안이 말했다. “난 짐작도 못했습니다.” 라고 나는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난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코트의 깃을 세우며 말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그렇지요. 할 수 없지요. 난 짐작도 못 했는데….” 내가 말했다. “짐작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가 내게 물었다.

“씨팔것, 어떻게 합니까? 그 양반 우리더러 어떡하라는 건지….” <“그러게 말입니다. 혼자 놓아두면 죽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게 내가 생각해 본 최선의, ‘안’의 개인적이고 폐쇄적인 가치관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난 그 양반이 죽으리라는 짐작도 못 했으니까요. 씨팔것, 약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모 비속어를 통해 인물의 씁쓸한 심리 제시 양이군요.” 안은 눈을 맞고 있는 어느 앙상한 가로수 밑에서 멈췄다. 나도 그를 따라가서 멈췄다. 그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김 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다섯 살짜리죠?”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 두 사내는 고독을 자신의 것으로 느끼게 됨.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모든 것과의 단절이 자신을 편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부분. “난 분명히 그렇습니다.” “나도 그건 분명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기웃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혼자 놓아두면 죽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게 내가 생각해 본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 ‘사내’의 죽음이라는 슬픈 사건이 ‘나’와 ‘안’에게는 밋밋한 사건일 뿐만 아니라 자신과 연루되기 전에 빨리 벗어나야 할 일로 여겨질 따름이다. 두 사람의 생각에서 결국 모든 고통과 슬픔, 죽음은 온전히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씁쓸한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두려워집니다.” 사내의 죽음으로 고독감과 허무감을 인식하기 시작한 ‘안’ “뭐가요?” 내가 물었다. “그 뭔가가, 그러니까….” 그가 한숨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쉽게 내뱉지 못하는 회한에 찬 목소리 “우리가 너무 늙어 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안’은 사내의 죽음을 방치하고 그 죽음을 귀찮아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많은 세 상사를 경험하고 어느 정도 타인의 일이나 세상사에 호기심이 없어지는 ‘늙음’에 다가서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 “우린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입니다.” 나는 말했다. “하여튼…” 하고 그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 여기서 헤어집시다. 재미 많이 보세요.” 하고 나도 그의 손을 잡으 -세 사람이 인간적 유대감을 느끼지 못하고 헤어지게 됨. -헤어지면서도 재미 많이 보라고 압축하여 말함으로써 단절된 인간 관계 를 드러냄. 며 말했다.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마침 버스가 막 도착한 길 건너편의 버스 정류장 으로 달려 갔다. 버스에 올라서 창으로 내어다 보니 안은 앙상한 나뭇가 지 사이로 내리는 눈을 맞으며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고 서 있었다. ♣무덤덤하게 헤어지는 ‘나’와 안

연대의식, ‘無’ 벽은 실제 여관의 벽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사람들 사이의 마음의 벽을 의미한다. 즉, 작가는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맺지 못하고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현대인의 인간관계를 벽을 사이에 두고 각각 다른 방에 들어가는 행위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삶에 간섭하지 않으려 하며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벽으로 나누어진 다른 방에 들어간 등장 인물의 행위에 반영되어 있다.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배경 : 1964년 겨울 밤, 서울 제재: 우연히 만난 세 사람이 하룻밤에 겪은 일 주제 : 현대인의 근원적 고독감과 소외감 출전 : ‘사상계’(1965) 특징 : 1. 상징적인 언어의 사용 2. 전형적인 인물의 행동과 대화를 통한 시 대상의 세시.

학습활동- 내용학습 1. 문학사적으로 볼 때, 이 소설을 4.19 세대의 정신적 좌절감을 가장 깊은 감수성으로 표현해내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 소설의 첫 대목에서 제시된 우중충하게 궂은 날씨와, 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술을 마셔야 하는 포장 마차, 그리고 카바이드 불빛이 바람에 흔들리는 어두운 밤이라는 배경은 이러한 암울한 시대 상황이 당시 젊은이들의 의식 속에서 어떤 형식으로 각인되어 있는가 하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 속에서 등장 인물들은 서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능력마저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학습활동 - 적용학습 2. 안은 처음 여관으로 들어갈 때 이미 아저씨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혼자 있기 싫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하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을까? 그에게 도움을 주면 그가 다시 살아갈 희망을 가질까?’ 하고 자신에게 되물었을 때 안은 아무런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다만 그 자신이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그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지금 그는 자신의 선택이 당혹스러웠다. 설마 죽을까 하던 내심의 확신이 어이없이 무너지고 이제는 그의 죽음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밀려 왔다.

쪼끔만 더~ 도시화에 따른 인간성 상실 -> 김승옥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산업화에 밀려 소외된 소시민들의 삶 -> 서정인 ‘강’, 임철우 ‘사평역’, 황석영 ‘삼포 가는 길’, 윤흥길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