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사랑
출근길에 있었던 일이다. 옆 차가 바짝 붙어 지나가면 서 내 차 문짝을 ′ 찌익 ′ 긁어 놓고 말았다.
나는 즉시 차를 멈추었다. 상대편의 차를 운전하던 젊은 부인이 허겁지겁 내리더니 내 게 다가왔다. 많이 놀랐는지 얼굴빛이 사색 이 되어 있었다.
˝ 미안합니다. 제가 아직 운전에 서툴러서요. 변상해 드릴게요.˝
그녀는 잘못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자기 차 앞바퀴가 찌 그러진 것을 알게 되자 눈물 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틀 전에 산 새차를 이렇게 찌그러뜨려 놓았으니 남편 볼 면목이 없다며 계속해서 눈물 을 뚝뚝 흘렸다.
나도 그녀가 참 안됐다는 생각 이 들었다. 아무튼 사고 보고서에는 운전 면허증과 보험관계 서류 등에 관한 내용들을 함께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그녀는 필요한 서 류가 담긴 봉투를 꺼내려고 운 전석 옆의 사물함을 열었다. 그리고는 봉투 속에서 서류들 을 꺼냈다.
˝ 이건 남편이 만약의 경우를 위해서 필요한 서류들을 담아 둔 봉투예요.˝
그녀는 또 한 번 울먹였다. 그런데 그 서류들을 꺼냈을 때 제일 앞장에 굵은 펜으로 다음과 같은 커다란 글씨가 적 혀 있는 게 아닌가.
˝ 여보, 만약 사고를 냈을 경우에 꼭 기억해요. 내가 가장 사랑하고 걱정하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바로 당 신이라는 사실을.˝
그녀의 남편이 쓴 글이었다. 내가 그녀를 다시 쳐다보았을 때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Photography by Park Si 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