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on 박시호의 행복편지 패션디자이너 박윤수
박시호의 행복편지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들이 총출동하는 35회 08 S/S SFAA Seoul Collection이 11월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막을 열었습니다.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진태옥· 박윤수· 장광효· 설윤형· 박항치· 신장경· 루비나 등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 16명이 참가합니다. "이번 행사는 여느 때와는 달리 소수의 패션피플들에게만 오픈되며, 이례적으로 야외무대를 활용해 진행된다. 선진국의 패션 컬렉션처럼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주요 테마는 '로맨틱&내추럴'이다. 특히 디자이너들은 야성적인 매력이 가득한 '아프리카'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 컬러는 사랑스러운 파스텔 색상이 대부분. 소재의 경우 고급스러운 천연소재들을 비롯해 환경을 생각한 친환경 소재들이다. 박윤수 작품
박시호의 행복편지 오늘은 제가 특히 디자이너 박윤수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 그의 작품은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한 여인의 '도심 귀환'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박윤수는 늘 열정만큼의 허기를 안고 사는 여백의 디자이너다. 옷을 짓는 것이 공간을 짓는 것이라 믿는 그는 창조적 감수성과 문화적 경험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형상화 해 ‘옷이라는 공간’ 안에 담아내 보인다. 허나 그는 빼곡이 채우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다. 열정을 담아 7할을 채웠다면 3할이 박윤수 자신에게는 끝없이 채워 나가야 할 창작적 ‘허기’가 될 것이며 그의 옷을 입고 그의 디자인을 누리는 이들에게는 그들만의 고유의 공간을 허락하는 기분 좋은 여백이 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윤수는 자신만의 창조적인 색깔을 고집하면서도 대중과의 폭넓은 교감과 호흡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디자이너다. 그가 브랜드 ‘박윤수올스타일’을 통한 패션계 내의 활약에서 멈추지 않고, 동시대의 문화ㆍ경제ㆍ예술ㆍ연예계 사람들과 넓게 교류하며 다채로운 문화적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 가는 이유도 ‘소통’이란 화두 안에서다.
박시호의 행복편지 그는 현재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 회장으로 예술적인 성취와 브랜드 사업의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디자이너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개인 의상실과 백화점을 합해 10개의 매장에서 한 해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포인트 컬러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색채의 마술사', 장식적인 요소 없이도 충분히 멋진 옷을 만들어내는 '미니멀리즘의 선구자' 등 그를 수식하는 말은 넘쳐난다. 그는 "내가 만든 옷이 동시대를 사는 대중을 만족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지탱해왔다"며 '대중과의 호흡'을 유독 강조한다. 그는 1987년 시작해 35회째 열리고 있는 SFAA 컬렉션에 '개근'한 디자이너이다. 컬렉션은 디자이너가 다음 시즌에 유행할 옷들을 6개월 미리 선보이는 패션계의 축제다. 6개월마다 열리는 컬렉션에 40~50벌의 새로운 옷을 선보이려면 준비 기간만 3~4개월은 걸린다.
박시호의 행복편지 그는 1978년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찾아간 국제복장학원에 찾아 갔다. 한양대에서 미술을 전공해 그림 그리는 데는 자신 있었던 그였지만 복장학원에서 한 달 동안 배운 것은 바느질밖에 없었다. "온통 여성들뿐인데 그 사이에 껴서 대학까지 나온 남자가 미싱을 돌리고 있자니 처음엔 낯이 뜨거워 견디기 힘들었죠." 하지만 그는 오기로 2년을 버텨 결국 1980년 중앙디자인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으며 패션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198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디자이너 브랜드 '박윤수'를 론칭하며 패션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박윤수의 옷은 컬러와 디테일에서 다른 브랜드를 한 발 앞서 이끌면서도 너무 튀지 않고 품격이 있다”며 그 때문에 사회적 지위가 있는 30~40대 고소득층 여성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그는 "디자이너가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팔리는 옷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컬렉션 무대에 올릴 '작품'과 매장에 내놓을 '상품'은 그 출발부터 디자인의 개념이 약간 다릅니다.
박시호의 행복편지 패션 디자이너가 예술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마음껏 뽐내다 보면 지금 동시대를 사는 대중의 취향으로부터는 점점 멀어지게 마련이거든요. 컬렉션 무대를 통해서는 제가 꿈꾸는 패션의 미래를 선보이고, 매장에서는 당장 소비자가 입고 싶어지는 옷을 내놔야 하는 것이지요." 현재 SFAA 회원은 36명. 숫자로만 보면 소수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패션한국'을 이끌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비중 있는 인물들이다. 서울 컬렉션을 한국 패션의 발신지로 만들기 위해 협회와 정부 당국이 재정적,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상호협조 분위기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작품에만 전념하게 해달라는 주문이다.
박시호의 행복편지 "그렇지 않아도 저희 같은 개인 브랜드들은 수입 브랜드와 어렵게 경쟁하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백화점 수수료도 외국 브랜드에 대해서는 15%만 받으면서 국내 브랜드에게는 33%나 받습니다. 그런데 협회나 정부마저 도와주지 않으면 한국발 명품 브랜드는 나오기 어렵죠." 그는 언제나 젊게 입는다. 옷만이 아니라 피부도 30대 초반 수준이다. 산악자전거와 댄스스포츠의 효과도 있겠지만 자신의 분석으로는 무엇보다 마음가짐 덕분이란다. 그의 '젊은 패션 철학'은 분명하다. "옷을 잘 입는 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어요. 첫째, '나는 언제나 20대' 라는 마음을 지녀야 해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거죠. 둘째는 자신감입니다. 좀 튀는 옷을 입었다 해서 자기가 먼저 쑥스럽게 생각하면 안돼요. 하루 종일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얼마나 거북하고 불편하겠습니까? 자신 있게 밀고 나가세요. 상대방도 내 옷을 보고 멋지다고 느낄 거라고 확신하세요." "유행이요? 그건 쉬워요. 백화점 의류 매장이나 TV 드라마 주인공들의 의상을 조금만 주의 깊게 보면 그때그때의 유행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올해는 에드워드룩(Edwardian Look)이 유행의 기저에 흐르고 있습니다. 에드워드 7세 시대의 여성적이고 낭만적인 요소들이 부활한 거죠.
박시호의 행복편지 1900년대 초 영국의 화려하고 장식적인 요소들, 19세기 전반의 낭만적 요소들이 요즘 레이스, 플리츠, 프릴 같은 장식과 부드러운 스타일로 되살아난 겁니다. 남성복도 그 영향을 받아 재킷에 플리츠를 넣는 등 부드러워졌습니다. 색상도 마찬가지죠. 가령 최근에 흑백이 초강세였는데, 유행이 좀 지난다 해도 채도가 달라진 상태로 한동안 여전히 남는 겁니다. 가령 올해는 아주 진한 검정이 아니라 차콜 그레이(Chacoal grey)로 이어지듯이 말입니다." "몇 가지 요령을 알면 더 좋아요. 동양인은 작기 때문에 브이 존(V Zone)이 좁아야 몸이 길어 보입니다. 또 얼굴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있는(Cool) 사람은 흑백처럼 뚜렷이 대비되는 색상이 좋고, 부드럽고 따뜻한(Warm) 얼굴은 중간 색조가 좋지요."
박시호의 행복편지 그는 청바지 예찬에 있어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청바지를 입으면 긴장이 되고 적당히 조여주기 때문에 "청바지를 입으면 긴장이 되고 적당히 조여주기 때문에 허리가 늘어나는 걸 예방해줍니다. 스키니 팬츠(몸에 달라붙는 바지), 부츠컷(밑단이 나팔처럼 내려오면서 구두를 가려주는 스타일), 골반에 걸치는 이른바 '골반 룩(Low Waist)',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됩니다." 청바지에 정장 재킷을 입었을 땐 스니커즈보다는 구두를 신어라, 윗주름(tuck)이 많은 바지는 피해라. 그는 이번 서울 컬렉션에 여성복 40벌을 선보였다. 로맨티시즘과 여성성이 두드러지는 디자인이다. 패션쇼 연출과 음악 선곡에도 무지무지 신경을 썼다. "아, 음악이요? 우리 딸들이 골라줬어요. 쇼도 쇼지만, 음악 자체로도 환상적이에요. 비요크(Bjork)의 음악은 곧 한국에서도 뜰 겁니다."
박시호의 행복편지 그는 섹시함을 자신의 두 가지 경험에 빗대어 말한다. 한 파티를 갔는데, 바닥이 금색 유리로 되어 있었다. 그 위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서 있다면? 물론 어두운 공간이었기에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감춰진 듯 살짝 보이는 그 모습에 섹시함을 느꼈다. 직접적이고 관능적인 섹시한 맛이다. “이런 것도 디자인이지 않겠는가” 파티의 열기를 한층 돋워줄 공간을 만든 디자이너의 위트이다. 그런가 하면 박윤수씨를 넋을 잃게 만들 정도로 섹시한 여성이 있었다. 갤러리아백화점 앞에 서 있던 슬림한 블랙 팬츠에 흰색 셔츠를 입은 늘씬한 여성이었다. 셔츠 단추를 두 개 풀고. 그는 생각했다. 화려하고, 벗고, 드러내는 것보다 더욱 섹시한 것이 바로 저런 모습이라고. 화이트 셔츠를 입었는데 단추 두 개 풀고 여기에 목걸이 하나로 포인트만 주어도 웬만한 남성들은 넋을 잃을지 모른다고. 그런 섹시함은 멋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담고 있다. 도회적이며 강한, 그러면서도 섬세함을 연상시키게 하는 말 그대로 여성성의 ‘내재된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