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프랑스의 갈등과 통합 서강대학교 전종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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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프랑스의 갈등과 통합 서강대학교 전종호교수

제2강 – 프랑스인의 기질을 소개하는 두 가지 접근 한국에 알려진 프랑스인을 설명하는 프랑스어로 ‘에스프리 esprit’ 라는 단어와 ‘톨레랑스 tolérance’라는 두 단어가 있다. 이를 중심으로 프랑스인의 기질을 접근 해 볼 수 있다. 프랑스인의 에스프리 L'esprit français 프랑스어인 ‘에스프리 esprit’, 는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이다. 사전적인 의미로 이는 ‘심령’, ‘정기’, ‘재능’, ‘정신’, ‘사고능력’, ‘기지’, ‘행동양식’ 등으로 정의된다. ESPRIT

제2강 – 프랑스인의 기질을 소개하는 두 가지 접근 재치 라는 말을 할 때 에스프리는 ‘기지’, ‘재치’ 의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귀 미쇼 Guy Michaud와 알랭 킴멜 Alain Kimmel은 프랑스적인 에스프리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적절한 재치와 기지 : 하나의 말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적절히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재치 있게 응수한다. 심술궂은 언행 : 타인의 어떤 성격이나 행동에서 못마땅한 점을 보면 채찍을 때리듯이 때로는 부당하다 할 정도로 빈정거린다. 뜻밖의 논리 : 겉으로는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의 예기치 못한 국면을 보여주는 논리성이 있다. “프랑스인에게 에스프리는 매우 중요한 것이고 이것이 없다는 것은 큰 단점이 된다. 이는 마치 영국인에게 유머가 없다는 것과 같다.”

제2강 – 프랑스인의 기질을 소개하는 두 가지 접근 2) 사고능력 에스프리를 ‘사고 능력’으로 이해할 때는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프랑스인에게 ‘조직적인 사고 능력 esprit organisé’은 매우 중요하다. 17세기 데카르트 등에 의해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철학은 ‘합리적인 이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기하학적으로 체계화된 이성을 뜻한다. 17세기 일어난 프랑스 고전주의 문예사조는 이러한 이성의 예술적인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베르사이유 궁전 등에 구현된 프랑스적 정원의 기하학적 균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현재까지도 프랑스인에게 수리적인 사고는 매우 중시되고 명료성과 간결성은 프랑스어, 프랑스인을 특징짓는 단어가 되고 있다. Esprit de la géométrie : Un jardin à la française (Villandry)

제2강 – 프랑스인의 기질을 소개하는 두 가지 접근 프랑스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학생들에게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에스프리를 갖게 하는 데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수학이 그토록 프랑스 교육에서 중시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학생들은 논문과 작문의 작성 등에서 조직적인 사고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훈련을 받는다. 특히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는 것이 토론이다. 프랑스인은 토론을 매우 즐기는데, 카페나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특히 텔레비전에서 토론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텔레비전에서의 토론은 마치 국민 스포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여기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고 명백히 전달하는 감각을 익힌다. 특기할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임기응변이 중시되고 재치, 재능이 심오한 사고보다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프랑스적 피상성 superficialié française’이라고도 한다.

제2강 – 프랑스인의 기질을 소개하는 두 가지 접근 2. 똘레랑스 Tolérance에 대해 홍세화씨가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에서 소개한 ‘똘레랑스’라는 어휘는 이제 프랑스인의 기질과 문화를 설명하는 한 단어가 되었다. 프랑스를 ‘똘레랑스’의 나라라고 평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Tolérance 제2강 – 프랑스인의 기질을 소개하는 두 가지 접근 1) 홍세화씨가 소개한 똘레랑스 첫 번째 의미로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을 들 수 있다. 이는 ‘나’의 생각과 행동만이 옳다는 독선의 논리로부터 스스로 벗어나길 요구하고, ‘나’의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이념을 남에게 강제하는 행위에 반대함을 뜻한다. 그는 ‘똘레랑스’가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강요나 강제 대신 토론이 중시되는데 토론이란 결국 상대를 설득시키기 위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Tolérance

제2강 – 프랑스인의 기질을 소개하는 두 가지 접근 또한 사회생활에서 ‘나’와는 다른 것(이웃, 외국인, 다른 생활방식, 다른 문화)에 대한 인정을 들 수 있다. 프랑스는 외국인들을 자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하는데, 사회보장, 가족수당, 주거수당, 무료교육 등,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반대하고 있다. 종교적인 ‘똘레랑스’로 프랑스는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는 만큼 종교로부터의 자유도 중요시한다. 이는 맹목으로 극단화되고 광신으로 치우친 신앙에 대한 견제이다. 결국 ‘똘레랑스’는 소수에 대한 다수의, 소수민족에 대한 대민족의, 소수 외국인에 대한 다수 외국인의, 약한 자에 대한 강자의, 가난한자에 대한 가진 자의 횡포를 막으려는 이성의 소리이고 권력의 횡포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려는 의지이다.

제2강 – 프랑스인의 기질을 소개하는 두 가지 접근 ‘똘레랑스’의 두 번째 의미는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자유’ 로 소개한다. 이는 ‘한계오차’를 의미하는 공학적인 용어에서 온 것으로 허용된 ‘똘레랑스’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자율적 노력을 뜻한다. 이는 관료의 편의주의와 일률적인 규격화에 반대하고 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 프랑스인의 특성을 잘 설명한다. 즉 불의나 공권력의 남용보다는 차라리 무질서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제2강 – 프랑스인의 기질을 소개하는 두 가지 접근 ‘나는 무엇을 아는가?’로 표현되는 프랑스의 철학 전통인 회의론에서 시작된 이성주의와 대혁명을 비롯한 사회 운동의 역사에서 ‘똘레랑스’가 비롯되었다. 역사의 교훈에서 얻어진 극단주의에 대한 외면, 비타협보다는 양보, 처벌이나 축출보다 설득과 포용, 홀로 서기 보다는 연대를 지지하는 성향이 프랑스의 ‘똘레랑스’의 전통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홍세화씨는 ‘똘레랑스’라는 어휘로 프랑스사회와 프랑스인의 사고방식을 설득력 있게 소개했다.

제2강 – 프랑스인의 기질을 소개하는 두 가지 접근 2) ‘똘레랑스’에 대한 비판과 보충 이러한 홍세화 씨의 소개에 대해 이영목씨는 그의 논문 『똘레랑스 개념에 대한 비판적 접근』에서 ‘똘레랑스’ 개념의 발생과정과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우선 홍세화 씨가 참조하였던 『로베르 소사전』의 개념들은 그 의미를 상당히 소극적으로 만드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즉 “타인의 사고 및 행동 양식에 대한 이해”, 또는 “타인의 자유에 대한 존중”은 그 태도를 취하는 주체가 일종의 상대주의적인 태도와 혼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2강 – 프랑스인의 기질을 소개하는 두 가지 접근 여기서 이영목은 『로베르 소사전』의 다른 어의인 “유기체가 (주체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병적인 징후 없이 약물이나, 일정한 화학적, 물리적 작용 들을 견디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제시한다. 이는 ‘똘레랑스’의 의학적, 생물학적 의미로 허용할 수 없는 것’,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한 허용이라는 모순적인 의미를 내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허용할 수 없는 것을 ‘왜’, 그리고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즉각 제시된다. vs

제2강 – 프랑스인의 기질을 소개하는 두 가지 접근 이 질문은 결국 ‘똘레랑스’ 개념이 제기하는 궁극적인 문제이며, 이는 상대적인 가치관과는 거리가 먼 주체의 분명한 가치 판단이 전제된다는 것이다. 즉 ‘똘레랑스’ 개념은 ‘엥똘레랑스 intolérance’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수반되어야 한다. ‘단일한 불가분의 공화국’을 지향하는 프랑스는 ‘라이시테 laïcité’ 등 공화국의 근간이 되는 원칙을 훼손할 위험이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즉 ‘엥똘레랑스’의 기준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민자에 대한 ‘통합주의’적 정책은 이민자에게 프랑스공화국의 일원으로 종교적, 문화적인 분파주의를 허용하지 않는 정책을 견지하였다. 이는 영미의 ‘다문화주의’ 정책과는 대비된다. 또한 홍세화씨의 첫 번째 정의는 굳이 ‘똘레랑스’라는 거창한 개념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정신인 토론과 합의의 정신을 통해 충분히 실현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만 하는 태도라고 비판할 수 있다.

제2강 – 프랑스인의 기질을 소개하는 두 가지 접근 이영목은 ‘똘레랑스’의 문제는 표면상으로는 개인의 문제처럼 보이나 본질적으로는 사회, 정치상의 문제임을 지적한다. 즉, 어디까지 ‘똘레레 toléré’할 것인가의 대답은 단어의 의학적 의미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는 “유기체가 병적인 징후를 보이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정치적인 용어로 바꾸자면, ‘똘레랑스’는 국가, 또는 어떤 사회 집단이 그 존재를 위협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는 것으로 할 수 있다. 여기서 무엇이 사회라는 유기체의 존재에 위협적인 요소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판단은 역사적으로 변화한다.

제2강 – 프랑스인의 기질을 소개하는 두 가지 접근 실지로 ‘똘레랑스’라는 이론은 종교적인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로크 Locke나 루소 Rousseau는 ‘똘레랑스’를 역설함과 동시에 단호하게 ‘엥똘레랑스’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의 판단은 항상 정치적이었으며, 그 차이는 정치권력의 사명 및 기능의 해석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영목의 주장은 홍세화 씨의 ‘똘레랑스’의 개념이 지닌 약점을 보충하게 해 준다. 즉 '똘레랑스‘는 개인적 덕목이기 보다는 사회적, 정치적인 덕목이며 ’엥똘레랑스‘에 대한 분명한 입장정리가 표현되어야 한다. ’똘레랑스‘와 ’엥똘레랑스‘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여기서 ’똘레랑스‘는 궁극적 해결에 필요한 합의 과정을 가능케 하는 필수 조건이다.

참고문헌 이영목, “똘레랑스 개념에 대한 비판적 접근” 『18세기 연구 제 3호』, 태학사, 2001, 305-328쪽 홍세화,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 창작과 비평사, 1995 『쎄느 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한계레 신문사, 1999 http://fr.fotopedia.com/items/6nf9pniglhbor-ncOnMd7OB4E 서울대학교 불어권 문화연구소, 『프랑스 하나 그리고 여럿』, 강, 2008. (특히 1부의 문경자, 「공존의 원리」를 참조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