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강 한국인의 조형의식과 한국디자인의 정체성 디자인과 문화 제 2 강 한국인의 조형의식과 한국디자인의 정체성
들어가는 말 - 우리의 조형의식과 정체성을 논하는 목적 들어가는 말 - 우리의 조형의식과 정체성을 논하는 목적 지난세기 후반부터 우리의 문화와 그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시도는 여러 학문의 분야에서 이미 활발히 시도 되어 왔고 언론매체와 정부기관에서도 그 논의가 활발하여 이제는 범 국민적 관심사이자 운동의 하나가 된 듯한 느낌 이다. 우리가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데에는 여러 각도에서의 다각적 시도가 있겠으나, 그 탐색과정에서 일관되게 보여지는 것은 한국적인 것은 대개 예술에 그대로 녹아 있다는 것이다. 예술은 일종의 표현문화(expressive culture)이다. 사람들이 지닌 성정은 문화적으로 표현되기 마련이므로 사람의 감각이나 감정을 다루는 예술에는 그 문화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새천년의 한국인들이 한국적인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려 한다면 어떤 것을 연상할까? 이것을 우선 우리 주위의 생활 속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우리주위에서 매일 보고, 만지고 사용하고, 타거나 들고 다니는 디자인에서 우리문화의 한 갈래를 살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래 보이는 것은 조각보다. 조각보는 옷 만들고 남은 천을 이어서 만든 보자기 같은 것이다 아래 보이는 것은 조각보다. 조각보는 옷 만들고 남은 천을 이어서 만든 보자기 같은 것이다. 우리들의 할머니, 어머니들은 이런 조각보를 만들어 복을 빌며 장롱 밑에 깔아 놓기도 하고 보자기나 밥상보로도 이용했다. 그런데 이 조각보의 디자인 감각은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추상에 버금간다. Piet Mondrian(1872~1944)은 칸딘스키와 더불어 20세기 서양추상미술의 두 축을 이루는 화가이다. 그런데 디자인교육은 커녕 개념조차 모르는 조선조의 우리 어머니들이 어떻게 해서 그런 높은 디자인개념이 들어간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그게 문화의 힘이자 저력이다. 이것은 조선조 문화가 그만한 문화적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 조선조 어머니들은 당시의 문화수준을 그저 무심히 자신의 손으로 옮긴 것이며, 문화의 기본이 확고하게 자리잡혀 있으니 누구나 예술적 행위를 하면 수준급 이상이 나오는 것이다. 근자에 들어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수용과 더불어 근대서구의 이성중심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 대안을 동양의 문화와 사유체계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있다. 새로운 세기는 문화의 세기로 규정되며 이는 오늘날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라는 서로 방향을 달리하는 두개의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동양과 서양의 조형정신을 비교 해보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대의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동아시아 문화의 보편적 특성을 보면, 한자문화 유교문화 자연친화사상예술과 미의식에 있어서 자연을 닮으려는 경향이 있다. 천인합일(天人合一), ‘비록 사람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라 할지라도 완연히 하늘이 만들어 낸 것과 똑같다.’는 구절에서 보여지듯이 이는 동양문화에 있어서 가장 중심이 되는 가치이다. 즉,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조화를 추구하면서 집단의 화합을 중시하는 태도로 표출한다. 동양과 서양의 조형정신을 비교 해보면,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 일반적으로 조형을 함에 있어 그 정신적 토대는 그들의 세계관을 포함한 철학과 미학에 기반한다. 서양에 있어 세계는 현상세계와 초월세계를 분리한 이원론적 구조에 기초하고있다.(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뉴턴)반면, 동양의 세계관은 다분히 ‘유기적’이다. 이러한 세계관은 근본적으로 합일성을 강조하며 그 속에서 인간은 자연, 우주, 세계와 다름없는 하나로 상호연관성을 가지고 있다.(일원적 세계관) 동양과 서양의 가치관: 삶과 형(形)을 재구성 하려는 서구문화의 전통은 수학과 기하학을 서양문명의 절대적인 위치로 자리매김 시켰다.
서양철학이 자신의 삶의 환경 속에서 지식을 추구하는 가운데 물리학이 발전하였다면, 동양철학은 삶의 도(道)를 추구하는 가운데 윤리학이 발전한 것이다. 동양과 서양의 미학과 방법을 살펴보면, 동양은 사물에 대한 정확한 파악은 그것에 대한 기호적 해석을 넘어선, 마음을 통한 깨달음으로만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졌다. 따라서 미의 본질을 추구하지 않았고, 언어를 공리나 정의를 내리려 애쓰지 않았으며, 미의 본질을 핵심으로 하는 미학을 애써 내세우려 하지 않았다. 반면에, 서양의 미학은 정치학, 윤리학, 종교학 등과 함께 철학의 중요한 학문영역으로 인식되었다. 본질을 추구하고 주체에 있어서 지성, 감상, 의지의 분리를 추구한다. 그리고 예술에 있어서 통일성 이라는 세가지 근원에 기초하였다.
한국인의 조형의식을 전통실내 디자인에 비추어 살펴보자. 전통실내의 공간개념에 드러난 한국 조형개념의 특색을 시대적으로 살펴보면, 삼국시대에는 세부적인 표현보다는 총체적 구성을, 냉철한 완벽성보다는 인간적인 온화함을,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자연적인 순수함을 존중. 통일신라시대에는 율동과 성숙의 미 이면서 동시에 위엄과 절제를 잃지 않는 세련된 조화의 미를 추구 하였다. 고려시대에는 무한한 창의성과 따뜻한 인간미를, 조선시대에는 엄격한 유교정신으로 철저한 평범의 세계를 추구한 것이 조형의 기본개념 이었다. 따라서 한국의 조형세계는 대상을 강렬하게 드러내 보이려는 의지보다는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며, 평범함 가운데 숨겨진 질서의 미를 발견할 수 있는 멋의 깊이를 간직한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미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한국의 조형성에 대해, 특출함이 없는 평범함의 미. 대자연의 질서를 느끼게 하는 인공 이전의 미라고 정의한다. 또한, 한국의 전통미를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라 하면서 무기교의 기교, 무계획의 계획, 무관심성 이라고도 표현을 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국인의 조형적 특성을 몇 가지로 압축, 정리해 보자. 소박성 : 소박성은 자신을 드러내거나 남의 눈에 띄고자 하는 욕망이 베제된 순수하고 겸허한 가운데서 무언가 더 크고 감동적인 것을 담고 있는 미이다. 유교적 금욕주의나 중용사상 등이 그 근간을 이룸으로써 지나치게 크거나 요란함은 물론,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럽거나 눈에 띄게 세련된 표현도 억제하는 데서 비롯된 특성이다. 포용성 : 자연에 내재되어 있는 다양한 형태를 인위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용하거나, 조형물의 형성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변형까지도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지극히 자연적인 변화의 미를 의미한다. 즉, 변화의 미란 살아있는 생명력의 미를 말한다. 자연이 지니고 있는 약간의 불규칙성이나 비대칭적인 형태에서 살아있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데, 포용성은 이러한 자연스러움을 모두 아우르는 특성을 지닌다. 전통실내공간은 이러한 포용성으로 인해 넉넉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다. 이와같은 포용성은 유교, 불교, 도교의 기본정신인 너그러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탈기교성 : 인위적인 기교는 물론, 인공의 가미조차 최소한으로 절제한 본래의 미를 일컫는다. 즉 인공적인 형태나 장식을 줄이고 원재료의 특성 그대로를 살려서 자연과 대립되지 않는 부드러운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세부장식에 몰두하지 않고 작품의 전체적 조화를 중시하기 때문에 어수룩해 보이지만 원만하며 친근감을 준다. 한국의 조형물은 멀리서 거시적으로 전체적 특징을 음미 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탈기교성은 소박성이나 포용성과 더불어 전통실내공간에 격조와 단아함을 부여한다.
1) 상기한 내용이 다른 조형물, 전통도구나 회화,문양,서체, 의상등에는 어떻게 적용 되었는가를 생각해보자. 관조성 : 관조성은 사물을 표면적 형식이나 미적 분석원리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내재하는 정신적 의미 또는 가치를 중심으로 나타내는 특성이다. 즉 겉으로 나타난 아름다움 보다는 한단계 더 성숙한 내면의 미라할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을 형성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은 불교 사상이다. 삼라만상에 대해 인위적으로 관여 하기 보다는 그저 있는 대로 파악하고 관조하는 자세가 그것이다. 관조성은 현란하게 눈에 띄는 그런 미가 아니라, 형태나 색채 등이 없는 듯 있음으로 해서 그 세련됨과 은근함에 끌리게 되는 미를 말한다. 전통주택의 실내공간은 비워진 공간이 채워진 공간보다 많아 여백의 미가 강조됨으로써 허허롭지만 여유 있는 공간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실내 공간에 한가로움과 고요함이 창조되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질의 1) 상기한 내용이 다른 조형물, 전통도구나 회화,문양,서체, 의상등에는 어떻게 적용 되었는가를 생각해보자. 2) 지금까지 학습한 개념을 어떻게 현대 한국디자인에 적용 시킬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보자.
한국디자인의 정체성과 전망 1980~90년대의 고도경제성장기의 한국은 많은 가전제품, 자동차, 의류와 신발류 등을 해외에 수출하여 ‘made in KOREA’의 위상을 갖추었다. 그러나 실제 그 시기의 한국제품은 기술 주도형 으로서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국제적인 인정은 받았으나 독자성(originality)이 떨어져 유럽이나 미국, 그리고 일본의 디자인을 모델로 양산한 것들이 많았다. 한국의 근,현대화는 광복이후에 본격화 되었다고 얘기할 수 있는데, 국력고양을 국시로 한 서양적 근대화, 다시 말해 공업화와 기술혁신 이라는 문명화-도시화(civilization)를 최우선시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최우선 해결대상으로 삼은 결과 인간의 정신적 생활에 관한 문화-생활(culture)은 국가의 이익과 생산에는 직접공헌하지 않는 것으로, 예술영역이나 문학의 세계만의 특별한 것으로 인식되어져, 일상의 생활과 단절 되어진 공간에 갇히게 되었다. 한국의 근,현대화는 매우 급격하게 진행 되어졌기 때문에 그 당시의 한국인들은 한국문화의 훌륭함을 확인할 여유가 없
디자인과 아이덴티티(Design & Identity) 었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과 아이덴티티(Design & Identity) 인간의 욕구는 단계적으로 높아져 가는 현상을 보이는데 그 정점에는 자기 실현의 욕구가 있다고 한다. 인간이 복잡다양한 사회환경 가운데 자기욕구를 현실화하는 영역을 생각해 본다면 각자 자신의 생활의 장이 우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있어서는 전체적 평등주의가 편중되어 획일화된 몰개성적 스타일을 만연시켰다. 경제적 발전단계에 있어서 효율성, 합리성이 우선되어온 상황 속에서 우리들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하지 않았나 하는 점은, 물건을 만드는 기술은 획득 하였지만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는 알지 못한다는 혼돈을 파생 시켰다. 21세기의 오늘, 한국의 디자인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명확히 판단하는 가치관의 자기인식을 과제로 안고있다. 디자인 비젼 확립을 위해, 문화란 무엇
인가를 지금 다시 한번 더 생각할 필요성을 느낀다. 디자인이 형성하는 도구적 장비와 생활의 의미, 가치, 기능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냉정하게 생각하면 인간생활 이라는 맥락 위에 있다. 따라서 생활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은 인간의 내면적(의미-정신성), 외면적(표현-물질성)인 문화창조 그 자체인 것이다. 디자인은, 사용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 사람들이 원하면서도 표현할 수 없었던 문화를 도구적인 장치를 통해서, 현재화 시켜 실현하기 위한 행위이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당연히 자연의 일부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자연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디자인의 이론이 문화를 의식화하고 상대화하여, 보다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지향하고, 디자이너가 의식적으로 문화형성에 관여하고자 한다면, 우리의 정체성 파악과 한국적 디자인 형성에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질의 : 강의 된 내용을 근거로 한국적 디자인의 방향모색에 관해 생각해 보고, 한국적 조형의 특색이 잘 표현된 디자인의 사례를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