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빈곤
가난은 장애다 “ 이발소 건물 주인 아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녔어. 장애인이었지. 하지만 아버지 앞에서 는 늘 당당했어. 아버지하고 얘기를 나눌 때 면 아버지는 늘 무릎을 꿇으셨지. 눈을 맞춰 야 하니까. 위에서 내려다볼 수는 없잖아, 건 물 주인을. 그 때 나는 알았다. ‘ 세상에서 가장 큰 장애는 가난 이라는 것을 ’, 원하는 걸 마음 대로 할 수 없는 게 장애라면 가난은 그 무엇 도 할 수 없게 만드니까 ….’
가난은 권력이다 ‘ 집 주인의 심기를 거스르면 임대계약이 파 기되어 세 든 곳을 떠나야 하거나 임대료가 인상되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 난한 세입자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 불이익을 겪지 않기 위해서 때로는 불공평한 처사에도 침묵하고 자기의 권리를 적극적으 로 주장하지 않는다. 낮은 소득은 그로 인해 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가난은 차별이다 ‘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에 사는 차모 씨 (68) 는 “ 작년에는 연탄을 아무리 때도 추워서 양말도 신고 목도리에 털모자도 쓰고 잤다. 올 겨울은 제발 덜 추웠으면 좋겠다 ” 고 말한다. 또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주민 박모 씨 (68) 는 “ 뜨거운 물을 채워 이불 속에 넣게 정부가 보온병 하나만 줬으면 좋겠다 ” 고도 했 다. ( 한국일보, , “ 나홀로 덜덜 겨 울이 무서운 쪽방촌 사람들 ”)
가난은 덥고 춥다 ‘ 동자동 언덕배기 한 쪽방에선 러닝셔츠에 반바 지 차임의 변 씨 (81) 까 좁고 어두운 쪽방 문턱에 걸터앉아 세숫대야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변씨 는 오후 3 시가 다 돼서야 빵 한 조각으로 늦은 점 심을 때운다고 했다. 변씨는 “ 평소에는 복지관에 가는데, 요 며칠은 너무 더워서 복지관까지 갈 엄두가 안 나, 복지관에서 빵을 갖다 줘서 먹고 있어 ” 라고 말했다. 1 평 남짓한 방 안은 바람 한 점 통하지 않았다. 낡은 선풍기 한 대가 벽에 걸 려 있었지만, 고장 나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 ….”( 조선일보, “34 도 쪽방촌 … 밖에도 못 나가는 노인들, 새 사회문제로 )
가난은 아프다 17 개 질환을 조사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빈곤층이 다른 계층 사람들에 비해 질병을 앓는 비율과 중증도가 훨씬 높다고 보고하 고 있다 ( 복지부, 저소득층 의료보장 장기발 전계획에 관한 연구보고서, 2003). 빈곤층의 유병율은 일반인에 비해 4.2 배, 사망률도 3 배 이상이다.
가난은 위험하다 어스름한 새벽길 과속 차량에 치인 청소부, 고층건물 건설현장의 사다리 발판에서 추 락한 일용 노동자, 음식점 주방의 가스가 폭 발해 중화상을 입은 식당 아줌마, 기름탱크 를 청소하다 질식사한 이주 노동자 … 열량만 높고 영양가는 부족한 값싼 인스턴 트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비만율은 부유층에 비해서 훨씬 높다.
가난은 교육을 멀리한다 급식비, 보충수업료, 교재비, 교복값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의 높은 등록금 선행학습 중심의 학원 교습비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저소득 맞벌이 부모 …. 정서적 / 심리적 불안 정 낮은 학업성취도 … 학교이탈 … 괜찮은 일자 리 기회로부터의 배제
가난은 사람을 멀리한다 “ 사모님, 안녕하세요. 1 층 방입니다. 죄송해서 몇 번을 망설였는데 ….., 저 쌀이나 김치를 조 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 번번이 정말 죄송합니다 …. 항상 도와주셔서 정말 면목없고 죄송하고 …. 감사합니다.” 평소 갑상선 기능 항 진증과 췌장염을 앓았던 그녀는 며칠째 굶은 상태에서 지병이 악화되어 숨졌다. 끼니와 병치레를 해결할 수 없을 만큼 곤궁함 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도움을 주던 이들과 의 관계도 점차 옅어지고 소원해졌다.
빈곤은 단순한 것을 싫어한다 소득의 부족으로는 결코 설명 불가능 비위생적 공간, 불안정한 주거공간, 들러리 교육, 사회적 네트워크 … 인간답게 살기 위해 누려야 할 적정한 수준 으로부터 멀리 밀려나 있는 상태 결핍상태의 지속, 우울감과 무력감의 내면 화 빈곤에서 사회적 배제 (social exclusion) 로
빈곤에서 배제로 자본주의 경제 / 사회 체제가 적절한 수준의 자 원, 기회,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양 산하고 그들을 주변으로 내몰고 있다. 보건, 의료, 교육, 고용, 시민권 등 각 차원에서 최소한의 권리와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있 는 사람들의 배제되고 박탈당한 삶을 살필 때 만이 빈곤에 대한 이해에 더 다가갈 수 있다. 제도가 그어 놓은 빈곤선 너머에서도 가난이 바이러스처럼 자라는 사회는 결코 행복한 사 회라 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