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사회 신라대학교 김순석 교수
2. 경찰개념의 변천과정 1. 대륙법계 국가의 경찰개념 1) 고대 Police 또는 Polizei는 희랍어와 라틴어의 Politia에서 연유된 것으로서, 고대에서 중 세까지는 국가ㆍ국헌ㆍ국가활동 전체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실제로 polis의 책 임자들은 공공질서, 안전, 도덕, 식량공급, 복지 등 시민생활과 관련된 일체의 도시업무를 총괄하였으며, 그리스의 철학자들도 이들을 국가의 안전보장에 대 한 최종책임자로 이해하였다. 현대적인 표현인 police power(국가가 조정하거나 지배할 수 있는 힘)가 사용되었 을 때 이러한 본질적인 뜻이 더욱 명백해졌다. 고대의 경찰개념은 도시국가에 관한 일체의 정치를 의미하였으며, 특히 오늘날 의 헌법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2) 중세의 경찰개념 ① 프랑스 14세기 초 프랑스에서 경찰대(police force)가 설립됨으로써 police란 용어는 치 안조직을 뜻하는 ‘la police de pais'라는 명사로 사용되었으며, 이는 파리시의 질 서를 바로 잡아 시민들을 문명인으로 만드는 조직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14세기 말의 프랑스에서의 경찰개념은 국가목적 또는 국가작용을 의미하는 la police라는 용어가 성립되어 독일ㆍ영국 등 유럽 각국으로 전파되었다. 15C말 프랑스에서 독일로 도입된 경찰권이론은 국민의 공공복리를 위해 강제력을 동원할 수 있는 통치자의 권능을 인정함으로써 절대적 국가권력의 기초를 제 공하였다. ② 독일 16세기인 1530년 독일의 제국경찰법에 의해 공공복지라는 국가목적 내지 그 러한 목적을 위하여 행하여지는 국가행정 중 교회가 가지고 있던 교회행정 권 한을 제외한 일체의 국가행정을 의미, 즉 교회행정을 제외한 일체의 국가행정 을 'polizei'라고 규정되어 경찰의 개념은 세속적인 사회생활의 질서를 공권력 에 의해 유지하는 작용으로 축소되었다.
3) 경찰국가시대의 경찰개념 중세국가까지는 경찰과 행정이 미분화되었으며, 경찰국가에 이르러 경찰과 행정 이 분화되었다. 17C 경찰국가는 공공의 복지를 목표로, 행복주의의 입장에서 개인 의 일체의 활동에 국가가 간섭하는 것을 본질로 한다. 이와 같은 성격을 갖는 학문으로서 관방학 또는 경찰학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 한 경찰학은 프로이센 절대주의적 국가체제를 뒷받침하는 관방학의 핵심영역으 로 존재하던 학문이다. 즉, 16C 독일 제국경찰법은 교회활동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국가활동을 경찰개념 으로 파악하였다. 관방학 경찰국가는 관방학이론에 기초를 둔 절대군주국가를 생각하면 된다. 관방학은 17~18세기 초 독일·오스트리아에서 발달한 행정지식·행정기술 등을 집대성한 학문체계를 의미한다. 오늘날의 재정학ㆍ경제학ㆍ행정학ㆍ법학을 비롯하여 기술공예ㆍ농림학ㆍ통계학ㆍ인구론까지 미치고 있다.
경찰국가 시대에 이르러 국가작용의 확대 및 분화가 이루어지면서 종래의 경 찰개념에서 외무ㆍ군사ㆍ사법ㆍ재정 등이 분리되어 사회공공질서와 공공복 리를 위한 내무행정의 개념으로 양적으로는 축소되면서 질적으로는 강화되었 다. 즉, 경찰국가시대에는 소극적인 질서유지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공공복리를 위해서도 경찰권을 발동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시기의 경찰은 만능(萬能)의 대명사(代名詞)처럼 생각되었다. 경찰국가시대의 특징 ㆍ적극적인 공공복리 및 소극적인 질서유지를 위해서 경찰권 발동 가능 ㆍ내무행정전반을 의미(외교, 군사, 사법, 재정 분야는 제외) ㆍ1648년 웨스트팔리아조약(Treaty of Westphalia)에 의해서 사법행정이 경찰에서 분리
퓌터(Johann Stephan Putter) 4) 법치국가시대의 경찰개념 18C 중엽의 계몽기를 거쳐 자연법적 자유주의사상의 영향 아래 실현된 1776년 미국의 독립, 1789년의 프랑스혁명을 계기로 하여 시민적 법치국가가 성립함에 따라 시민의 자유보장을 주안으로 하는 법치국가적 경찰개념이 성립하였다. 이러한 법치국가시대 에는 경찰국가시대와 비교해서 크게 두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경찰국가를 지양하여 국가목적이 축소됨에 따라 경찰의 임무도 「소극적인 질서유지 ㆍ위해방지ㆍ장해제거」에만 국한하고, 적극적인 복리증진작용은 경찰개념에 포함시 키지 않게 되었다. 이와같은 법치국가적 경찰개념이 처음으로 법제화된 것이 1794년 의 프로이센일반란트법과 1795년의 프랑스 경죄처벌법전이다. 1794년의 프로이센일반란트법 공공의 평온ㆍ안녕ㆍ질서를 유지하고 공공 또는 그의 개별적인 구성원에게 발생하는 위해를 제거하는데 필요한 수배는 경찰의 직무이다. 1776년 퓌터(Johann Stephan Putter) 1770년에 독일의 공법학자 퓌터는 독일공법제요에서 “경찰의 임무는 급박한 위험의 방지이다. 공공복리의 증진은 경찰의 본래의 임무가 아니다”라고 천명했다. 1795년의 경죄처벌법전 경찰은 공공의 질서, 개인의 자유ㆍ재산ㆍ안전을 유지함을 그 임무로 한다.
특히 경죄처벌법전은 일본의 행정경찰규칙의 모범이 되었다 특히 경죄처벌법전은 일본의 행정경찰규칙의 모범이 되었다. 또한 행정경찰이라는 용어는 프랑스의 3권분립 사상에 기초하여 구분된 것으로 경죄처벌법전 제18조에 서 “행정경찰은 공공질서유지,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하고, 사법경찰은 범죄의 수사, 체포를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데서 유래하는 개념이다. 법치국가와의 관계에서 경찰작용은 권력적 명령ㆍ강제작용으로서 국민의 권리ㆍ 자유를 침해하는 면이 현저하므로, 과거의 경찰국가시대와는 달리, 「법률에 의한 행 정」의 원리가 적용되어 법률 또는 적어도 법률의 수권을 받은 명령에 근거를 두어야 하게 되었으며 여기에 경찰법규의 정비를 가져왔다. 또한 열거적으로나마 경찰권에 대한 권리구제의 길이 열렸다. 독일의 경우 18세기에 이르러 칸트 등의 계몽철학이 등장하면서 경찰국가시대가 극 복되어, 군주의 권력도 법에 구속을 받게 되는 법치국가 시대로 전환되었다. 이에 따 라 경찰권의 객체에 지나지 않았던 시민이 그 주체성을 회복하고 경찰분야에서도 적극적인 복지경찰 분야는 축소 또는 제외되고, 소극적인 위험방지 분야에 한정되 게 되었다. 즉, 독일에서는 칸트 등의 계몽주의와 자연법사상 하에서 1794년 프로이 센일반란트법이 제정되었다.
또한 1882년의 크로이쯔베르크 판결은 프로이센 고등행정법원이 베를린의 크로이 쯔베르크 언덕에 있는 전승기념비 조망을 확보하기 위하여 주변 토지에 대한 건축 물의 높이를 제한한 베를린 경찰서장의 명령에 대하여 그러한 명령은 심미적 이유 로 내려진 것으로 복지의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무효라고 함으로써 경찰 의 임무는 위험방지에 한정된다는 사상이 법해석상 확정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러한 크로이쯔베르크 판결은 법치주의국가시대에도 여전히 적극적인 공공복리를 위해서 경찰권을 발동하던 경찰의 권한을 소극적인 위험방지분야로 한정시키면서 경찰권을 축소시키는 전기를 만들었다. 이후 1931년에 프로이센 경찰행정법이 제정 되어 소극적 경찰개념을 재확인하였다. 1937년에는 독일의 나치정권이 각 주에 속해 있던 경찰권을 중앙에 집중하여 국가 경찰화하고 보안경찰, 질서경찰 및 돌격대를 합쳐 국가치안본부를 설치 운영하던 폐해를 연합국측이 점령정책의 일환으로 영업경찰, 건축경찰, 보건경찰 등 기존 경 찰사무를 다른 관청의 사무로 이관, 질서행정이라는 분야로 관장케 하였는데 이를 비경찰화라고 한다. 비경찰화 1. 의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협의의 행정경찰사무(영업경찰, 건축경찰, 보건경찰 등)를 다른 관청의 사무로 이관한 것을 의미한다. 즉, 행정경찰의 사무에서 보안경찰의 사무는 그대로 있고 협의의 행정경찰사무가 다른 관청으로 이관된 것이다. 2. 실시국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에 의해 독일과 일본에서 비경찰화가 단행되었으며, 한국은 미군정기에 단행되었다.
<대륙에서의 시대별 경찰개념의 변천과정> 시 대 경찰개념 특 징 고대국가 라틴어 politia에서 유래, 도시국가에 관한 일체의 정치 경찰과 행정의 미분화 중세국가 국가목적을 위한 모든 국가작용 → 교회행정 권한은 제외 경찰국가 외교, 군사, 재정, 사법을 제외한 일체의 내무행정 전반, 적극적인 공공복리를 위한 경찰권 발동(내무행정) 경찰과 행정의 분화 법치국가 적극적 복지경찰 분야를 제외한 소극적 위험방지 분야에 한정(내무행정 중 치안행정) 현대국가 소극적인 위험방지 분야와 적극적인 서비스(보안경찰)
대륙법계 경찰개념 발전과정은 중세 유럽에 교회행정을 제외한 국정전반을 의미하다가 경찰국가시대에 이르러 외교, 군사, 제정, 사법을 제외한 내무행 정에 국한되고, 19세기말 복지경찰을 제외한 소극적 위험방지 분야에 국한 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후 비경찰화 과정을 거치면서 공공의 안녕과 질 서유지라고 하는 보안경찰임무에 국한되기에 이르렀다. 대륙법계의 경찰개 념은 경찰권이라는 통치권적 개념을 전제로 그 발동범위와 성질을 기준으 로 형성된 것이다. 즉, 대륙법계 중에서도 독일 경찰개념의 특징은 국왕의 절대적 권력으로부 터 유래하는 경찰권을 전제로, 권력에 봉사하는 경찰과 시민이 대립하는 구 도하에서 계몽사상으로부터 말미암은 법치주의 사상의 등장으로 점차 시민 권이 신장되면서 경찰의 임무범위를 축소시킴으로써 시민의 자유와 재산에 대한 경찰의 발동범위를 축소시키고자 했던 사상의 반영이었다.
2. 영ㆍ미법계의 경찰개념 영미의 경찰개념은 주권자인 시민으로부터 자치권한을 위임받은 조직체로서 의 경찰이 시민을 위해서 수행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경 찰은 시민으로부터 자치권한을 위임받은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중심으로 형성 되었다. 경찰활동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로 경찰개념이 논의되었으며, 경찰은 시 민을 위하여 법을 집행하고 서비스하는 기능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시민은 대 립적인 관계가 아니며 주민의 안전을 위한 기능이라는 점에서 경찰개념이 발전 되어 왔다. 경찰개념이 주권자인 시민으로부터 자치권한을 위임받은 조직체로서의 경찰 이 시민을 위한 기능 또는 역할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대륙법계 국가의 경찰개념은 경찰권이라고 하는 통치권적 개념을 전제로 그 발 동범위와 성질을 기준으로 형성된 반면, 영ㆍ미의 경찰개념은 경찰을 시민과 대립적인 상대로 보지 않고, 오히려 주권자인 시민으로부터 자치권한을 위임받 은 조직체로서의 경찰이 주권자인 시민을 위해서 수행하는 기능 또는 역할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영미법계 경찰과 대륙법계 경찰의 비교> 3. 대륙법계와 영ㆍ미법계의 비교 경찰개념 발전의 특징을 살펴보면 크게 나누어서 대륙법계의 경찰개념과 영미 법계의 경찰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륙법계의 경찰개념은 국왕의 절 대적 권력으로부터 유래된 경찰권을 전제로 하여, 권력유지를 위한 경찰과 자유 와 권리를 주장하는 시민이 대립하는 구도하에서 법치사상의 등장을 계기로 시 민권은 신장되고 경찰권의 활동범위가 축소되는 과정속에서 정립되었으며, 경 찰권이 점차 축소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시민권과 경찰권은 반비례 의 관계에 속하게 된다. 즉 대립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다. 영미법계에서는 주민의 자치권을 중심으로 경찰개념이 발전되었으며, 경찰과 시민과의 관계가 상호협력하는 관계로 볼 수 있다. <영미법계 경찰과 대륙법계 경찰의 비교> 영미법계 대륙법계 경찰권의 기초 자치권 통치권 시민에 대한 관점 보호와 서비스 (Care and Service) 통제와 지시 (Control and Order) 시민과의 관계 시민과 협력관계 시민과 대립관계 형성배경 기능 또는 역할 발동범위와 성질 수사권 인정여부 경찰의 수사권 인정 경찰의 수사권 불인정
4. 20세기의 경찰개념 국민의 자유를 중시하는 법치국가론의 등장으로 경찰국가이론이 자취를 감추는 듯 하다가 20세기 들어 제국주의와 공산독재정권들이 등장하면서 다시 사상경찰이 강 화되고 경찰권이 남용되는 역사가 반복되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 ㆍ독일ㆍ이탈리아 및 스탈린 치하의 소련의 사례 등을 통해 경찰국가의 부활을 확 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 및 자연권(기본권) 개념의 확산으로 개인의 자 유ㆍ평등ㆍ정의에 대한 국가의 보장책임이 강조되면서 국민생활에 대한 경찰의 간 섭이 제한되고 경찰은 단지 법집행을 통해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에 게 봉사하는 존재로 변모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의 경찰을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위 해와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국민에게 봉사와 도움을 제공하 는 공공서비스 또는 공공재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5. 한국에서의 경찰개념의 형성 한국에서 경찰이라는 용어가 최초로 사용된 것은 구한말 고종31년(1894년)으로 기록 된다. 동년 6월 28일(음력)의 각아문관제는 “법무아문은 사법ㆍ행정경찰을 관장한다.” 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7월 1일에는 경찰의 소속을 내무아문으로 변경하고, 7월 14일 에는 경찰의 조직에 관한 법인 경무청관제직장과 경찰의 작용에 관한 법인 행정경찰 장정을 제정하였다. 갑오개혁의 일환인 이러한 개혁에 의하여 종래의 경찰기관이었 던 포도청이 폐지되고 경무청이 설치되어 근대적 경찰제도가 도입되었으나, 당시 경 무청의 직무는 사법경찰과 소방ㆍ감옥사무를 포함한 것으로서, 오늘날의 경찰기관 과는 달랐다. 특히 프랑스의 경죄처벌법전(Code des delits et des peines)(1795) 제16조의 규정이 일본 의 행정경찰규칙(1875)의 모범이 되었고, 이것이 1984년 갑오개혁을 통해서 행정경찰 장정에 그대로 이식됨으로써 프랑스법의 경찰개념이 한국의 경찰개념의 형성에 있 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즉, 프랑스에서 유래한 행정경찰의 개념이 일본을 통해 서 한국에 전수되었다. 1945년 일본 패전 후 종래 대륙법계의 치안유지 중심의 행정경찰적 관점이 강조되던 입장에서 영미법계의 민주주의적 이념에 따른 경찰개념이 강조되면서 국민의 생명 ㆍ신체 및 재산의 보호가 경찰의 책무로 도입되었다. 한국의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대륙법계와 영미법계의 경찰개념이 모두 반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