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론 제5강. 국제정치의 전쟁과 평화 신라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이 동 윤
1. 전쟁론(war theory) 1) 전쟁의 개념과 이론적 발전 ○ 전쟁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재앙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 통상 전쟁은 3일 이상 1000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전투일 경우 전쟁으로 규정, 그러나 과연 전쟁을 정량적으로 표기할 수 있는가? - 전쟁의 개념적 기원은 고대 그리스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나, 이미 그 이전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형태의 전쟁 존재 예] 고대 중국의 공자(孔子)나 맹자(孟子), 노자(老子) 등 ① 고대 종교문명에서의 전쟁: 정의(正義)의 전쟁 → 종교가 전쟁의 원인을 제공 - 이슬람(Islam)에서의 전쟁: 성전(jihad) 진실한 신자가 사는 곳(dar al-Islam) vs. 전쟁터(dar al-harb) - 스콜라(Schola) 철학에 의한 정의의 전쟁: 토마스 아퀴나스(St. Thomas Aquinas) 정의의 전쟁을 이론화 ② 민족국가(nation-state)에서의 전쟁: 1648년 웨스트팔리아 조약 이후
2) 전쟁의 원인 ○ 그리스의 철학자 투키디데스: 인간은 명예, 공포, 이익 때문에 전쟁을 한다. ○ 기독교 성직자들: 인간의 원죄(原罪), 즉 인간 본성의 뿌리 깊은 무질서 때문 ○ 흄(Hume): 국가들이 세력균형을 위해 또는 특정 군주가 패권을 잡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쟁을 한다. ○ 레닌(Lenin): 제국주의자들이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전쟁을 한다. ○ 일부 이상주의자들: 국제적 무정부 상태, 즉 평화유지를 위한 국제법 혹은 국제기구의 제 기능이 존재하지 않을 때 전쟁이 발생 ○ 윌리암 제임스(William James): 인간이 전쟁을 극복할 수 있는 도덕적, 심리적 대응물을 발견하기 이전까지 전쟁은 재발할 수밖에 없다. ※ 현실적으로 인간은 왜 공격적으로 행동하는가의 질문과 국가는 왜 전쟁을 수행하는가의 질문은 일맥상통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 기본적으로 개인관계와 같이 전쟁은 갈등의 근본적 원인인 적대감을 기반으로 형성되지만, 국가 간 갈등관계가 반드시 적대감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 퀸시 라이트(Quincy Wright): A Study of War (1942) - 정치적-기술적, 법리적-이데올로기적, 사회적-종교적, 심리적-경제적 요인 - 전쟁의 동기는 그 대상과 수준에 따라 매우 다양 - 민족주의와 국제주의, 주권국가 중심의 국제체제, 사회적 대립과 갈등, 국가 정책의 효과적 수단, 정권유지와 위기 극복을 위한 탈출구로서 전쟁 유발 ① 생물학적/심리학적 유인: - 본능이론: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공격성이 자극-반응 모델을 통해 폭력 유발 - 프로이드(Sigmund Freud): 인간의 파괴적 욕구와 정신적 긴장, 자극, 흥분 ② 구조적 유인: 세계전쟁론 - 국가 간 전쟁은 정부의 위신을 유지하기 위해, 더 큰 헤게모니(패권)를 갖기 위해, 국가 간 세력균형을 위해, 혹은 자국의 특정 이익을 위해, 자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정권의 유지와 안정을 위해 등등 다양한 요인들을 통해 발생 - 세력균형, 즉 국가 간 힘의 역학관계가 국제체제와 국제질서의 성격을 규정 ③ 경제적 요인: 제국주의론 - 마르크스와 엥겔스: 변증법적 유물론 - 홉슨(J. A. Hobson)의 제국주의론: 국가 간 잉여가치의 처리를 위해
3) 전쟁의 종류 ○ 전쟁과 분쟁의 차이: ○ 전쟁은 정치의 한 가지 수단으로서 정치의 연속, 외교정책의 한 가지 수단으로 정치․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용되는 극단적인 방법 ① 국가 간 폭력의 형태에 따라 - 국가 간 전쟁 / 국가 간 군사 분쟁 (강도의 문제) / 내전 (Civil War) / 테러(Terrorism), 게릴라전 등 비정규전 ② 전쟁 기간에 따라 (단기전/장기전) ※ 전쟁주기론: 세계정치체제는 시기적으로 그 유형이 정해져 있는데, 전쟁 또한 이에 따른 일정한 주기를 거치게 된다. ○ 장주기이론: George Modelski, William Thomson - 1494-1516 이탈리아와 인도양 전쟁, 1580-1609 스페인-네덜란드 전쟁, 1688-1713 대동맹 전쟁, 1792-1815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1914-1945 제1, 2차 세계대전
[쉬고 가는 페이지] ③ 전쟁의 양상에 따라: - 국가 간 전쟁 vs. 국가 내부의 전쟁(내전) ※ 속죄양 이론(scape-goat theory): 국가의 외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내부적 요인에 의해서도 전쟁이 발생한다. [쉬고 가는 페이지] 질문] 전쟁은 주로 어떤 국가가 승리하는가? - 일반적으로 강대국(major power)이 승리한다?: - 전쟁을 먼저 시작한 국가가 승리한다? 질문] 민주주의 국가보다 권위주의 국가에서 전쟁은 보다 빈번하게 발생한다?
2. 평화론(peace theory) 1) 평화의 개념과 평화학의 기원 ○ 전쟁학과 평화학의 양면성: 레이몽드 아롱(R. Aron)은 국제관계학은 평화의 학문이자 전쟁의 학문이라고 주장 (동전의 양면) - 목적과 대상의 문제 - 전쟁학 =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적 계보와 전통 평화학 = 국제정치의 이상주의(자유주의)적 계보와 전통 ○ 평화학의 기원: ① 근대 평화학의 기원은 홉스의『리바이어던』(1651)과 연계하여 논의 - 홉스는 전쟁을 인간의 평등성과 욕망으로부터 말미암은 것으로 분석, 그 해결 방법으로서 권위적 체제에 기초한 사회계약과 평화안을 제시 ② 로크,루소: 권위주의체제의 전횡에 맞선 저항 또한 평화학의 또 다른 전통 - 국가 간 주권과 협약에 입각한 평화 유지 ③ 평화학은 냉전시대 안보학과 더불어 국제정치이론의 근간을 이루는 쌍생아 - 한 측에서 전쟁을 연구하는 동시에 다른 한 측에서 그 치유방법으로 평화연구
④ 탈냉전 이후 민주평화론의 확산 - 민주평화론은 대안으로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 평화유지 제시 ※ 일반적으로 평화란 전쟁이 없는 상태로서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고려 - 소극적 평화: 물리적 폭력이 결여되어 있는 상태 (전쟁에 반대되는 개념) - 적극적 평화: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국가 간 불평등과 억압이 없는 상태 (※ 전쟁의 근원을 모두 제거하자는 주장) 2) 평화의 기본 이념 ○ 흔히 자유를 증진시키면 평화가 온다고 논의하고 있다. - 전쟁이 권위주의적 지도자와 전체주의적 정당이 가지고 있는 공격적 본능으로 인해 발발 - 민주평화론의 시초: 민주국가는 전쟁보다 평화 애호적이기 때문에 민주국가의 특성으로 전쟁 억제 반론] 민주주의 국가들도 독재국가 못지 않게 전쟁에 관여 전쟁은 상대 당사국이 있어야 발생하는 것이다.
① 자유주의적 평화주의: 슘페터(Joseph Schumpeter) - 제국주의를 무제한적 강제팽창을 향한 국가의 목적 없는 성향으로 정의 - 결과적으로 제국주의적 전쟁을 중지시키고 소멸시키는 방법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성숙, 제국주의를 소멸시키고 평화를 유지하는 힘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것 ② 자유주의적 제국주의: 고전적 공화주의자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 공화정은 평화주의적이기 보다는 제국주의적 팽창에 가장 적합한 형태 주장 - 내부적 안정과 평화를 위한 외부적 팽창, 즉 제국주의를 주창 - 현실주의의 전쟁학 혹은 안보학도 전쟁이 기본적인 목적이 아니라 국가의 안녕과 평화를 보존하기 위하여 전쟁의 원인과 과정을 연구하는 것 ③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칸트(Immanuel Kant) - 칸트는 영구평화론을 주창: 즉, 인간의 이성적 합리성에 근거하여 영구적으로 평화가 유지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 → 칸트의 공동체 주장 - 국가 간 무분별한 간섭을 배제하고 국제무역 등 교류와 국가 간 연계를 확장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으로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
3) 평화유지의 방법 ① 힘을 통한 평화유지 ㉠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 이것은 국가 간 힘의 균형, 세력균형 의미 반론] 이에 대해 힘의 균형은 국가 간 전쟁을 촉발시킨다는 비판 공존 ㉡ 힘의 우위: 일정한 힘의 우위를 형성하여 전쟁을 추구하는 국가를 견제 - 집단안전보장체제: 여러 국가들 사이의 연맹 혹은 연합 등과 같은 집단 형성을 통해 한 국가가 이를 이탈할 경우 모든 국가가 이를 견제하는 체제 - 힘의 증강(군비 증강) ㉢ 힘의 재분배: 현재 시점에서 힘의 불균형 상태를 군비통제나 군비 축소 등을 통하여 힘의 균형 상태로 전환하고 유지하는 것 ※ 집단안전보장체제(Collective Security): - 이것은 지역안보방위구조(Collective Defense)와는 조금 다른 개념 - 지역안보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이 지역적 힘의 균형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집단안보는 국제연맹, 국제연합(UN) 등과 같이 집단적인 힘의 결집과 우위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 - 결과론적으로 국제연맹의 경우 미국의 지도력(leadership) 부족과 강제집행력 부족으로 실패, 국제연합의 경우 지도력과 집행력을 보완하였으나 문제점 공존
② 국제기구를 통한 평화유지 - 국제기구를 통한 평화유지는 기본적으로 국제연합(UN)이나 지역안보체제 혹은 평화유지군(PKO) 등을 통한 평화유지 방법 - 국제연합(UN)의 경우 UN군, 평화유지군 파견 등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부정적 견해 상존; 즉, 국제연합의 경우 High Politics(정치․군사․안보)에는 약하고, Low Politics(경제․문화․보건․환경)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주장 - 따라서 국제연합에 의한 집단안전보장체제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하여 지역안보 체제 결성의 필요성이 강조 대안] 평화유지군(PKO: Peace Keeping Organization)의 기능 강화 ※ 평화유지활동(PKO: Peace Keeping Operation) - 엄격한 의미에서 평화유지군은 집단안전보장체제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 집단안전보장체제가 침략자를 규정하여 이를 공격하고 패배시키는 것이라면, 평화유지군은 UN의 결의에 의해 다국적군을 파견하고 이를 통해 분쟁 당사국들 사이의 완충작용을 담당함으로써 분쟁 상황을 냉각시키는 구실을 한다. - 단, 평화유지군이 진실로 필요한 지역에만 파견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 평화유지군 자체가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의 논리를 반영한 결과, 경제적 이익 이나 가치가 없는 지역에 대한 평화유지군의 활동은 극히 미약하다는 것
③ 통합을 통한 평화유지 - 이른바 통합이론이 그것, 통합이란 부분을 전체로 합치는 것으로서 개별적인 단위가 일관성 있는 하나의 체계로 형성되는 것을 의미 - 국제정치에 있어서 통합은 국가 간 통합 < 지역적 통합 < 세계통합 순으로 구분 - 통합은 무력, 군사력, 전쟁 등 강압적, 폭력적 방법이 배제된 자율적 의사에 의한 정치 현상이며, 통일은 무력, 군사력의 사용을 포함한 개념 ※ 통합(Integration)의 3가지 이론 - 기능주의(Functionalism): 추후 별도로 설명 - 신기능주의(Neo-Functionalism): 추후 별도로 설명 - 세계연방주의(World Federalism): 추후 별도로 설명 ※ 통합을 통한 평화유지의 문제점: 국가 주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결국 부분적인 통합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만, 세계통합을 위해서는 산재된 많은 문제점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④ 국제법을 통한 평화유지 - 국제관계에 있어서 폭력의 사용은 극히 부정적인 현상으로 간주되며, 따라서 이것을 억제하고 제한하기 위한 국제법이 필요하다는 주장 - 국제법의 본질은 국가주권이 가장 중요한 주체이며, 따라서 국제법의 주요 적용 대상은 국가이다. ○ 평화유지를 위한 국제법의 기여: - 국제법이 무능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가들 사이의 관계에서 극단적 방법의 사용에 대한 자제력 제공 - 분쟁/갈등 해소의 평화적 기여: 국제사법재판소 활동을 통한 분쟁/갈등 해소 - 국제법의 많은 조약과 규정들이 암묵적으로 국가간 전쟁이나 무력 사용을 규제 ○ 국제법의 문제점: - 입법기구가 없다: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례는 국가간 관습과 판례가 중심 - 사법기구가 없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역할은 당사국의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 - 집행기구가 없다: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기관이나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 국제법 자체가 서구 강대국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어 보편성 결여
⑤ 외교협상을 통한 평화유지 - 국제관계에 있어서 다양한 방법의 외교적 협상은 국가 간 초래될 수 있는 이견과 갈등 문제를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 - 이에 따라 외교협상의 다양한 기술 발전 - 단, 국가간 외교적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그 대안적인 방법이 없다는 문제점이 공존; 결국 외교협상 자체도 국가간 Low Politics에서는 효과가 있으나, High Politics에서는 효과가 미약하다는 결론 ※ 오늘의 결론: 결과적으로 평화유지를 위해서는 각각의 방법들 중 어느 한 가지만이 우월성을 지니며 효과적인 것이 아니라, 그 경우와 환경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