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진화와 진보

“기술은 어느 사회에서나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기술은 진보한다! “기술은 어느 사회에서나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기차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므로, 운송기술은 진보하고 있다. 단위면적당 농부 한 사람 당 농업생산량은 점점 증가하고 있으므로 농업 기술은 진보하고 있다. CPU의 처리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므로, 컴퓨터 기술은 진보하고 있다.

기술이 더 빠른 속도, 더 높은 효율, 더 강력한 힘 등 점점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어 간다는 사람들의 직관을 반영

좋은 기술이란?

효율성, 힘, 빠르기 등 객관적 기준에 의해 좋은 기술 선택지 1. ‘객관적으로 좋은’ 기술 효율성, 힘, 빠르기 등 객관적 기준에 의해 좋은 기술

어떤 기준을 포함시켜야 하나? 안전성, 조작용이성, 아름다움, 내구성 등은? 따질수록 포함시켜야 할 기준이 무척 많아짐. 어떤 기준은 매우 주관적인 것으로 보임.

결국 ‘인간에게’ 좋은, 즉 인간의 선호 가치 반영 왜 그러한 기준이 포함될까? 결국 ‘인간에게’ 좋은, 즉 인간의 선호 가치 반영 그러한 기준들을 포함시키는 이유는? 객관적으로 빠른 것을 객관적으로 느린 것보다 왜 좋은 것으로 평가하는가?

기술은 인간의 필요를 점점 더 잘 실현해주는 방향으로 발전? 선택지 2. ‘인간에게’ 좋은 기술 인간의 필요와 소망을 실현해주는 기술 그렇다면 기술은 인간의 필요를 점점 더 잘 실현해주는 방향으로 발전?

기술의 진보가 우리에게 해준 일?

비판적 검토 더 빠른 속도, 더 높은 효율성, 더 강력한 힘 등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인간 공통의 요구인가? 인간의 요구들이 서로 상충하진 않는가? 기술의 진보는 행복을 가져다 주는가? 인간의 요구를 실현하는 기술의 변화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질까? 인간의 요구가 기술 진보의 원동력인가? ‘좋은’ 기술의 평가 항목들 불완전하고 서로 상충됨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이 단일한 요구를 가지고 있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 인간들이 서로 동일한 목록의 요구를 하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 각 목록마다 부여하는 가중치가 다를 수 있음. 기술이 단선적으로 진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의 잘못된 기억임. 현재 우리 주변의 기술 이외의 기술은 보이지 않다보니, 우리는 보이는 기술이 발명되기까지의 단선적인 흐름만 상상하게 되고, 나머지는 무시하게 됨.

기술진화론(바살라) “기술은 단선적으로 진보하기보다, 기존 기술로부터의 다양한 변이 생산과 다양한 정치사회문화적 맥락에서의 선택에 의해 분기적으로 진화한다”

1. 기술은 잉여의 산물 기술은 필요 이상으로 무척 다양하다. 다양한 기술은 (생존을 위한) 필요의 산물이라기보다 욕망과 상상력의 산물이다. 필요 개념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은 시공간을 초월한 인류 공통의 필요가 아니다. 현상 유지의 생존을 위해서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으며, 더 나은 삶을 위한 필요는 사살상 ‘욕망’에 가까운 것으로서, 그 항목들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때로는 그냥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만들기도! 일종의 놀이처럼.

2. 단선적 진보관 비판 기술의 변화과정은 단선적인 진보가 아니라 분기적인 진화를 통해 더 적절히 묘사되며, 그 진화의 경로를 보여주는 계통수를 그릴 수 있다.

2’. 기술 변화의 누적성 새로운 기술은 천재적인 개인의 발명이라기보다 기존 기술들의 작은 변형 또는 조합의 누적적 결과이다. 기술의 혁신은 기존 기술이 제공하는 제약과 가능성에 얽매여 있음. 요구가 있다고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 과학 이론이 있다고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님. 왜 인간의 시신경은 상이 맺히는 망막 위에서 출발할까? 처음에 그렇게 시작했기 때문에. 구조적 한계.

3. 선택압으로서의 사회적 맥락 새로운 기술 중 일부가 주어진 사회적 맥락 하에서 선택된다. 기술에 대한 선택압에는 생존이나 경제적 요구 외에도, 사회문화적 태도, 가치, 기술적 유행의 추구 등의 요인도 포함된다. 시대와 문화에 따라 선택 기준 다름

아메리카의 아스텍인들은 왜 바퀴기술을 발전시키지 않았을까? 메소아메리카인들은 인형에 바퀴를 달 정도로 바퀴 구동의 원리를 알고 있었지만, 실제 물품 수송용으로는 사용하지 않음. 왜? 그들의 지역이 바퀴 달린 탈것에 부적합했기 때문 3세기-7세기 근동지역과 북아프리카에서는 낙타가 바퀴를 대체했다. 이는 기술의 역행? No. 낙타가 바퀴보다 훨씬 이점이 많음. 바퀴가 그 엄청난 중요성을 인정받은 19세기 말 이후 서구 유럽 사회의 맥락 덕분임. 18세기 이래 도로가 정비된 서구 유럽에서 바퀴 중요. 아스텍 인이 만든 바퀴달린 점토 인형

4. 진보 개념 재검토 기술은 그것이 발명되고 사용되는 문화 속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기술 진보의 평가 기준은 없다. 진보 개념을 유지하려면 그 의미를 바꾸어야 한다.

생물 진화 vs. 기술 진화 기술 변화에 대한 생물 진화 유비는 적절한가? 생물의 진화는 비목적적인 과정이지만, 기술의 진화는 인간의 목적의식적인 활동이 개입 생물은 스스로 재생산하지만, 인공물은 인간에 의해 재생산. 생물의 변이는 부모로부터 무작위적으로 재생산되지만, 인공물의 변이는 인간이 목적의식적으로 변경, 제작하여 생산됨. 그래서 새로운 인공물의 발명 과정에는 무작위적으로 보이는 상상력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문화적 요구도 개입. 이점은 다윈주의와 차별화되는 점.

진화론적 사고는 새로운 기술 등장의 제약조건이자 가능성을 제공하는 기존 기술들에 주목하게 해줌 진화론이 주는 통찰 1 진화론적 사고는 새로운 기술 등장의 제약조건이자 가능성을 제공하는 기존 기술들에 주목하게 해줌 (자식은 부모의 교잡 및 돌연변이의 결과) 발명이라는 것이 목적하는 바가 있다고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 새로운 인공물은 대부분 기존 인공물들의 작은 변형 및 조합의 누적 결과임. 즉 기술 개발은 기존 기술의 조건에 묶여 있음. 때로 새로운 기술은 특별한 요구나 목적의식 없이도 기존 기술로부터 보이게 된 가능성 그 자체만으로 발명되기도 함.

진화론적 사고는 특정한 기술을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은 사회의 구체적 맥락에 주목하도록 해줌. 진화론이 주는 통찰 2 진화론적 사고는 특정한 기술을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은 사회의 구체적 맥락에 주목하도록 해줌. (종분화는 다양한 환경에 따른 자연선택의 결과) 기술은 단선적으로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치기 방식으로 진화하며, 이는 다양한 맥락에 놓인 기술이 받는 다양한 종류의 선택압 때문. 우리가 오늘날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기술의 선택 기준보다 훨씬 다양한 기준이 있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흔히 동질적이라고 보는 집단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함. 기술이 인간의 요구나 욕망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는 것은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요구나 욕망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며 자주 그들끼리 대립한다. 또한 그 요구들을 조정하는 방법 역시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의 변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볼 때마다 직관과 배치되는 복잡한 과정을 깨닫게 되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것이다.

기술 진화론의 약점은? 너무 당연한 주장 아닌가? 새로운 기술을 추동하거나 선택하는 요인에 대해 그때그때 다르다는 주장 이상이 없지 않은가? 기술이 진보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직관과 배치됨

읽을거리와 질문 바살라, 「진화와 진보」 (『기술의 진화』 중) 바살라는 기술의 진보를 부정하는가? 바살라는 인류의 진보와 기술의 진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 빠른 교통수단이 필요치 않은 사회에서 빠른 교통수단이 등장할 수 있을까? 만약 등장했다면 그것을 기술의 진보로 간주할 수 있을까? 필요 이상으로 얇은 핸드폰을 기술의 진보로 간주할 수 있을까? 당신은 기술이 진보한다고 생각하는가?